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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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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BY 유빈 2010-07-28

하늘은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고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서 따뜻한게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1년에 한 번 회사에서는 전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강원도에 있는 연수원을 빌려 단합대회겸 연수를 받도록 했다.

명목상 연수였지만 연수원 주변의 관광지도 둘러보고 저녁엔 바베큐 파티도 하며 즐겁게 놀고 오는 분위기였다.

미자는 1년내내 손꼽아 기다린 날이라며 소풍가기 전날 아이처럼 들떠있었다.

하긴 윤주임과 공식적으로 같이 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이니 어찌 기다리지 않을까....

그런데 하필 이틀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는 걸 가볍게 넘겼더니 급기야 오한이 들면서 몸살까지 겹쳐버렸다.

연수 못가는 건 아쉽지만 차라리 집에서 그 기간동안 푹쉬면 될 것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안가면 미자도 안간다며 어떻게든 같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난감해지고 말았다.

약국에서 지어온 약을 먹고 잤더니 몽롱하게나마 움직일 수는 있지만 하루도 아니고 사흘을 보낼 자신이 없다.

하지만 미자가 얼마나 기다려 온 날인가를 잘 알기에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병원에서 링거를 한 대 맞고 가면 되려나....?

망설이는 사이 결국 병원에도 들르지 못하고 연수원버스에 오르고 말았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자 서울을 떠나왔다는 실감이 나면서 나 역시 들뜨기 시작했다.

"바다 보니까 아픈 게 다 나은 기분이네...정말 좋다..."

"어때? 억지로라도 오길 잘했지?"

미자는 자신의 공인양 신나한다.

정말 억지로라도 오길 잘했다 싶었다.

군데군데 보이던 바다를 지나 나무가 빽빽한 숲 길을 한참 달리자 산뜻한 목조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잘 어우러진 연수원이 나타났다.

"모두 나눠준 프린트에 적힌 각자의 숙소에 들러 간단한 휴식과 짐정리를 마친 다음, 다섯시까지 본관 세미나실로 모여주세요."

행사를 맡아하고 있는 총무팀의 박대리가 안내방송을 하자 모두들 숙소를 찾아 삼삼오오 자리를 떴다.

"어머, 언니! 저쪽에 있는 거 호수아냐? 나중에 밥먹구 산책나가자 ~"

숙소 반대편에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저무는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단지 도심을 벗어나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감성이 풍부해지는듯 하다.

앞으로 보내게 될 사흘이 너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