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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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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Y 유빈 2010-06-21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집에 돌아온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 문득문득 깨어 여기가 어딘지 둘레거리게 된다.

아직도 내가 있는 곳이 낯설다.

침대 맞은편에 걸린 큰 액자에 남편과 다정한 모습으로 함박 웃음 짓고 있는 내 모습은 더욱 생경하기만 하다.

옆에서 자고있는 남편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집에 돌아오고나서 남편은 나를 극진히 대해줬다.

저녁이면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사오기도 했고 아침에 자고있는 나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옷을 꺼내입고 출근했으며 틈날때마다 전화해서 내가 집에 잘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그다지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참 다정한 사람이구나..이만하면 나쁘지않네...싶었다.

한달전...내가 병실에서 깨어났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은 나보다 더 황당해했다.

내 기억이 10년전..그러니까 남편과 선을 보고 돌아오던 그 날로 멈춰있었기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엄마에게 등떠밀려 마지못해 나간 자리에서  평범해보이는 한 남자를 만났고 두번 다시 선을 안볼거라 다짐하며 집에 돌아오던 기억뿐이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한달도 아니고..10년이나 되는 세월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다니...

그동안 나는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자 내가 알던 친구들과 알지 못하는 이웃들이 차례대로 방문을 했다.

그래도 오중충돌이라는 큰 사고속에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당분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하고 일주일만에 병원문을 나서 결혼 5년만에 장만했다는 30평짜리 내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