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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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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BY 소환술사 2010-03-24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녁 놀이 내 그림자를 따라온다.

 

서점에서 너무 시간을 놓아 버렸나보다.

 

남편이 올 시간에 저녁 밥을 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아침에 먹었던 찌개에 반찬을 내놓아도 남편은 아무런 말없이 잘 먹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에 차지 않았다.

 

매일 피곤하게 일하고 오는 남편에게 맛있고 따스한 밥을 먹이고 싶었다.

 

내 어머니가 그녀의 남편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아침 출근 길에 '당신 좋아하는 거 해 놓을게'라고 말했는데.

 

"지은아?"

 

멀리서 아주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이지은?"

 

그다.

 

분명 이 목소리는 그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바쁘게 길을 오가는 사람들 틈에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환청인가 보다.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쿵'

 

내 앞에 그가 서 있다.

 

"어... 어, 민우야."

 

"넌 불러도 그냥 가냐."

 

그가 해맑게 웃으며 내 앞에 서 있다.

 

"아, 난 잘못들을 줄 알았어."

 

"그래? 그럼 저녁이나 같이 먹자. 먹으면서 얘기도 좀 하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가 웃으며 나에게 묻는다.

 

"아니, 난 집에 가봐야해."

 

"그러지말고."

 

"아니, 나 가서 남편 밥 해줘야 해. 그럼 이만 가볼게."

 

나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대꾸를 한다.

 

"지은아... "

 

"그래, 만나서 반가웠다. 그럼 갈게."

 

"이지은.. 너 정말... 가는거니, 또?"

 

"........."

 

"너 정말 가는거냐고!"

 

많은 인파를 헤치고 그의 목소리가 높은 음을 타고 공기를 갈랐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빠른 걸음이라기 보다는... 뛰다시피 말이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말이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또?'

'또??'

'또라니???'

 

이미 그와 나 사이는 오년 전에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고 그런 연인사이가 뭐 별거라고 길에서 마주친 내게 큰소리를 낸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 소개로 만나 그와 나는 학교 cc였다.

 

바퀴벌레 커플로 보는이들이 눈과 귀와 온 몸을 간지럽히다가 사귄지 이 년만에 헤어진

 

그렇고 그런 연인사이 말이다.

 

어떻게 사귀게 된 건지도 모르는 것처럼 어떻게 헤어지게 된 건지 가물가물한 그런 사이 말이다.

 

생각이 정리가 되자 다시금 저녁 반찬 만드는 일이 걱정이 되었다.

 

이런 저런 반찬을 만들기에 조금은 늦은 시간이라 간단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기울어졌다.

 

막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데 그가 앞을 가로 막았다.

 

"너?"

 

"저녁 한끼도 안되니?"

 

"정말, 무슨..."

 

"저녁도 안돼?"

 

"정말..."

 

나는 눈 앞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단지 안으로 들어 갔다.

 

"잠깐만..."

 

"........"

 

"지은아?"

 

"스토커니? 너 정말 여기가 어디라고? 뭐? 이제와서 뭐?"

 

나의 목소리가 저녁 어둠 사이로 갈라졌다.

 

"돌아와라. 다시."

 

"뭐?"

 

"다시 돌아와. 내게. "

 

"나... 나 결혼해서 잘 살아. 착각하지마. 제발.... 그만하자."

 

"돌아와. "

 

그의 목소리만큼 그의 표정도 단오했다.

 

"잘가."

 

나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나의 몸과 마음을 가둬버렸다.

 

 

'정말, 이제와서....한심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