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을 누르니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엄마! 미워 왜이제 오는거야?" " 눈물이 났다. 엄마 않오는줄 알고..."
며칠동안 엄마의 얼굴이 무서웠는지 눈치를 챘는지 아이들을 두고 떠날까봐 애들은 두려워 했다.
방에 들어 와보니 그는 오지 않았다.....
늦은 저녁을 먹고 애들부터 재웠다. 자고 있는 애들을 보니 눈물이 난다.
혼자 옷방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외로웠다. 남편이 없을때 외롭단걸 느끼지 못했는데 이젠 외롭다.
울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내신세가 처량하다. 나를 망가뜨리면서 아줌마로 변해 있는
내가 한심하다. 그렇게 옷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던.. 꾸미기 좋아하던 내가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울며 또 울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어두운 방에 앉아 달빛으로 비친 내모습을 거울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왜그렇게 살았니? 바보야' 주체할수 없이 흐르는 눈물...무섭다.
외로움이 무섭다. 쪼그리고 앉아 남편만 애들만 보고 살아온 나의 결혼 생활이 나를 죽이고 싶었다.
자존심이 너무 많이 상한다. 돌아와 용서를 빌어야 할 남편이 돌아와 있지않아 울고 또 울었다.
사실 돌아와도 난 뿌리칠꺼다. 그렇다고 해도 와서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이 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를 기다린다...
어째서 왜 그 사람은 나를 속이고 내게 이런 잔인함까지 보이는 걸까?
이젠 헤어져야 겠구나...헤어지기엔 내가 그사람 아직 사랑한다...
그래서 더 슬프고 무섭다.... 누웠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불을 키면서 나를 깨운다. 시간을 보니 3시다. 남편이 "일어나 봐라. 술은 왜 먹었는데..."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난 그를 보기가 창피했다. 술마시고 쪼그리고 누워 있는 내모습이 부끄럽다.
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남편은 옷방에 이불 깔고 누웠다. 난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남편이 불렀다. "할말있다. 애기좀하자. "
뭐라고 말할지 두려웠다. 이혼얘기가 나오면 어쩌지???
무섭다...방으로 갔다. 남편이 따라왔다.
"미안하다. 다신 이런일 없을께...." 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남편은 어찌해서 그랬다이랬다 말이 더 나와야 하는데 말이 없었다.
"그게 다가. 더 할말없나?" 난 악이 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더 할수가 있겠노? 미안하다...미안하다.."
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그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하면서 목소릴 높였다.
바보같아서 미치겠다. 드라마에서나 보는 청승 맞고 바보같은 아줌마가 내가 되어 있다.
누워 이불 덮고 울었다. 눈물이 왜그리도 많이 나는지 엉엉 소리내면 울고 있는데 남편은
조용히 일어나 불을 끄고 나갔다. 난 너무 어이가 없었다. 분하고 억울하고 내모습에 화가 나고
내모습이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왜그랬을까? 아무말 하지 말껄...'
내자신이 싫어서 더 눈물이 난다.
.....................
그를 쳐다 볼수가 없다. 남편이 말을 걸어 와도 싫다.
우린 그렇게 간단한 의사 소통만 하고 지냈다.
남편은 일도 하지 않고 방안에만 있고 TV만 보고 서로서로 밥도 따로 먹고
우린 그렇게 지냈다. 말이 없다가 돈문제로 말하다보니 서로 좋지 않았다.
내입장에서 돈벌지 않고 집에 쳐박혀 TV만 보는 사람이 한심하고 짜증났다.
집나가 다른여자와 살던 남자. 돌아와 일도 않하고 뭐하는 짓인지...
한심하다 못해 죽었으면 했다.
면접 본 자리에 일하러 나가기 시작하면서 돈을 빌리고 빌리고 또 빌리며 혼자
해결하고 살고 있었다. 남편은 눈치를 보며 나가 있다가 우리가 잠이 들면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이면 우린 나가고 그사람은 자고 있고...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다. 외도하고 돌아와서 미친듯이 일해서 열심히라도 살면 잊겠지만
이사람은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달이 지날무렵 남편은 서울로 일을 하러 간다며 "애들에게 돈 많이 벌어 올께"하며
나갔다.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이불도 세탁하고 온집안을 청소했다.
상쾌한 맘으로 오랫간만에 노래도 틀고 춤도 추며 애들과 흥겨웠다.
한동안 반찬도 해서 애들과 맛나게 먹고 산책도 나가고 일도 열심히 했다.
남편과는 조금은 풀려 전화통화도 하고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조금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는데 느낌이 이상하게 짜증이 나기시작한다.
맘을 추수리고 일에만 열중하며 친구와 잘 지내고 애들과도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밤이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음악듣고 하는데도 잠이 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