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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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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가 무서워


BY 헬레네 2009-01-10

95년이 되고 ,,,,,,,,,,,,,,,,

 

딸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던 무렵인 3월에 시어머니 에게서 전화가 왔다 .

시동생이 발령이 났는데 다음주 월요일부터 춘천의 후평동 파출소로

출근하라고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

 " 잘됐네요 뭐가 문젠데요" 했더니 어디서 기거하며 출근을 해야할지 걱정이라신다 .

94년 여름 우여곡절끝에 부산의 세째시동생이 네식구를 끌고 들어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넷째는 직장으로 막내는 군대로 가 있었는데 그좁은 흙별독 한옥집엔

시동생이 마땅히 가있을 곳이 없었던거다 .

 

" 아니 뭐그런것을 다 걱정을 하세요 그냥 우리집에 와있으면 될껄요 " 라며 통화를 끝내고

시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바라던 발령이 난걸 축하한다면서 우리집에 와있으라고 했다 .

같은 후평동이라 가깝기도 하거니와 재수씨와 아이들이 있는 어머니 집보다야

편할거라고했더니 자기도 그러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안떨어져서 고민을 하고 있었단다 .

 

형집이나 부모님집은 그냥 내집이라 생각하는거라고 뭐 그런걸 일일이 나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하시냐고 그냥 편하게 와있으시라고 하며 동서를 바꾸라 해서 어차피 살림집을

구하려면 서방님이 출근하면서 언제 보러 다니겠냐며 여자가 살림집을 보러 다녀야 꼼꼼히

살피지 않겠냐며 아예 아기를 데리고 세식구가 우리집에 보름이건 한달이건 와있으면서

동서는 집을 구하러 다니자고 내가 같이 다녀주겠다고 했더니 정말 그래도 되겠냐며

뛸듯이 기뻐했다 . 지독하게 싸우지만 유난스레 정도 좋은 부부인지라 하루도 떨어져서

못사는동서인 것을 내가 알기에 짐짓 그리하라며 부추겼다 .

내가 나서서 그렇게 한것이 훗날 내발등을 찍었다 .

 

동서네 식구들이 와있던 어느날 ,,,,,,,,,,,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거실에서 받는데 시동생의 아들이 사내답고 분주한 녀석이라 시끄러웠다 .

 친구가 너네집이  왜이렇게 시끄럽냐며 묻기에 아무생각없이 " 아휴 조카녀석이

와있는데 사내녀석이라 그런지 아주정신을 쏙빼놓는다야 " 라며 깔깔대고 웃었고 통화가 끝났다 .

나는 아무생각없이 큰소리로 얘기했고 동서는 그걸 작은방에서 들었더란다 .

예민하기가 환자수준인걸 나중알았다 . 그정도 일을  그렇게나 원망을 하고 비수를 품을줄

 알았다면 얼마든지 작은소리로 통화를 할수도 있었으련만 미련하게도 내맘처럼만 생각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

 

며칠후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야겠다며 퇴근해 들어오는 시동생을 붙잡고 세식구가 나가고

얼마후 시어머니가 잘있는지 궁금해서 보러 왔다며 들어 오셨다 .

병원에서 돌아오겠거니 하고 같이 저녁을 먹기위해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않는다 .

늦게까지 안오기에 느지막한 저녁을 시어머니와 둘이 먹고 있는데 저녁을 먹고 오겠다는

전화가와서 어머니가 와계시니 빨리 들어 오시라 하고 끊었다 .

 

 

술이 불콰하게 오른 시동생과 동서가 들어서길레 저녁을 먹고올 요량이었으면 미리 얘길하지

그랬냐는 내말에 시동생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 조금후 삼척의 현장에서 남편도 돌아왔다 .

시동생이 오징어 회를 사왔다며 소주두병과 함께 내밀기에 풀어놓고 먹으면서 술이 몇순배

돌고 나자 시동생이 날쳐다 보며 서운하다며 운을 떼더니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지 꼭 그렇게

티를 내시냐면서 우리는 얼마나 형수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 사는지 아냐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 시어머니나 남편의 의심의 눈초리가 내게 쏠리고 무슨소리냐며 묻는내게 예의 그착하게

생긴 얼굴의 동서가 눈을 착 내리깔고 한결같은 어조로 나쁜형님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

 

시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베란다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시더니 담배를 피워물었고 남편은 화가나서

입술까지 하얗게 질려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빼지말고 얘기 하라며 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할말도 없고 어이가 없어서 동서를 한참 쳐다보다가 만약 내가 그런마음 

이었다면 이좁은 18평 아파트에서 동서가 듣고 있을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큰소리로 얘기했겠냐며

쳐다봤더니 흥분해서 떨리는 고음으로 횡설수설하는 내목소리에 비해 작고 기어들어가는 불쌍한

목소리로 " 형님이 내입장이 되보세요 얼마나 눈치가 보이는지 아세요 " 한다 .

 

남편도 어쩌다 한번씩 들러가는 집에서 딸아이와 둘이 모른채 하고 있었을걸 내가 왜 나서서

아침저녁 압력솥을 돌려가며 더운밥을 해먹이고 이런 누명을 써야하나  생각했다가도 진정어린

듯한 그녀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마음이 싸아하니 아픈듯한 나는 진정 바보였다 .

그래 길어야 한달도 안될텐데 내가 덕이 부족해서 이런일이 생겼겠지 나보다 7살이나 어린

우리 막내 여동생과 동갑인 어린 동서를 상대로 순간 오해를 했었는지도 모른다며 스스로 나를 달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하고 찌게를 끓이면서 압력솥의 딸랑이가 한참을 돌고나서야 " 동서 일어났어"

하면 그제사 부시시 일어나 거실로 나왔었으면서도 지금까지 단한번도 그때 형님이 아침저녁

더운밥 해주셨지요. 라는 소리는 못할 지언정 13년이 흐른 몇년전에도 그때 서운했었다며 술이

취해서 또다시 항의 비슷한걸 하기에 나는 억장이 무너졌다 .

 

아무런 고의성없는 말과 행동을 어떻게 그렇게 나쁜쪽으로만 생각하고 왜곡할수가 있는지

내가 그아이를 얼마나 이뻐했었는데도 언젠간 형님이 진짠가 싶었다고도 했었다 .

어떤 일이라도 양면이 있어서 생각하기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생각되는 법인데 어째서

좋은쪽은 쏙빼고 나쁜쪽만을 늘 생각할수 있는지 참 알수가 없다 .

진심은 통한다는것도 사람에 따라서라는 것을 13년이 흐른후 그녀의 술주정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