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시어머니는 일찌감치 예식장으로 가버렸고
술에서 부시시 일어나는 그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며 따지던 나는
내설움에 절로 억장이 무너져서 깔딱 숨이 넘어갔다 .
트럭에다 나를 태우고 비상등을 깜빡이며 도착한 인성병원에선 순간쇼크
였다며 링겔을 꽃아주었고 놀란 그가 울면서 잘못을 빌고 있었다 .
12월 쯤으로 예정 됐던 아파트는 입주시기가 1월로 늦춰졌고 태어나 한달보름밖에
안된 아기가 보고싶다며 시어머니가 동서를 다녀가라 했다 .
시누이도 시동생도 모두 딸이었는데 둘째아들만 아들을 낳았다 .
남자아기 치곤 내가봐도 앙증맞고 이뻤다 . 동서가 아이를 데리고 먼저왔고
시동생은 친구 결혼식에 들러 늦게올거라했다 .
저녁을 먹고 침대위의 전기장판 속에서 잠이들 무렵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시동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시어머니와 동서가 두런두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갑자기 소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 나와보라고 해봐요 당장 " 하는 시동생의 고함과 함께
시끄럽다며 달래는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잠시후 또다시 큰소리로 " 그렇게 큰며느리가 무서워요 ? 얼마나 무서운데 사람을 말도
못하게 해요 엄마도 그렇게 말도 못하고 살아요 " 하며 소리를 높이더니 내방쪽에다 대고
당장 나오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
시어머니가 그럴거면 당장 니들 집으로 가라며 같이 소리를 지를고 있었고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
얼마간 실랑이 끝에 가면 될것 아니냐는 소리와 " 가라가 " 하는 소리를 끝으로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마당으로 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나서 조용해 졌다 .
저쪽 방에서 시어머니가 " 큰애 자냐 ? 안자면 나좀 보자 " 고 하셨다 "
문을 열고 시어머니 방으로 들어 갔더니 담배를 피우시며 앉아 있다가 미안하다고 하시며 당신이
셋째아들네 집에가서 산모수발을 안들어 주고 온걸갖고 그러는 것 같다고 하셨다 .
"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데요? 저는 어머니가 어디로 가시는지 언제오시는 지도 몰랐는데요"
하자 둘째아들이 재수씨가 고아원 출신이라 친정 엄마가 없으니 엄마가 가서 산모수발을
해주라고 하기에 큰형수가 애도 없는데 어린 동생들이 다들 동거해서 애를 낳는게 무슨 자랑이냐고
했던게 아마도 저놈이 오해를 했나부다며 니가 애가 없으니 니눈치를 보느라 말도 못하고
온줄로 오해했나 본데 난 아무말도 안했다 며 애써 변명을 하셨다 .
우습기도 하고 괘씸 하기도 하면서 참 유치한 식구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
아무것도 몰랐고 , 아무말도 하지않은 나를 상대로 함부로 오해하고 미루어 짐작해서
술을먹고 들어와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다가 이추운 12월 30일밤에 한달 조금넘긴
갓난장이를 데리고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가버렸다니 어이가 없었다 .
내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어미라서 가슴에 피멍이 맻혀서 아이를 안낳은것이
자기들끼리 찧고 까불수있는 빌미였다는게 우습기도 하고 가소롭기도 해서 대꾸도 하기 싫었다 .
며칠후 ,,,,,,,,, 전화가 와서 동서가 대신 사과를 했고 난 그것으로 그일은 잊어버렸었다 .
입주를 하고 구정이 다가왔다 .
시동생이 진부에서 3년을 근무했는데 이젠 다른데로 발령이 날것 같은니 발령이 나기전에
결혼식을 하고 싶다면서 어디서 빛을내서라도 해주시면 한다하는 유지들은 모두 부조를
할터이고 그러면 결혼식 비용은 나올터이니 형수가 빛이라도 얻어다 해달라며 내게 부탁을 해왔다.
내가 돈을 융통해올데는 친정엄마 밖에 없지만 다행히 엄마가 사람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조금씩 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을 거라면서 서둘러 날을 받았다 .
잔치날을 받으면 제사를 안지낸다는 풍습으로 태백의 친정에 가서 구정을 쇠고 진부를 들러서
동서와 아기를 트럭에 태워서 우리집으로 데리고 와서 예식장이며 드레스를 보러 다녔다 .
나는 혼자살아서 돈이없으니 실반지 하나 못해주신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친구를 통해서
소개받은 금은방에서 30만원짜리 목걸이와 반지를 3개월에 나누어서 갚겠다하고 외상으로
내가 해주었고 시어머니와 함께 잔치음식 장을 보러 다녔다.
옆집 비닐하우스 안에서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잔치음식을 했는데 잔치음식 장을 보러 다니면서
쌀 한가마니 , 고추가루도 10근 기타양념을 사시면서 사람들이 들락거리면 먹어야 한단다 .
세상에나 부모가 되서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패물은 커녕 쌀과 양념까지도
빛내온 잔치돈으로 다 사시겠다고 나서는 시어머님이 어이없고 한심했다 .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진부에 유지들이 많아서 부조가 쎄단다 .
둘째가 부조돈으로 잔치빛갚고 남으면 나 이빨도 해준다했다 . 라며 좋아라 웃으신다 .
결혼식이 끝나고,,,,,,,,,, 시동생이 내게 오더니 나를 끌어안고 " 형수 진짜고마와요 " 하며
눈시울까지 붉어지고 있었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좋고 흐뭇해서 행복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