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게 주저 앉아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어느날은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가 또 어느날은 3,5,7,9 고스톱을
점당 백원으로 밤을세워 쳐보기도 했다가 또 어느날은 사우나에서
한증막을 들락거리면서 물만 마시고 하루종일 뒹굴기도 하는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한가로운 날들을 제일 사치스럽게 보냈지만 마음은
제일 가난한 두달을 살았다 .
많지않은 돈도 바닥이 나던 어느날 한친구가 내게 터미널 근처에 맥주집이
있는데 한번 해보라며 권했다 .
그걸 내가 할수있겠냐며 물었더니 아가씨가 둘이 있는데 넌 그냥 안주나
담아주고 설겆이와 청소나 하면서 사람들을 관리만 하면 될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하는 주인도 남자인데 그 두아가씨 에게 맡겨두고 밤에 와서 수금만
해간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
그말을 믿고 다음날 가게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남동생이나 여동생은 그걸 어떻게 할거냐며 못미더워 했지만 마냥 먹고 놀수있는
처지가 아니거니와 뭔가를 하면서 잊고 싶었다 .
막상 오픈을 하자 아가씨들은 주인이 바뀌었다며 다른데로 가버렸고 나는 그방면에
깜깜이라 속수무책 이었다 .
사람은 얼마던지 구해줄수 있다고 큰소리 치던 친구도 오늘 , 내일 미루더니
니가 혼자 알아서 하라며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
단순하게 식당처럼 일이 많지 않을것이고 양품점 처럼 재고가 안생길거란 혼자만의
판단이 시행착오를 빛은것이다 .
그무렵 집전화로 또다시 간간이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
이사를 가면서 새로 바꾼 전화번호를 또 어떻게 알아냈나부다 .
찰거머리 , 강력본드 ,각다귀 같은 인간이다 .
화천의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남동생은 출퇴근 거리가 멀다며 그즈음 화천의
하숙집으로 들어갔고 여동생도 서울과 춘천을 오가느라 간간이 얼굴을 보기 시작할
무렵 다시 방을 빼서 터미널 근처의 약사동으로 셋방을 옮겼다 .
가게와 너무 멀기도 했었고 후평동과 뚝 떨어진 곳으로 전화번호 까지 바꿔가며
숨어 버렸다 .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 수일내로 찿아올것이 분명 했으므로 ,,,,,,,,,,,
내 예상은 적중했다 .
바뀐 전화번호를 또 어떻게 알아내고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
아마도 후평동 옷가게로 , 4단지 주택으로 찿아다닌듯 했다 .
니가 아무리 숨어도 지구 끝까지라도 내가 못갈줄 아냐며 아침 , 저녁 전화질을
해댔고 어쩌다 여동생이 받아도 말이건 욕이건 나오는대로 지껄였다.
연탄불을 피우는 재래식 부엌에 세탁기 위로 창문이 나있었는데 나도 열쇠를
잃어버려서 두어번을 창문을 타고 세탁기를 밟고 들어온 적이 있지만 그건 내집 내방
이니까 가능한 얘기였다 .
그런데 어느날 그인간이 나도 없는 내방에 창문을 타고 올라가 세탁기 위로 발자국을
남긴채 방에 떡하니 들어가 앉아 있었다 .
미용실 옆에 붙어있는 방이라 동네 수다방 인데다가 혼자사는 여자의 방에 창문을 타고
들어가 앉았으니 그렇지 않아도 아줌마와 아가씨의 경계가 모호해서 궁금해 하던 미용실
아줌마가 누구냐고 왜 거기 들어가냐고 했더니 여기사는 사람이 집나간 내 마누라고
지가 남편이라고 했단다 .
돌아오는 날 붙잡고 정말이냐고 물어온다 . 후다닥 뛰어 들어 왔더니 감히 아랫목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마치 집주인인양 버티고 앉아있다 .
피가 머리로 쏠리는 느낌 , 한마리 징그런 괴물을 보는 느낌 이었다 .
여기가 어디라고 둘어 왔냐고 당장 나가라고 악을 썼지만 느물대고 웃으면서 죽어도
못나가니 알아서 하란다 .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있을까 ? 나가라 밀어내고 못나간다 소리 지르고 호기심에 따라
들어오던 미용실 아줌마와 이층에 살던 주인 아줌마 미용실에 있던 손님들과 하릴없이 있던
동네의 기타 여러분들까지 모여 들면서 구경꾼은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
정신 병자가 사람들을 향해 지껄이기 시작했다 .
지네 엄마 아버지도 이혼을 했고 그피를 이어 받아서 그딸년인 저년도 수시로 집을
나가더니 결국은 어린 새끼를 버리고 이렇게 혼자나와 살면서 처녀 행세를 하고 사는데
내가 찿으러 왔다며 내생각엔 바람이 났었지 싶은데 증거가 없었다며 몰려든 사람들을
향해 그렇지 않겠냐고 하며 쳐다보며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
아주 작정을 하고 온것 같았다 .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끝내 말한마디 못하고 있던나는 " 닥쳐 정신병자
같은 새끼야 " 라는 고함과 함께 극도의 흥분상태로 까무룩히 정신을 잃어가는데
누군가가 내이름을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은 내가 연락해 뒀던 친구와 친구의남편 그리고 또 한명의 친구였다 .
그들이 112에 신고 했고 경찰이 출동해서 " 이미 3년전에 이혼하셨습니다 " 하자
" 개새끼들 니들이 뭐야 집나간 내마누라 내가 찿겠다는데 " 하며 경찰에게 대들다가
주먹한번 못써보고 수갑이 채워졌다 .
나는 자꾸 입이 오그라들고 혀가 말리면서 숨을 몰아쉬자 친구내외가 성심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는데 급성쇼크라는 판정을 내리더니 간호사가 와서 링거를 꽃아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