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광동 시장안에서 신발가게를 하시는 인자하고 성품좋은부부가 있었다 .
시장을 끼고 올라가는 골목위에 집이있었고 그집에 딸린 사방 여덟자의
아무것도 없는 빈방에 나를 앉혀놓고 엄마는 신이나서 물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
" 손하나 까딱하지 말그레이 내사마 다해주고 갈끼다 " 하며 시멘트로 발라진
부뚜막을 연신 물걸레로 닦아내고 있었다 .
지척에 집이있다면서 굳이 그곳에 방을 얻은 이유도 나는 궁금해 하지않았다 .
저녁이 되고 아무도 , 아무것도 없는 빈방에서 깜깜해 지고서야 더듬더듬 알전구를
찾아 불을 켜보는데 전구다마에 불이 들어오질 않는다 .
짧은세월을 보령으로 , 하장성으로 , 금천으로 , 함백으로 , 강릉으로 , 또 어디로
끝내 떠돌기만하는 내운명이 야속하고 서러웠다 .
울고 있는데 ,,,,,,, 방문을 열고 그가 들어왔다 .
술냄새가 확 끼쳤다 .
명색이 첫날인데 여섯시면 퇴근해서 오고도 남을거리를 아홉시가 넘어서야
그것도 술까지 쳐먹고 들어왔다 . 또다른 파란의 예고장인듯 무서움이 확끼쳐왔다 .
깜깜한 방에서 울고있는 날보더니 버럭화를내며 " 내가 그렇게 싫으냐" 였다 .
싫고 좋고를 떠나서 나는 당신이 어떤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 아무것도 모른채
사랑하고 같이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은채 이렇게 시작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낮선방에다 이렇게 앉혀놓고 지금에야 왔다는게 이해가 되지않는다고 했더니
어이없게도 " 싫으면 지금이라도 가 " 짧은 한마디였다 .
그렇게도 애원하고 달라붙더니 이건 또 무슨 미친소린가 싶어쳐다 봤더니 아무말이없다 .
말없이 하룻밤을 보낸뒤에 다음날 부터 심한공허가 밀려왔다 .
기선제압 ,,,,,,,,, 나중에 알고보니 기선제압이었다 .
무식한것들이 무식하게 세뇌되어서 초장에 바짝 잡아놓지 않으면 낭패일것이라는
식의 싹수없는 강의를 들으며 술까지 쳐먹고 의도적으로 느지막히 와서 강제로 나를
안은것과 싫다는 나의 마음에 기를 팍 죽여놓고 시작해야만이 결혼생활이 편해
질것이란 계산으로 그런 어이없고 예의없는 짓을 했었더란다 .
지금도 왕왕 여자는 신혼초에 잡아야 한다는둥 먼저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둥 하는 말들을
공공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들을보면 난 이해가 안된다 .
서로 아끼고 , 위하고 , 사랑해도 힘든 세상에서 유일한 내편일 수있는 부부가 한곳을
바라보며 도와주고 함께 살아 가야하는 사랑하는 사이가 살벌한 기선제압을 먼저 생각하다니
신혼부부들 에게 교과서 처럼 학습되는 기선제압 이란말이 그렇게 어이없게 나를 울렸다 .
며칠후 ,,,,,, 엄마가 왔다 .
광업소에서 출근한 날짜만큼 주는 식권을 들고 엄마와함께 새마을 복지회관에 가서
식료품을 사고 남동생을 위해 라면 한박스를 사서 엄마를 주며 가져 가시라 하고 돌아왔다 .
저녁에 퇴근해서 돌아오더니 식권으로 뭘 샀냐며 추궁을 했고 이게 다냐며 일일이
계산을해가며 의심스런 말투와함께 니네 집으로 뭘 빼돌렸냐고 물었다 .
어이가 없어서 ,,,남동생 먹으라고 라면 한박스 빼돌렸다고 하자 담서부턴 자기가
사러 다녀야 겠다며 못을 박았다 .
아 ,,,,,,,, 저것이 저인간의 본모습 이었구나 .
그저 네네 하고 엄마말에 순종하던 그는 어디로 가고 정신세계가 이상한 또라이 하나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 심한 구역질이 밀려왔다 .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구역질로 나타니기도 하나부다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임신이었다 .
어쩌면 임신이 힘들수도 있을거라 했는데 이렇게 쉽게 임신이 되다니
오 ,,,,,,,,,, 안돼 ,,,,,,,,, 정말 안돼 ,,,,,,,,,,,,,,,,,,,
모든것이 뒤엉키는 느낌 이었다 .
술이 취해서 돌아올때면 술이 깰때까지 혼자서 뭔가 평소에 쌓아둔것을 떠올려서
트집거리를 만들어서 내게 대답을 강요했고 자신의 맘에드는 대답이 나오고 새벽이
돼어서야 잠이 들곤했다 .
여자가 3개월만에 도망간 이유를 알것 같았다 .
그러던 어느 일요일 부부동반 친목회를 가야 한다면서 나를 데리고 간곳은 삼척의
무릉계곡이었다 . 술이 취하더니 옆의 일행인 직업군인들인 듯한 사람들에게 자꾸
시비를 걸었다 . 일행중의 누군가가 익숙한 일이라는듯 강골이 또 시작이네 했다 .
강씨의 골때리는 놈이라는 뜻의 별명이란것을 그때 알았다 .
그일행들에게 몇대맞고 나더니 급기야 웃통을 벗고 한판붙자며 돌맹이 위를 굴르고
난리를 피더니 얼굴이 찢겨 피가 흐르고 있었다 .
같이간 일행들이 날 쳐다보며 말려보라 했지만 난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기차를타러 역에 와서도 혼자서 아무에게나 욕질을하며 시비를 걸었고 역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누군지 여편네가 안됐다며 쯧쯧거리자 한쪽에서 저런 지랄쟁이가
여편네가 있겠냐며 한마디 씩을 보태고 있었다 .
오씨네 아줌마가 내게 오더니 " 새댁아 마이 놀랬제 니이 저삼춘 저런지 몰랐드나 ? "
하며 딱해 했다 .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들 그보다 더하랴 ,,,,,,,,,,,,,,,,,,
한잠을 못이루고 다음날 언니에게 가서 어찌하면 좋겠냐고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사람들 얘기를 종합해보니 원래 그런 사람인것 같다고 얘기하며 서럽게 울었다 .
언니는 지난번 유산도 있고 또 잘못되면 어쩌면 영구히 불임이 될수도 있다면서
조금만 참아 보라며 나를 달랬다.
그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
며칠후 ,,,,,,, 엄마가 기차안에서의 광경을 누군가에게 전해듣고 달려왔고
따귀를 올려붙이고 주먹질을 하더니 욕을해대며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
아이고 내팔자야 하며 울고 있는 엄마도 그인간도 다 보기 싫었다 .
어느날 ,,,,,,,,,, 안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심각한 얼굴로 나간그가 자정이
되어서 돌아왔다 .입술이 깨지고 옷은 피투성이였다 .
먼저 말을 안하기에 물어보지 않았는데 며칠후에 얘기하길 군대서 얼마전 제대해
나온 동생이 집을 때려부수며 엄마를 찾아내라고 해서 같이 치고박고 싸웠단다 .
불길했다 .
엄마를 찾아가면 되지 왜? 집은 왜때려 부수며 엄마는 왜? 피하냐고 묻자 두명의
남동생이 엄마만 보면 서로들 돈을 달라고하고 안주면 패악을 부려서 엄마가 여동생집에
숨어 지내면서 못 나타 나는거란다 .
대체 엄마는 돈이 얼마나 있는데 그러냐 물었더니 부산에 재개발하는 연산동에
상가한채 서울에 땅이조금 역앞에 이층집과 현금조금 자세한건 자기도 잘 모른단다 .
갈수록 태산이었다 .
대체 우리 엄마는 무얼 알고 이런 질곡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단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