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언니가 가출을했다 .
어쩌다 한번씩 집에 들르는 아버지와 일찌감치 남자와 살림을 차린
큰언니를 빼니 어린 동생들만 집에 남겨져 있었다 .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동생들 꼴은 말이 아니었다 .
추위가 닥쳤으되 연탄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40여리를 떨어져 살던 엄마는
자신이 나서면 아버지 까지 책임 지게 될것이란 계산에서 냉정을 지키고 있었다 .
춥던 어느날밤 남동생은 따끈한 아랫목이 있는 엄마의 집으로 가고 추운 냉방에
막내 여동생과 나만 남겨졌다 .
서로의 체온을 느끼기 위해 꼭 끌어안고 자주색 카시미롱 이불을 둘둘 말은채 수잠을 자고 있었다 .
머리맡에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고 누군가 자꾸 이불을 더듬 거리는것 같았다 .
눈을 뜨고 보니 캄캄한 방안에 어슴푸레 달빛에 비친 얼굴은 옆집 2호방 아저씨였다 .
젊은 부부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요 며칠 아줌마가 보이지 않았다 .
" 아저씨 왜그래요 " 떨리는 마음으로 이를 앙다물고 믈었더니 " 손으로 방바닥을 더듬거리며
" 니들 춥지않나 방이 냉방인데 " 하며 손으로는 자꾸 이불자락을 찿아들춰내고 있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확 끼쳐왔다 .
지가 언제부터 우리 걱정을 했다고 뻔한 동정을 하고 자빠졌다 .
무섭지만 동생은 내가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끝이 쭈뼜서면서도 " 아저씨 울아부지
언제올지도 몰라요 빨리 아저씨네 집으로 가요 " 했더니 내말엔 아랑곳 않고 이불속으로
자꾸 손이 들어온다.
화를 내지 않고 아니 화를 내지 못하고 다시한번 부탁했다 .
" 아저씨 우리 괜찮으니까 빨리 아저씨네 집으로 가요 아줌마가 알면 화낼껀데 내가 말 안하께요 "
하며 아저씨 손을 밀어내고 이불을 돌돌 말았더니 ,,,,, 잠시후 슬며시 일어나서 나가버렸다 .
그아저씨가 나가고 긴장이 풀리면서 어린 자식들을 이렇게 내팽개 쳐두는 부모란 작자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왔다 .
" 니에비가 디지믄 몰라도 살아 있는한 나는 모른데이 " 야멸차게 내뱉는 엄마의 말들이
달밝은 방안을 둥둥 떠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