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창밖으로 하얀 먼가가 떨어진다.
눈이다.
수민이는 눈오는날 개처럼 좋아한다.
나도 괜시리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올해 들어 처음 내리는 첫눈이다.
첫눈치곤 함박눈이다.
눈은 언제나 사람들의 맘을 설레게 한다.
어릴적 첫눈이 내리면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친구들에게 문자도 보내구 전화도 하고 그랬는데.
이젠 문자도 오지 않고 전화를 걸어 딱히 만날 친구도 없다.
갑자기 슬퍼진다.
"수고하세요" 경비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퇴근카드를 찍는다.
"에구~~ 지금 가.. 퇴근이 늦네. 다들 눈온다고 일찍 가던데
맹주는 애인 안만나?"
"네.. 일이 많아서요" 경비아저씨 물음에 그냥 웃음으로 대답
했다.
제법 눈이 많이 쌓였다. 뽀독뽀독 구두자국이 남을정도로
왠지 우산이 쓰고 싶지 않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얼굴에 떨어지는 눈이 차다. 입에 떨어지는 눈이 차다.
괜히 눈물이 난다.
'머지 이건.. 내가 왜 울지.. 맹주야 왜울어 흑흑'
"우산도 안쓰고 머하세요.. "
누군가 어깨를 뚝뚝친다. 흐르는 눈물을 재빨리 닦고 돌아본다.
곰탱이다.
"어.. 철구씨.. 지금 퇴근하세요?"
"네.. 맹주씨도 늦으셨네요? 아니 첫눈이 내리는데 남자친구
안만나요?"
"네. 안만나요. 없어서 못만나요.
첫눈내리면 남자친구 만나야 하나요? 혹시 그런법 생겼나 웃겨"
갑자기 욱한다.
"아뇨. 그냥 머.. 다들 그러길래.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해요. "
'내가 왜 신경질을 부리지.. 아. 이녀석 또 노처녀히스테리라고
하겠네 정말.. '
"아뇨.. 기분 나쁘다기 보단... "
할말이 없다.
"철구씨는 애인 안만나요?"
"전 애인대신 친구들하고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역까지
택시 타고 갈건데 역으로 가실거죠? 같이 타고 가시죠"
'아 이사람두 약속이 있구나.. 그래 젊은사람이 약속이 없을리가
없지. '
"근데 맹주씨 정말 오늘 약속 없으세요? 그럼 저랑 친구들
만나는데 같이 가실래요? 제친구들 재미있고 불편하게
안할거예요. 같이 가요. 정 불편하시면.. 그래도 같이 가죠"
갑자기 망설여진다. 오늘 그냥 집에 가긴 싫다.
아무하고 밥이라도 먹고 싶다.
'그래 아무생각하지 말고 그냥 못이기는척 하고 가자'
"제가 가도 되요. 괜히 친구분들이 싫어하시면 어째요"
"아니예요 괜찮아요. 아마 대환영할걸요. 그럼 같이 가는겁니다"
"아.. 네 그럼 그러죠. 머"
"아~~ 정말요.. 그래요 같이가요..하하하하 "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당황스럽다.
나두 좋다. 집에 가기 정말 싫었는데..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