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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 곰탱이를 만나다.


BY 화려한 시작 2008-09-18

출근길은 언제나 생기가 넘친다.. 아니 살기가 넘치는 아침이다..

오늘은 더더욱 차가운 바람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은 온통 이그러져 있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코트깃을 세우고 목에는 긴 뱀같은것들을 두르고 땅만 쳐다보고 어디론가 목적지

없이 걸어가는거 같다

나는 생전 쓰지도 않던 털모자를 쓰고 출근하는 길이다.

어제 내린 눈으로 길은 매우 미끄러웠다.

앞에 걸어가는 여자가 얼어붙은 눈길에 삐긋한다.

오래전 눈길을 걷다 넘어졌던 기억을 생각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조심조심 걸었다.

"어~~ 맹주씨~~"

'누구야.. 이렇게 길한복판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

아~ 그사람이다... 이름두 생긴것처럼 촌스러운 철구씨 같은 회사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공채시험 보러오는날부터 나와의 재미없는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사람 철구...

창피했다.. 나에게 뛰어오는 커다란 곰같은 미끄러운 길에 어그적 어그적 뛰어오는 모습이

정말 코카콜라선전에 나오는 백곰과도 같다.

헉헉거리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저사람...

철구라는 사람을 처음 만난건 6개월전 회사 회의실에서다 우리 회사는 매년 공채사원을 뽑았구..

그날은 면접이 있는 날다.

서류심사에 통과하고 시험에도 통과한 12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 한껏 멋을 낸 그들은 초조한지 나눠준

볼펜을 가지고 긁적긁적거리고 있다.. 많이 초조한 모습이다.

늘 그래 왔듯이 나는 그들에게 나눠줄 녹차 15개를 종이컵에 담고 있었다.

내가 입사하고 공채사원을 뽑을때면 난 항상 이일을 해야만 했다..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난 아직도 이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란 말이냐.. 먹고 살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그들에게 나눠줄 녹차에 코딱지라도 넣고 싶었지만.. 그들이무슨 잘못이 있으랴....

못배운 내가 잘못이지..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내현실을 받아들일수밖에

종이컵 15개는 무겁지 않았다. 하지만 난 무거웠다.

무거운 쟁반을 들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차라.. '아 뜨거~~~' 나두 모르는사이 소리를 질렀다.

먼가에 부딪쳐 공채사원들 입으로 들어가야 할 녹차는 어느새 내 손과 유니폼 치마 위로 흘러내리고 있다

그리고 내앞에는 거대한 검은 양복에 곰탱이가 서 있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어~~어쩌죠.. 뜨겁지않으세요?  괜찮으세요? 아휴 이거 어째"

'이 자식아.. 이게 뜨거운가 안뜨거우가 니손에 한번 엎어볼까 당연히 뜨겁지 이게 몰라서 그러는거야 알면서

그러는거야'

"아.. 괜찮아요... 머 실수로 그러신건데.. 뜨겁긴 하네요"

난 녹차가  문제가 아니였다.. 나에게 쏠려있는 28개의 눈이 녹차물보다 더 뜨거웠다.. 몇몇은 소리죽여 웃었구.

몇몇은 상관없다는듯 그냥 책상만 내려다 보고 있다. 재수없는것들...

"이걸루라도 닦으세요"

검은곰탱이가 내민것은 북한산지도가 그려져 있는 빨간색의 일명 등산용 손수건... 촌스러운넘

'됐거든... 됐어... 그걸루 닦으면 흡수도 안되겠다.꼭 지같은것만 가지고 다니누만..'

"아.. 아니예요... 됐어요.. 저기 휴지나 좀 몇장 주세요"

"아.. 네 죄송해요... 여기...휴지..  떨어진 컵도"

'그걸 왜 날 주고 난리야. 니가 버려 니가 버리면 되잖어. 저기 휴지통 안보이냐 ' 화가 난다.

살찐 손으로 떨어진컵을 챙겨 주는 그의 손을 한대 딱 치고 싶다. 싶은데.. 싶다. 할까 말까 에라 쳐버려

어라.. 저건 머야.. 손등에 검은깨마냥 박힌  대체 머지..

궁금하다.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난 곰탱이가 느끼지 못하도록 내민 컵을 잡으며 손가락 하나로 그검은걸 스쳤다..

ㅋㅋ 점이였다.. 손등에 점이라... 근데 털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순간 느꼈다. 털까지났다면 상상만 해도.. ㅋㅋㅋ 웃음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곤 컵을 낙아챘다.

"저 그냥 주세요. 제가 버릴께요" 난 그자리를 도망치듯 주섬주섬 텅빈 컵들을 챙겨가지고 나왔다.

서러웠다. 저인간들을 위해 또 차를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게 싫고... 회의실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체 고요한 사무실이 싫다

탕비실에 들어와 15개의 컵을 꺼내고 또 다시 차를 꺼냈다

더러운 내인생~~

그날 서러운 내인생에 한몫한 손등 점박이 흑곰은 나에게 그렇게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