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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인연인가


BY 자화상 2014-12-16

12장 전생의 인연인가

 

 

무엇에 끌렸는지 주연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비 보다는 왠지 유성이에게 더 정이 끌렸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유성이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서둘러 결혼 날짜를 잡았다. 황 여사는 그러는 주연이 고맙고 기특했다.

 

유비의 방을 신혼 방으로 꾸며 주며 황 여사는 남모르게 펑펑 울었다

믿고 사랑했던 아들이 한 번의 실수로 하마터면 인생을 헛되이 살 뻔하였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돌아왔는데 주연이 낳은 유성이를 양자로 받아 들여야 하는 기막힌 일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평생 마음에 짐을 지고 살아야할 운명을 누구에게도 탓 할 수 없었다.

 

황 여사의 결단으로 유비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을 맞이하였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잊어가며 살았는데 뜻 밖에 죄의 사면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유비에게도 황 여사에게도 하늘은 용서를 구 할 수 있는 자비를 주었다

주연을 만나게 해 주었고 평생을 같이 살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자비는 없으리라

황 여사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손발이 닳고 몸이 쇠 할 때까지 주연이를 위해 정성을 다하리라 다짐하였다

그러나 5년 전의 비밀만은 절대 주연이 알아서는 안 될 거라고 유비와 유명이에게 다짐을 하여두었다

유비의 실수만은 무덤에 갈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유성이가 주연이 낳은 아이라는 사실은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알려 줄 생각이었다.

 

드디어 유비와 주연의 결혼식 날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래서 하객들이 잘 살 거라고 덕담들을 해주었다

날씨 때문에 신혼여행은 며칠 후로 미루어졌다

첫날밤을 호텔에서 보내면서 기다렸지만 비행기 사정이 좋지 않아 주연이 먼저 말했다. 아예 신혼여행을 여름으로 미루면 어떻겠는가

유비도 좋은 생각이라 하여 둘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신혼 생활에 들어 간 주연은 유성이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마치 친 아들처럼 대하여 각별히 신경을 써서 정성을 다하였다

유성이도 주연을 친 엄마로 알고 응석도 부리고 편도 들어주었다.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두 모자를 보며 황 여사와 유비는 덩달아 행복했다. 살면서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유성이 여섯 번째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황 여사는 이렇게 말 해주었다

95420일이 생일인데 유성이 부모는 그 후 한 달 만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 말에 주연은 잠시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날은 주연이 어느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아 버리고 도망쳤던 날이었다

주연은 그 날의 잊을 수 없는 고통이 떠올라 갑자기 숨이 멈춰질 것 같았다

하필 유성이가 그 날 태어난 아이라니 어쩌면 이렇게 우연한 일도 있는가

버린 아이 대신 유성이를 기르게 되다니 이건 보통 인연이 아니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주연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자기의 아이도 어디에선가 잘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연은 부모님은 물론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 한 적이 없다. 혼자서 끝까지 해결하고 가슴속에 묻어 둔 비밀이었다

더더구나 이젠 결혼했으니 신랑인 유비에게도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비밀인 것이다.

 

주연의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기가 사라지는 걸 느낀 황 여사는 모른 체 뒤돌아 주었다. 주연이 또한 얼마나 가슴 아픈 고통을 겪고 살아왔을 터인데 그 심정을 어찌 헤아려주지 못하겠는가

돌아 선 황 여사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지만 주연이는 자기 슬픈 기억 나타내지 않으려고 얼굴 들어 쳐다보지 못했다.

 

유성이 생일상을 차리고 온 가족이 모여 축하해주고 나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주연이 울렁증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무슨 일인가 유비가 따라서 일어나 가보니 주연이 가슴을 치고 있었다. 별 일 아니라는 말에 유비는 자리로 돌아와 식사를 마쳤다.

 

주연은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마음이 어수선했다. 배도 고프지 않았고 먹고 싶지도 않았고 웃고 싶지도 않았다. 유비도 황 여사도 유명이도 그러는 주연이를 이해하였다. 아니 같이 가슴이 아팠다

CCTV로 과거의 주연이를 보듯 한눈에 그 속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연극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 사실 유성이가 5년 전 오늘 네가 낳아 버렸던 너의 아들이다 라고 진실을 말 해 주고 싶은걸 참아야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세 사람은 서로 눈짓으로 모른 체 하자고 했다.

 

그리고 2주일 후였다. 주연이 자꾸 헛구역질을 하여 황 여사는 산부인과 병원에 다녀오게 하였다. 같이 가고 싶었으나 주연이 과거 때문에 불편해 할까봐 눈치를 살폈다

역시 혼자 가고 싶어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

주연은 검사 결과 임신하였음을 확인하고 무척 기뻐하였다

스물두 살에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낳아야 했고 버리고 도망을 가야했다. 그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혼은 하지 않으려했었다. 그랬는데 유성이를 보는 순간 온 몸에 전류가 흐르고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유성이가 엄마라고 부르니 거부 할 수가 없었다

어찌된 일이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유성이를 첫 눈에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유성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결혼을 결심하였었다

늦게 알고 보니 자신이 낳은 아이의 생일과 같은 날 유성이도 태어났다는 우연의 일치에 주연은 전생의 인연으로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