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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同床異夢)


BY 자화상 2008-09-05

동상이몽 (同床異夢)

4장 동상이몽 (同床異夢)

 

 

주연은 자신의 아이가 자라서 안겨 오는 듯 환상을 보았다. 꿈속에서도 아른 거렸던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성이예요. 성이 엄마예요? 엄마 맞아요?"

주연의 포옹에서 풀린 성이는 주연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 으응."

주연은 너무나 크고 맑은 눈을 가진 성이를 보면서 어떻게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었다. 성이는 다시 주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엄마! 정말 내 엄마 맞죠? 엄마! 엄마!"

주연은 그러한 성이가 가여워졌다.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유비는 주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며 가슴이 아파 외면하고 말았다. 지금껏 자신의 발목을 조이며 살 속을 파고 든 가시 올가미를 벗겨 빼내는 아픔이었다.

주연은 성이를 안고 아니 성이가 주연의 품에서 떨어지지를 않아 그대로 무릎위에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 옆으로 유비가 앉아 모자의 상봉을 떨리는 가슴으로 환영하며 바라보았다.

 

작고 토실한 성이의 손을 쥐고 있던 주연은 왠지 정감이 가는 아이, 전혀 낯설지 않은 얼굴,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에 마치 자석에 끌리 듯 마음을 열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성이를 끌어안는 순간 이미 모성이 터져 울컥해졌고 결국 인연의 끈이 엮였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결심은 순간이었다

 

성이가 가여워 보였고 그런 성이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이유를 만들어 내었다. 유비의 아내가 되어주는 것 보다 더 큰 거부 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고리가 걸린 느낌이랄까. 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주연을 바라보던 유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고마워서였지만 말 할 수 없는 아픔에서였기도 했다

 

유비의 마음을 읽어낼 리 없는 주연은 자신의 선택에 감사해 하는 거라 짐작하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섯 살 성이는 그저 엄마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며 마냥 좋아했다.

 

주연은 유비의 어머니께 첫 인사를 하였다. 나이는 오십대 중반이라지만, 눈가의 잔주름 외에는 평평한 얼굴에 인품이 풍겨져 마음에 들었다. 일단 같이 살아가는데 정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유비의 어머니 황 여사는 주연이 스물한 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체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 초면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유비는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밖으로 들릴 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하지만 애써 숨을 길게 들이 마시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황 여사는 주연에게 성이의 엄마가 되어 주어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빈 말이 아님을 안다는 듯 주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는 인연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며 황 여사는 하느님께도 감사한다 했다.

유비도 따라 웃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던 황 여사는 염치없지만 누구보다 유비를 더 사랑하고 아내로써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악몽에서 결혼 생활이 순탄하게 나아갈 지 확실한 자신감은 없었다

하지만 성이를 보고 성이를 자식으로 길러 보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어떠한 난관도 이겨내 보리라고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다짐을 하였다.

 

유비는 주연을 보면서 스쳐지나가는 환상이 떠올라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깨 부셨다. 절대로 말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감옥에서 드디어 빠져 나올 수 있는 희망이 생기고 있었다

지겹게 자신을 괴롭히던 죄의식을 이제 더는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즐거워지고 있었다.

 

유비는 오직 주연에 의해서 주연이를 위한 주연의 행복이 자신에게는 천국임을 만천하에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세상에는 어서 널리 알리고 싶어 흥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지나온 세월만큼은 다시 살고 난 후에야 가능하겠지.

 

유비는 주연을 의식하며 커피 잔을 들었다. 주연은 그런 유비의 마음을 모르는 채 두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커피 잔에 잠시 마음을 놓고 있었다. 유비와 주연을 앞에 두고 황 여사는 오랜 시름을 토해 내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