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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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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BY 화란 2008-01-28

오후 7시 30분 요리채널에서는 전국의 맛집에 관한 방송이 맛깔스럽게

진행이 되고 있다.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딩동"

초인종 울리는 소리...이 시각에 올사람은 남편?아니면 석호?...

서둘러 뛰어나가 문을 여니

비에 정장바지밑단이 조금 젖은채 불편한 표정의 남편이 서있다.

"어서와요"

남편은 가만히 나를 바라다 보고는 신발을 벗고 곧장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의 정장바지 밑단에서 뭍어나오는 거실 바닥의 물길이

그의 기분을 나타내는듯 불편하다.

 

그는 언제나 정장차림에 금테안경을 끼고 말쑥한 모습이다.

67이나 되었지만 그는 언제나 차림새에 신중을 기한다.

넥타이를 하지 않으면 경박스러운 것이라는 그는 석호를 못마땅해 하곤한다.

 

오늘은 비도 오는데 무슨일로 나갔다 온건지

궁금증은 많지만 그에게는 쉽게 물어보기가 힘들다.

 

거실바닥의 물을 닦아내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그는 벌써 기본 폴로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차림이다.

"윗옷과 바지를 옷걸이에 걸어서 밤색 정장뒤에 우선 둬'

"네"

"내일 아침에 세탁소에 드라이 맡겨? 알았어?"

"네"

"왜 이렇게 조용해? 혜지는?"

그는 딸아이를 가장 아낀다. 언제나 혜지를 먼저 묻곤한다.

"오늘 과제할께 있어서 좀 늦는데요."

"여자애가 비도 오는데 이렇게 늦게나 들어오고"

그는 혜지의 귀가시간에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곤 한다.

"석호는?"

"아직 안왔는데 전화한번 할께요. 씻고 나와서 식사하세요"

서둘러 밑단이 조금 젖은 그의 바지와 윗도리를 그가 시키는대로 걸어두고

나왔다.

그와는 35년을 같이 살아왔지만 그는 언제나 사람을 긴장시키는 그 무언가가 있다.

난 그의 깔끔함이 원인이라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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