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있다. 빗방울 소리가 조롱조롱....내 마음의 우물에 한방울씩
떨어지는 듯 하다.
해는 넘어가서 하늘을 누군가가 주황색으로 물을 들인듯 색감이 아름답고
비는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고 있다.
우기가 집으로 들어오는걸 막아볼 심산으로 커튼을 치고
커피를 한잔 마셔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떨리는 것 같고 잠을 못이루는데 오늘은
한잔 마시고 싶다. 비가 오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이 고요한 황홀감을
완성시키기에 커피향만한게 없을듯 싶은 생각이 든다.
'원두가 있을텐데...'
주방 싱크대의 슬라이딩장을 열어보니 아이리쉬 크림이라고 경쾌하게
적어놓은 병이 하나가 보인다.
혜지가 마실려고 사다놓고 이름을 적었나 보다.
아이의 성격 만큼 필체가 경쾌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붉은 커피메이커에 원두가루를 한스픈 넣고 커피가 내려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한가롭고 너무 행복하다.
오늘은 예쁘고 화려한 잔에 커피를 마셔야겠다 싶어 잔을 찾아보니
금띠가 둘러진 이쁜 영국산 도자기가 보인다.
적격이라는 생각에 무언가 이룬것 같은 성취감 마져 감돈다.
아이리쉬 크림의 향기는 따뜻하다.
커피를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이런 향을 맡을때마다 한모금이 간절해진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엄마 혜지야. 나 오늘 좀 늦을꺼 같은데..."
"왜?"
"과제가 있는데 미희랑 같이 해야되. 조금 늦을꺼야 한 9시쯤 갈께'
"알았어. 비오는데 우산있어?"
"있어. 그렇게 알고 있어. 끊어"
응 소리를 맺기도 전에 성격급한 혜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혜지는 언제나 쾌활하고 바쁘다.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나랑은 성격이
반대라서 난 언제나 혜지의 밝음이 부럽다.
반쯤 마셨을 무렵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30분을 알린다.
저녁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늘상 해오던 밥 준비를 위해 쌀을 씻고 냉장고를 기웃거리며
찬거리를 장만한다.
오늘은 고등어를 굽고 김치찌개를 끓여야 겠다.
나이가 60이 다 되어 가다 보니 음식하는것은 정말이지 이력이 난다.
간을 보지 않아도 손의 기억에 따라 요리가 되어지는 듯 하다.
김치를 썰어 찌개 냄비에 넣고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다.
남편은 돼지를 넣은 김치찌개를 싫어하고
석호는 돼지가 들어간 김치찌개만을 먹는다.
싫어하는 것보다 먹지못하는 일이 더 괴로울듯 싶어 오늘은 아들의
취향대로 긇여야겠다. 마음을 먹은게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