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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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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10-19

삼척 촬영을 마치고 미니 종파티가 있었다.

제대로된 쫑파티는 서울서 하겠지만 삼척이라는 바닷가온김에 뭐처럼 회놓고 즐겁게 회식을 시작했다.

모래위에 조명으로 불 밝히고 하는 회식은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모두 즐겁게 술잔이 오가고 서로 즐거워하지만 아무도 나에게는 술잔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나를 챙기던 대성이는 감독님 옆에서 꼼짝못하고 있고...

조용히 일어나 저만치 떨어진 불빛이 닫지 않는 바닷가로 나갔다.

철렁 찰랑 파도소리를 들으니 옛생각이 났다.

바닷가에 작은 집 짖고 사랑이 소망이랑 행복하게 살줄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큰 꿈을 꾸었던 걸까? 불질없는 꿈?

모래 위에 행복이란 글자를 쓰고 예쁘게 꾸미고 있었다.

"한잔 권하기 힘드네요."

뒤를 돌아보니 태양군이 소주한병을 들고 서있었다.

"소주 한잔 권하려고 내 이리 먼데까지 들고 와야 해요?"

태양군은 종이컵을 내밀고 가득 소주를 채웠다. 그리고 자신은 병을든 채로 건배를 외치고 한모금 마셨다.

나도 태양이를 멍하고 보다 종이컵게 가득한 조주를 입에 대었다.

소주의 쓴 맛이 온몸으로 퍼지며 추위을 몰아냈다.

"전 스튜디오 작업 안하니까. 이젠 자주 못뵙겠네요."

"고마워..."

태양군의 말에 정말 엉뚱한 답이었지만 내 입에서는 불쑥 그 말이 나가고 말았다.

"뭐가요? 끈금없이요.."

"나 소주줘서. 무지 먹고 싶었는데 아무도 안주더라. 그게 내 현실이지만.."

한참을 말없이 태양군과 나는 소주를 홀짝 홀짝 마시며 검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 바로 강대박 감독님 영화에 합류해요."

"그래? 잘됬다. 넌 일 잘하고 열심히 하니 감도님 들이 좋아하실거야..."

부러웠다.

난 이일하면 이제 끝인데..

시나리오를 내가 들고 왔기때문에 그나마 할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나랑 같이 강대박 감독님 한테 가실래요?"

??

"강대박 감독님께 말씀은 드려봐야 하겠지만 은수정씨 생각 있으시면 말씀드려볼려고요."

인석 무슨 생각하는거야?

내가 해주면야 무조건 땡큐지...

"기분나쁘게 들으셔도 상관 없어요. 제가 본 은수정씨는 아직 시나리오 작가로는 너무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이곳 생리도 모르면서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요. 그러니 강대박 감독님께 좀 배우시면서 천천히 시나리오 작업하셨으면 해서요. 지금은 의욕만 앞서지 그만큼의 성과는 없어요."

그래 이녀석 말이 다 맞다.

현장을 모르고 쓴 내 시나리오는 모두 허상일뿐이었다.

결국 원본을 알아볼수 없을 만큼 누더기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 지금의 내 시나리오다.

"그리고 하나더 "

인석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일까?

"여자 스태프하고 친해지세요. 나는 딴세상 사람이다 하는 식으로 보호막을 치고 계시지 말고요."

"보호막?"

"은수정씨는 가까이 다가갈수 없게하는 막이 보여요. 스스로 그 막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막안으로 놀러가지 않아요. 이바닥이 스켄들도 많고 가십거리도 많은 곳이지만 나를 알아주고 나랑 통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런것들도 이길수 있어요."

....

한참의 침묵...

태양군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내 보호막...

태양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터는 바람에 내 얼굴로 모래가 날렸다.

"이제 가시죠. 저기 분위기도 거의 파장인것 같은데... "

태양군이 성큼성큰 조명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한참을 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가 한발 한발 조심스레 조명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