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10시에 박용준 기자회견이 있다고 한다.
대성이는 이른 아침부터 우리집에 와서 쓸데없이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아이들과 장난치고 있다.
9시 반에 아이들 어린이집 차를 태우러 나갈때도 감시하는 것인지 보호하는 것인지 우리옆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하루는 감독님께 허락 받았다고 하며 촬영장에 안나가도 된다고 동이 트자 마자 집에 처들어온 대성이는 부산스런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떠난 집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여러 벌의 옷을 입어보고서야 꼭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나서는 소망이 덕분에 서랍에 있는 옷 대부분이 바닥에서 뒹굴고 있고 아침밥을 어찌 먹었는지 밥알은 사방에 붙어있다.
촬영장에 서둘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면 나는 라디오를 크게 틀고 청소를 시작하곤 했었다.
오늘도 아이들을 배웅하고 들어오자 마자 라디오 볼륨을 올리는데 대성이가 라디오를 꺼버린다.
"야.. 너 뭐하는거야?"
"오늘 라디오는 재미 없고요. 저 이 음악어때요.."
누가 봐도 어색하게 대성이는 CD를 뒤져 대충 음악 한장을 오디오로 넣었다.
대성이의 행동이 대충은 짐작이 간다.
용준씨가 하는 기자회견의 내용이 대충은 무엇인지 알기에 대성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수 있다. 고맙다 대성아. 네 마음이 공기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어.
나 상처입을까봐, 내가 자존심 상할까봐 그러는것 알아..
그런데 대성아.
애 둘딸린 여자는 자존심.. 그런거 없어.
어떻하던 애들하고 먹고 살아야 하기때문에. 자존심.. 그런거 사치스럽게 거느리고 다닐 여유가 없어.
도둑질 아니고 사람죽이는 일 아니면 뭐든 다 할수 있고, 내 아이들에게 상처주고 무시하는일 아니면 내 자존심따위는 이미 엿바꿔 먹을지 오래됐어.
대성이의 안절 부절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정말 이쁜놈이다.
커다란 덩치에 수염도 못깎은 귀여운 산적이다.
대성이가 아무리 커도 내눈에는 왜이리 귀엽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