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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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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8-28

침묵...

어색해서 싫다.

난 이런상황이 너무 싫다.

숨쉬는 내 숨소리가 무슨 기차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린다.

목을 돌릴때마다 머리카락이 옷깃에 스치는 소리가 확대 되서 들린다.

누가 이 침묵을 깨주었으면...

"나한테 말해줄수 없어요?"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가 어느새 내 바로 코앞에 서있는 것이다.

남자의 눈이 똑바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를 피할곳도 없고, 피할수도 없이 오로지 나만을 향해 그 눈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 바보 아니에요. 지금까지 수정씨가 격는일 옆에서 봤던 사람입니다. "

잠깐의 정적

마치 수천년의 세월인 것만 같았다.

뭐라고 말하지 ?

입이 너무 무겁다.

달짝달짝입술을 움직이지만 입술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말할까요?"

남자는 내 대답은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내 대답따위는 들을 생각이 없었던 사람처럼.

"내가 본 은수정씨는. 아니 수정씨와 아이들은 모두 위험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아이들의 아빠이고 은수정씨의 남편이란 사람이고요."

꼴깍.. 침넘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혹시 저 남자가 들은 것은 아닐까?

"내가 은수정씨를 도와 주겠다고 하는것은 사랑이 소망이 때문입니다. 처음에 두 아이를 데리고 무조건 서울로 향하는 수정씨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무슨 사연이 있겠지. 그런데 그 사연이 무엇이든지 상대가 아빠인데.. 왜 저렇게 할까 은수정씨가 좀 오버하는것 아닌가 했어요. "

남자가 책상위의 서류를 들어올렸다.

"이 봉투안의 서류들 이거.. 은수정씨 혼자서는 상대도 안된다는 겁니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말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이 남자가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것인지.. 머리가 혼란 스럽다. 어지럽다. 속이 미싯거린다.

"이봐요.. 정신 똑바로 차려요. 안그러면 두 아이모두 불행으로 처박는 한심한 엄마가 될겁니까? 어서 정신 차려요."

"잠깐만여.."

겨우 입이 떨어졌다.

"잠깐만요.. 나좀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의자위로 몸을 쏟아 부었다.

모르겠다. 너무 어지럽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오늘은 너무 어지러워서 들어가 봐야겠어요."

어떻게 인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모가 뭔지...

집에들어서니 아이들이 앞치마를 하고 뽀얗게 밀가루 번벅이 되어서 수제비 반죽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성이가 앞치마를 아이들과 함께 식탁위에 앉아서 얼굴에 밀가루를 묻히고 있었다.

"어? 빨리들어오시네요."

"엄마.. 오빠랑..우리.. 쭈구....했어..."

사랑이가 한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행복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 사랑이 뭐만들어?"

"엄마.. 쭈구 해줄게.. 맛나게.. 기다려.."

오물 조물.. 반죽색이 약간 회색빛이 도는 듯 했다.

화장실 문고리와 주방은 이미 온통 흰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애고.. 이거 청소 어찌 하라고..우리집도 아닌데.."

입에서 한숨과 함께 소리가 나왔다.

"제가 다 청소하고 갈게요.. 선생님은 수제비 드시고 여왕 처럼 영화 보고 계시면 되요."

"영화"

"아이들하고 월이 빌려왔어요."

갖가지 모양의 수제비를 먹고 소파위에 조로록 앉아있었다.

토끼수제비, 주먹수제비, 사랑이 소망이가 만든 기기묘묘한 수제비덕에 먹는 내내 보물 찾기를 해야만 했었다.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는 나를 대성이는 굵은 팔로 밀어내고 큰 키를 구불여 설거지를 마치고 따끈한 커피 한잔도 서비스해 주었다.

소파에 깊숙히 묻혀 보는 영화, 그리고 커피...

온몸의 뉴런이 느슨하게 풀어지고 있었다.

사랑이 소망이도 어느새 새근 새근 자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길어졌지?

마냥 애기인줄만 알았던 사랑이 자는 길이가 꽤길다.

"선생님 제가 좀 도우면 안될까요?"

??

"이젠 더이상 모른척 하기가 힘드네요. 저 선생님 힘든것 알고 있어요. 이번 소송에 선생님 남편분이 저를 선생님 내연남으로 법원에 넣은 것도요."

미안한 마음이 확 올라왔다.

" 일부러 그런것 아니야. 미안해 대성아. 너 한테 피해 안가게 최대한.."

"저한테 피해가 되서 드리는 말씀 아니에요. 전 선생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사랑이 소망이도요. 그래서 도와드리고 싶은거에요. 오늘 그 말씀드리려고 영화사 갔었어요. 말씀 못드리고 왔지만..."

대성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쩌나..

저렇게 착한 녀석이..

"선생님.. 저 그리고.. 그 형... 용준이형.."

"스켄들 조심하세요. 지금 선생님 스켄들 기사 나면 별로 좋을것 없잖아요."

"스켄들?"

대성이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용준형이 뭐하는 사람인지 정말 모르시는 거에요?"

영화스테프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모르네..

"무슨일 하는데?"

"정말 몰라요? 혹시 tv나 영화에서 스치면서도 본 기억 없어요?"

"TV? 영화? 그사람이 왜? 배우야?"

대성이가 큰 소리로 껄껄 웃기 시작했다.

"정말.. 선생님을 누가말려... 용준이형이 들으면 까무러 치겠네요. 박용준.. 천상의 하모니 주인공이에요."

"???"

"천상의 하모니가 뭔데?"

"욱... 천상의 하모니... TV미니시리즈... 수목 미니 시리즈요."

나는 고개를 끄덕 거릴 뿐이었다.

TV란 것을 보고 산지가 어언 10년은 되는것 같다..

그사람 배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