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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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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7-20

뭐가 뭔지 모르겠다.

추책없는 눈물이 자꾸 흘러 내린다.

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그렇겠지.

훌쩍훌쩍 하다가 갑자기 이를 바드득 갈고..

아주 많이 정신이 나간것 같은 내 옆에 누가 앉고 싶을까?

 

버스가 휴게소에 서는 것 같았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원래 멀미가 심한 나인데..

멀미도 안하고 잠도 안자고 여기까지 오다니..

인간의 몸은 참 신기하다.

 

"이거 한잔 마셔요."

어?

무슨소리야?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가 손에 카모마일 향이 가득한 컵을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이 참 깊다. 그러고 보니 남자의 눈을 처음으로 똑바로 본것같다.

저렇게 깊은 눈빛을 가졌었나?

남자는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옆에 앉아 다시 컵을 내밀었다.

 

"자 한잔 마시고 깊게 숨 내숴봐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자를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자 일단은 마셔요. 물어볼말은 좀 정신좀 가다듬고 해요. 옆에서 보니 완전히 정신 나간 여자같이 하고 있던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정신을 차리고 가요. 그 상태로 가다간 백발백중 일 그릇쳐요."

남자에게서 컵을 받아서 코로 가져갔다.

상큼한 향이 콧속을 가득 간지럽혔다.

다신 컵을 입으로 가져가 한모금 마셨다.

머리속에 어리럽게 날리는 생각들이 살포시 땅으로 내려 앉는 듯 했다.

 

"일어나세요. 다 왔어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눈에 많이 익은 초라한 버스 터미널이 보였고, 버스 안에는 나와 그남자 둘만이 남아있었다.

 

"뭔 잠을 그렇게 푹자요. 여기가 자기집 안방인줄 알아요? 아 어깨아퍼."

남자는 기지개를 펴며 어깨를 주물렀다.

 

"코까기 골며.. 아봐 침흘렀잔아요."

남자가 어깨를 툭툭 털며 투덜댔다.

"어.. 죄송해요. 세탁은 서울가서 해드릴게요."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는데 남자도 따라탔다.

이 남자는 왜 타는 거지?

"어디가시는데요?"

내 물음에 남자는 어깨만 으슥해 보일뿐이었다.

"그쪽일부터 봐요."

"아저씨 햇님 어린이집이요."

차가 출발했다.

 

종일반 아이들은 모두 집에간 시간이라 어린이집에는 네명의 아이만 남아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놀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이 창문밖에 나를 보더니 밖으로 나왔다.

"전화받고 바로 출발하셨네요. 이시간에 .."

원장선생님은 무슨말을 하려다 그 남자를 보고 네게 누구냐는 눈치를 주었다.

아참 이 남자가 있었지!

"저..."

남자는 옆집에 묶여있는 강아지에게로  멀찍이 자리를 옮겨 주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어려운 일에 휘말리게 해서요."

"소망어머니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아버지가 데려가시겠다고 하면 저희도 더이상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우리가 아버님얼굴을 모른다고 우겨서 됬지만, 두번은 안될겁니다."

내 입가에는 웃음이 머물러 있었다.이순간에 왜 웃음이 나오지.

 

"집에서 짐 챙겨올때 까지만 아이들좀 봐주세요. 오늘데리고 갈게요."

"어머.. 그렇게 바로 데리고 가시게요?"

원장의 머리속에 많은 계산이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집으로 가기전에 은빈네에 전화를 걸어 집에 남편이란 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섰다.

집에 들어서서 야밤 도주 하듯이 눈에 보이는 대로 아이들옷가지와 짐을 챙겼다.

그런데 왜 이리 눈물이 나지?

내가 왜 이런꼴을 당해야 하지?

짐을 챙겨 나서려다 다시 들어섰다.

이제는 책상과 책장을 뒤졌다.

조금이라도 서류 같은것이 있으면 모조리 가방에 쑤서 넣었다.

 

내 이집에 너와 부부라는 이름으로 다시 들어올일 없을것이다.

이집에 내가 다시 들어올때, 그때는 너와나는 남남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