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여섯 쪼로록 누워 발바닥 길이 재고 있다.
나, 소망, 사랑, 은빈, 수빈, 은빈엄마.
네 아이는 들고 뛰고, 먹고, 그러다 콜콜 잠이 들었다.
은빈엄마와 나는 조용히 맥주 한잔을 꺼냈다.
은은한 조명의 식탁에서 맥주 한잔 따르고 아이들 자는 모습을 바라봤다.
은빈엄마도 아까운 엘리트가 이러구 지낸다.
"자기야! 우리 딸들은 우리처럼 살지 않게 잘키워. 자 건배"
"야! 키 ! 타"
쭉... 한번에 들이켰다.
"어?? 원샷이 아니고 완샷이었어?"
은빈엄마의 귀여운 질문.
내 빈 잔을 본 은빈엄마가 내려놓으려던 잔을 들어 다시 다 마시고 내려놨다.
"난 그래도 자기가 부럽다."
어? 이건 뭔소리?
내가?
"그래도 자기는 앞으로 갈 준비하잖아. 난 그대로야. 이젠 다시 날아오를 자신이 없다. 그냥 아이들을 키우는 거름으로 살아야 할것 같아."
난 아무 대답도 못하고 다시 한잔을 마셨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나온 은빈엄마도 사랑하나 믿고 결혼해 지금 이렇게 지낸다
공부만 잘하는 바보들.
사람보는 눈은 전혀 없고, 오로지 내 똑똑한 내멋에 겨워살았던 세월...
"참.. 자기 알고 있었지?"
"어? 뭐?"
"소망아빠 여자 있는거."
내 입에서 썩소가 나왔다.
"어.. 아니 그럴거라 예상했어."
"그 상대도 알아?"
"아니 알고싶지도 않아. 그냥 그 사람은 나에게 투명인간이야. 아니다. 그것도 사치다. 그냥 하나의 가구야. 있든 없든 상관없고, 집의 한 구석을 차지해서 청소하기 힘들게 만드는 그런 존재일 뿐이야."
"그래.. 그럼.. 나도 예기 안할게."
다시 맥주 한잔을 꿀꺽했다.
그렇게 아까운 하루가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