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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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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7-13

야호....

대성아 오늘 내가 한턱낼게..

우리 뭐먹을래?

 

계약서에 싸인하고 나왔다.

500만원.

일반 시나리오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이건 행운이다.

하치국 감독이 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준단다.

내가 500만원을 내고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돈도 주신단다.

 

거기다 스태프로 일할 기회도 주셨다.

시나리오는 아주 많이 수정을 봐야하지만 그 감각을 그대로 현장에 옮기도록 배려해 주신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며 시나리오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은 작품에 도움이 될거라고...

세상살다 보니 이런 행운이.

대성아.

네가 내 복돼진가 보다.

고맙다..

 

내 인생의 천사.

아니 제비..

박씨물어다준 제비..

대성아. 고맙다.

 

소망아 사랑아. 조금만.. 기다려줘.

 

영화는 두달후부터 크랭크 인 하기로 되었다.

그 사이 나는 바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이혼소송.

인지대 7만원 없어서 접수도 하지 못하고 울며 울며 나왔던 속초 법원에 다시 들어섰다.

변호사 비숑 3백만원.

인지대, 송달료 합해서 50만원.

 

이렇게 계약금이 다 날아갔다.

그래도 마음은 시원했다.

변호사에게 모든 서류를 넘겨주고 나오는데.

왜 눈에는 또 주책스런 눈물이 날까?

 

어린이집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을 창문너머로 보았다.

많이 켰다.

이젠 제법 아가씨 티나나네.

사랑이가 먼저 엄마를 발견하고 쪼로록 달려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으로 갔다.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소망이 사랑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제일먼저 옷가게에 들렸다.

두 아이에게 예쁜 분홍색 원피스 한벌과 나플나플 레이스수가 놓인 바지와 예쁜 곰이 그려져 있는 T셔츠를 샀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오뎅이라 떡볶기 순대를 사먹었다.

떡볶기 소스에 순대 꾹 찍어먹는 소망이.

"어머 엄마도 그렇게 먹는것 좋아하는데.. 우리 소망이도 그렇게 먹는구나."

그소리 듣자마자 사랑이가 순대를 집어서 떡뽁기 고추장에 푹 찍었다.

"사랑아.. 매워"미처 말릴 시간도 없이 사랑이가 입에 쏙 넣어버렸다.

그리고 물을 한통을 마시고 배불러서 더이상 순대는 못먹었다.

우리셋을 한참을 시장을쏘다녔다.

 

"엄마. 새우"

사랑이가 난전에 앉아서 생성을 파는 할머니 좌판을 가리켰다.

제철인 보리새우가 팔닥 팔닥 뛰고 있었다.

"엄마... 먹고 싶어."

꽁!

소망이가 사랑이 머리를 쥐어박았다.

"오늘 엄마 돈 많이썻어. 안돼"

소망아...

미안해..

너에게 그런걱정까지 시켜서..

"아니야.. 오늘 엄마돈 많아.. "

소망이 사랑이가 똘망 똘망 처다봤다.

"이제부터 엄마 맨날 맨날 돈 많을거야."

 

새우, 게, 삼겹살.....

과자. 아이스크림...

들을수 없을만큼 두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

집에 환기라고는 전혀 시키지 않았는지..

들어서자마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들...

 

문을 활짝열고 요리와 청소를 동시에 하기 시작했다.

가스랜지위의 냄비에서는 보글보글 게와 새우가 익어가고, 청소기 윙윙 돌리고 세탁기에 이불이고 베게고 넣어서 돌리고... 걸래 빨아 닦아내고..

휴...

벌써 해는 지고 깜깜한 어둠이 창밖에 있었다.

 

열려 있는 현관문 밖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자기 언제왔어?"

소망이 친구 은빈이와은빈엄마가 들어섰다.

 

"이젠 안가는거야? 어찌됬어?"

은빈 엄마의 질문이 소나기 처럼 퍼부었다.

"은빈이 많이컸네.. 어머 키가 소망이 보다 크네.. 예전에는 소망이가 컸는데.."

엄마가 있어야 먹을것을 챙겨줄텐데..

먹는게 부실하니 키가 많이 못컸지.. 우리 소망이..

"자기야.. 우리집 가서 예기하자... 소망아빠 오면 나 좀 불편해.."

 

은빈네로 옮긴 우리는 자장면에 탕수육을 시켜서 먹었다.

저녁으로 부터의 해방.

하루만의 해방이지만 그래도 좋다.

은빈아빠도 오늘은 출장이란다.

잘됬다.

오늘 여기서 신세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