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이러지?
이상하다.
어
지구가 돈다.
나 술안먹었는데..
아!! 잘잤다..
어? 근데 내가 언제 침대에 누워서 잤지?
기억이 없네...
일어나 갸우뚱 갸우뚱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대성이녀석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해가 아직 있는데.
들어오네.
거실로 나갔는데.
대성이가 아닌 낮선 그림자가 주방에 서 있었다.
"으으윽..."
이건 왠 시추에이션.
아악..하고 경쾌한 소리가 아니라.. 으으윽이라니..
말도 못하고 소리도 제대로 안나온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그림자가 쓱 돌어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온다.
"으.. 으.. 윽...."
여전히 내 입에서는 소리지르는 것도 아니고 안 지르는 것도 아닌 소리가 이빨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소리지르려면 시원하게 질러야지.. 어디 그래서 누가 구하러 오겠어요? "
아..
이 목소리 막이 낯이 익는데...
고개를 들었다.
어서 봤는데..
아... 그 개념 풍선 터뜨린자..
이자가 왜??
"왜.. 잘생긴 남자와 둘이있으니 부끄러워 소리지는 척은 해야 겠고, 속은 내심 좋고,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소리 지르려면 제대로 지르고 좋은면 그냥 좋다고 하고..."
남자는 다시 부엌으로 갔다.
뭐 저런 자가 다있어?
정말 어릴때 가정교육 중요하다니깐...
보고 배운게 없으니 저렇게 예의란게 없지..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그리고 왜 남의 부엌에 함부러 들어가요?"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떨었다.
괜히 엉덩방아만 쪘네...
부엌쪽으로 다가가는데. 남자가 갑자기 나를 잡아서 식탁의자에 앉혔다.
이건 또뭐야...
그리고 뒤로돌아 남자는 그릇을 꺼내 죽을 한그릇 덜어 내 앞에 툭 소리가 나게 놓았다.
남자는 식탁 반대편으로 가서 앉았다.
"이거 다 먹어요. 과로에 영양실조랍니다."
앵?
누가?
자기가?
그런데 왜 여기서 밥달래...
이사람 뭐야?
"사람이 미련해 보이기는 하더구만. 정말 곰이네요. 좀 사이콘줄 알았지. 뭔 사람이 그리 미련해요."
잠만 이게 뭔 시추에이션?
곰?
누가?
잠만.. 이게 뭐야?
"지금 얼떨떨하죠.. 어디 화성이라도 온것 갔죠?"
끄덕끄덕..
말할 입도 어디 있는지 못찾겠다.
"집앞에 쓰려져 있던데요. 얼굴도 그때 꺄졌나 봐요."
얼굴?
앗! 따가..
손이 얼굴로 갔는데. 때꼼하다..
까졌다고.. 애고... 그래도 반반한것은 얼굴뿐이었는데..
"의사 다녀갔어요. 과로에 수면부족이래요. 그리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고..... 대성이가 눈치밥 줘요? 못먹고 다니게."
"무슨소리에요? 대성이가 얼마나 착한앤데.. 요즘 애들 아니에요. 애가 예으도 바르고, 정도 있고, 거기다 실려고 있고,..." 남자를 흘긋 처다봤다.
"누구랑은 급 자체가 다르죠.. 남의집에 함부로 드나드는 사람하고는.. 우리 대성이가요. "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됬어요. 됬어요. 우리 대성이. 우리대성이.. 누가보면 아들인줄 알겠네.. 어서 죽이나 먹어요.거 사오느라고 한참 땀뺐구만."
아!. 죽이있었지...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고소한 참깨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아들은 그래도 좀 심하죠.. 이모면 모를까... 난 대성이 남이라고 생각해본적 없어요. 그리고 이 죽 맛있네요. 잘끓이시네요. 근데. 울집 전복 없는데? 사오셨어요?"
숟가락을 쪽쪽 빨아 먹으며 말을 했다.
"이모는 무슨... 그거 죽집에서 사온거에요. 그런것도 안사먹어 봤어요? 내가 무슨 정성이 뻤첬다고 죽을 끓여줘요. 내 얼마나 바쁜사람인데..."
남자는 삐쭉빼쭉하고 앉아있었다.
"바쁘사람이 이리 간호해 주셔서 넘 감사한데요. 나두 바쁜사람이거든요?"
내 마음하고 다르게 말은 툭툭나가고 있었다.
사실은 이죽 정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할생각이었는데. 왜 그말이 안나가고 다른 말이 나가지?
"그럼 마저 먹어요. 난 이만 가볼게요."
남자가 일어서서 나갔다.
"어. 대성이 만나러 온것 아니에요? "
남자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질렀다.
왜?
조금이라도 더 있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걸까?
아닌데.
그냥 아프니까 좀 약해진 것일뿐이야.
대성이 빨리들어와라...
죽 한숟가락 크게 퍼서 입안에 가득 넣었다.
그런데 허전한 가슴은 뭐로 채우지?
과로!. 그래도 좀 무리하긴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