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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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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6-23

아!!. 정말.

난 왜 캔뚜겅을 이렇게 못따는 걸가?

손톱이 약한가?

그러고 보니 지금 남편을 처음 만날때도 내가 캔을 못따고 절절맬때 와서 따주었었는데.

그게 첫마디였는데..

 

캔뚜껑을 못따고 절절매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캔을 뺏어가 버렸다.

놀라 고개를 들고 처다보니.

앞에는 모자를 푹 눌러쓴 키 큰 남자가 캔을 들고 똑 따는 것이었다.

 

"뭐에요?"

화가 잔뜩나서 말하는데 그 남자는 아무말 없이 캔을 다시 돌려주고 가버린다.

나참. 뭐 저런 인간이 다있어?
기왕에 따줄거면 말이나 하던가.

벌컥벌컥 캔을 마시는데.

그 남자가 들어가는 집이 울집이네.

아니 정확히는 대성이집.

어...

대성이가 모시고온 손님중 한명인가 보네.

그럼 아직 손님들이 가지 않았다는 예긴데..

그럼 좀 더 놀아야 겠네..

어딜가지?

 

평상위에 앉아서 한참을 더 그러고 있었다.

동네 꼬마녀석들이 조그만 오락기에 앉아서 오락하는 것도 구경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옷매무새도 구경하고.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집쪽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한 열명은 되는가 보다.

그 좁은 집에 뭔 사람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 있었어?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대성이가 사람들을 배웅하고 나서야 가계에서 나왔다.

"대성아!"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가려는 대성이를 불렀다.

뒤돌아보는 대성이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선생님"

대성이는 미처 집에 들어서지도 못한 나한테 오늘의 파티를 설명하느라 목소리가 한껏 높아져 있었다.

거실부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술병과 통닭의 흔적들. 거기다 피자의 샬꼼한 냄새. 손잡이마다 묻어있는 끈끈한 것들..

휴..

이거 청소하려면 고생좀 하겠다.

홍조띤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대성이가 90도 인사를 꾸먹하고 자러들어간다고 인사를 했다.

"참.. 내일아침에 해장국좀 부탁드릴게요. 우리 감독님이 오늘 많이 취하셔서 집에 못가졌어요. 지금 제 방에서 자고 있어요. 그럼 선생님 부탁.."

반쯤 꼬부라진 혀로 꾸벅 인사하고 들어가는 대성이를 보면서 왜 웃음이 나는 걸까.

마냥 애인줄 알았더니.

귀엽다.

덩치만 컸지..

그나저나 이 집 다 치우려면 난 오늘 잠 다잤다.

그냥 걸래질만으로 안되서 물을 끌여 뜨거운물로 걸래를 자꾸 빨면서 방을 훔쳤다.

 

아침에 맛있게 북어국을 끓여놓고 대성이와 손님이 일어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영어 학원 가야할 시간이 되기도 했고, 아직은 남자의 냄새를 맞는 것이 싫었다.

그냥 속이 거북했다.

 

식탁을 정갈하게 차리고 작은 메모도 남겼다.

이른 아침의 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