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대로 시나리오 작가 함격자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예상은 했었는데.
그래도 좀 서운하다.
아카데미에 이번에 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우리중 아무도 안된것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걷으로는 축하 한다고 하겠지만 속은 아마도 쓰렸을 것이다.
나는 아주 절실히 그 일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그자의 굴레를 벋어 낼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글밖에 없으니까.
아카데미 사람들과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서로를 위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대성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왠일이지?
이녀석이 요즘 영화 FD한답시고 공부를 게을리 해서 안그래도 걱정인데
대성이 엄마가 아시면 얼마나 실망할까
고등학교 까지 단 한번도 한눈 팔지 않던 녀석이 다 늦게 영화란 것을 알고는 아주 정신을 못차린다.
처음에는 엑스트라로 선배따라 갔다고 하더니 이젠 아에 취직했다고 나서니..
며칠씩 집에 안들어오고 들어오는 날은 온갖 냄새를 몸에 달고 들어온다.
처음에는 무슨 유인원이 집에 들어오는줄 알고 기겁했었다.
지금은 다행이 여름방학이지만 개학하면 공부해야 하는데.
그래야 외교관 되지.
그러고 보니 영어 학원은 돈만 내놓고 몇번 가지도 않았네..
참. 대성이가 애 전화했느냐 하면 오늘 집에서 스태프 몇몇이 모여 라면 끓여 먹고 있다고 미리 신고하는 전화였다.
갑자기 집에 들어간 내가 놀랄까봐.
세심한 녀석..
대성이 신부 되는 여잔 좋겠다.
대성이 착하지 세심하지, 시어머니 자리 사람 좋지.
그래도 모르지..
먼데서 보는 사람이랑 막상 가족이 되고 나서는 다르니까.
집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왔지만 집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내가 들어가 흥이 깨질까봐.
아니 대성이가 나를 뭐라 소개할지 그것도 두려웠다.
예의바른 대성이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할거고 그러면 사람들은 무슨 선생, 어떤 관계인지 또 궁금해 할 것이다.
그렇게 자꾸 말이 이어지는 것이 싫다.
조금 말을 트면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
왜 가족과 떨어졌는지.
남편 직업은 뭔지..
난 그런 것들에 답 하기가 싫다.
아니 답 할수가 없다.
그게 내 쥐꼬리만한 자존심의 마지막 끝이니까..
집앞 구멍 가게에서 음료수 하나를 사서 가게앞에 평상에 앉았다.
평상에는 벌써 누가 다녀갔는지 소주 몇병이 누워있었다.
음료수 캔을 따려고 하는데..
잘 안따진다.
난 이거 왜 이렇게 못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