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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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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6-20

원고 제출을 마치고 뭐처럼 속초 집에 왔다.

그리고 아이들과 꿈같은 3일이 흘렀다.

남편이란 이름을 가진자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어깨에는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SUV차를 타고 사진 찍으러 나다녔다.

그 옆에는 항상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사진 찍으러 중국 계림에 간다는 그자의 도시락을 싸주었다.

곱게 싼 김밥위에 예쁘게 깨도 뿌려주었다.

 

애가 속이 없냐고?

내가 멍청해서 이러고 있냐고?


그럴수도 있겠지.

난. 그래도 나 나름대로 이혼 준비하고 있는거야.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여자에게 당하는 느낌이 어떤지 한번 보라고.

계림 까지는 비싸서 못가지만.

거금 300만원을 들여서 흥신소를 고용했다.

기간은 단 한달

한달에 300만원을 주었다.

그자는 사진 몇장과 카세트 테이프 하나만 주었다.

그러나 난 그것으로 충분했다.

 

300만원이란 돈은 엄마가 주신 귀금속을 팔아서 마련했다.

나 시집가면 주려고 계를 부어 하나하나 장만하실때 행복해하던 엄마 얼굴이 스쳤다.

그렇지만 미안해요. 엄마.

그 금부치를 내가 가지고 있는것 보다는 딸이 조금 덜 불행해 지기 위한 미천으로 쓸게요.

 

남자가 떠나고 세상은 더 행복해졌다.

거실에서 TV를 켜고 아이들과 둥글 둥글 거렸다.

정말 얼마만인가?

남자가 있을때는 우리는 거실에 나오질 않았다.

쫍아터진 아이방에서 셋이서 뽂짝뽂짝 거리고 있었지, 어느 누구도 남자와 한 공간에 있으려 하지 않았다.

 

집안 여기저기는 남자의 콤콤한 냄새가 배어있었다.

나는 모든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두 아이와 함께 대 청소를 시작했다.

이불을 내다 널고, 움직일수 있는 가구는 모두 들어서 집앞에 쌓아놓았다.

책장에 책도 정말 오랫만에 거풍을 하러 나들이 나왔다.

 

집안을 청소기로 밀고 걸래질 하고..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남자의 냄새가 사라진것 같았다.

옆에서 엄마를 따라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두 병아리가 삐약대고 있었다.

한팔에 하나씩 아이를 안고 일어서려다 그만 앞으로 꼬꾸라져 버렸다.

 

"애고. 우리 똥돼지들. 언제 이렇게 켰어? 이젠 엄마가 못안겠다."

까르르. 까르르..

뭐가 이렇게 좋지?

오늘 하루종일 웃었던것 같다.

그런데 뭐때문에 웃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냥하루종일 웃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내다 널때는 좋았는데.

이제 해지기 전에 저 밖에 있는 물건을 모두 안으로 들어놔야 하는데..

 

내놓때는 많다 생각 안했는데 들여놓으려고 하니 이건 태산이다.

"자 우리 누가 더 많이 들여서 쌓아놓나 시합하자."

엄마의 약은수..

ㅋㅋ

시합소리만 나오면 무조건 반사로 뛰어가는 아이들을 엄마는 이용한 것이지..

사악한 엄마..ㅎㅎ

작은 아이가 쪼그만 몸에 책을 무려 열권이나 쌓아올려 걸어들어왔다.

그러다가 문앞에서 쫘르륵 쏟아버렸다.

아뿔사.. 어디까지라고 말 안했다. 그냥 집이라고만 했지...

내 이마를 때렸다.

ㅎㅎ

아이가 던지고간 책을 정리해서 들여놓으러 갔는데, 책들 사이로 통장 하나가 보였다.

무슨통장이지?

통장은 열어보았다.

남편의 이름. 그리고 수년간의 통장기록이 고스란히 있었다.

4월 20일 화물차 공제 조합 6000만원 입금.

4월 21일 이 미 정 2000만원 계좌 이체..

 

...............

..............

 

이미정.

거너편에 살던 그 여자!

남편과 1년정도 만나던 그여자!

그 여자에게 2000만원을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