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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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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픽션일 뿐이고


BY 현정 2009-01-15

약혼식만이라도 간단히 치루자는 시어머니의 말에 아무 저항없이 그러기로 했다.

사시 패스해서 이제 연수원 들어가면 마담뚜가 달려들것이니 그 전에 확실하게 약혼식이라도 해두자는 시어머니의 말에 아무 저항을 할수가 없었다.

 

토요일 오후.

엄마병원에 잠깐 들렸다가 약혼식 드래스 가봉하러 가기로 시어머니와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엄마병실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다.

엄마만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다.

 

잠을 자는지 아무 반응이 없다.

'엄마 나왔어..'

그래도 묵묵부답...

흔들어봤다.

아무 대답이 없다.

 

'우리엄마 언제 부터 주무셨어요?'

옆에 아주머니께 물으니 벌써 아침부터 주무시고 계시다고 했다.

아빠도 언니도 어제부터 없었다고 하신다.

간호사실로 뛰어갔다.

뭔가 이상하다.

아침부터?

그럼 벌써 5시간 이상 인데..

간호사들이 엄마 상태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분주해진다.

그리고 바로 응급 수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술실 앞에 혼자 있는데..

왜이리 눈물이 나지?

엄마가 왜 저렇게 외롭게 혼자 병실에서 의식을 잃어야만 하지?

남편도 자식도 다 있는데.. 왜?

나 잘난 자식 만들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는?

좋은 대학갔다고. 좋은 직장갔다고 좋아하던 엄마는?

좋은 신랑감 만났다고 좋아하던 엄마는?

그런데 엄마에겐 뭐가 있어?

 

나 잘될동안 엄마에겐 뭐가 남은거야?

 

몇시간이 지났을까?

수술실 문이 얼리고 엄마가 나왔다.

 

'이차 출혈은 막았지만 발견이 늦어져서 이번에는 후휴증이 좀 있을겁니다.'

의사는 차갑게 말을 내뱆고 지나가 버렸다.

여기가 병원인데? 병원에서 발견이 늦어져?

말도 안돼

그때서야 웅웅거리는 휴대폰이 가방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천천히 휴대폰을 꺼내보니 남자친구다.

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는데 입을 열 힘도 없다.

"너 왜 우리 엄마 바람맞혀!"

휴대폰 건너에서 화가 잔뜩난 남자친구의 몸소리가 들린다.

그냥 그대로 휴대폰을 닫아버리고 전원을 꺼버렸다.

 

수술후 엄마는 전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잠자는듯 누워계시다.

얼굴은 퉁퉁부어있고, 머리에는 붕대가 칭칭동여매져있다.

 

토요일 밤이 되서야 언나가 나타났다.

엄마를 왜 혼자 두고 갔냐고 짜증내는 나한테 '그럼 네가 간호해.. 난 이제 병원 냄새 역겨워서 못맞겠어'라며 엄마 상태를 물어보지도 않고 가버린다.

 

엄마 혼자 병실에 누워있는것을 뒤돌아 보고또 돌아보며 월요일 아침 출근을 했다.

멍하고 좀비가 되서 출근하는 내 앞에 남자친구가 막아선다.

'너 뭐가 그렇게잘났어? 잘못했으면 먼저 전화해서 사과를 해야지.. 뭐가 잘나서 이렇게 뻐티고 있는거야?

 

멍하고 남자친구의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것을 느낀 남자친구가 그제서야 태도를 바꾼다.

'무슨일 있어? 왜? 장모님한테 무슨일 있는거야?'

 

아무말도 하기싫다.

아니 할수가 없다.

입이 너무 무거워서 열수가 없다.

그냥 남자친구를 스쳐서 터벅터벅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