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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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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BY 나미 2007-09-16

 얼마전 딸아이가 갑자기 열이나는 바람에 어렵게 구한 아이의 만화캐릭터

쑈를 보러가지못했다.  인터넷으로 2시간가량 기웃거린 어렵게 구한 티켓인데 ...

너무나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을 뒤로한채 친한친구에게 건네주었다.

그 친구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일본인,

나와 같은 동네에 살고있고 나또한 일본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

-난현제 일본인회사의 서류번역일을 맡고있다(아르바이트)-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친구가 답례로 백화점상품권을 들고 왔다 이틀전에...

역시 일본인다운 거래라고나 할까... 받으면 되돌려 준다는 식의 아주정확한 금액이 되돌아온셈이다.

 

그덕에  난 오랜만에 세일하는 백화점에 '사야지..사야지'했던 남편의 옷과 딸아이의 옷을 사려고 집을 나섰다. 남편의 보너스도 받았고, 그러니 그렇게 부담도 없고, 가볍고 쇼핑하는 즐거움으로 들뜬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말이다...

 

딸아이와 가까운 지하철로 걸어가는 내내 내머리속은 남편의 바지색깔로 가득 차있었다.

 

'무슨색으로 살까? 얼마를 보태서 세일하는 브랜드를 사지?,

청바지를 사봐?,아니야 청바지는 있으니까....  곤색 정장바지를살까?

그럴바엔 돈좀 더보태 아예 정장 한벌을 사?....'

 

이런생각,저런생각을 하자 어느새 지하철역에 도착한 나는  지하철이 오기전 벤치에 앉아 딸에게 물을 먹이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지하철은 한가하다

40-50대아줌마들이 대부분...멍하니 앉아있던 나에게 딸아이가 책을 달라고한다.

늘 지하철을 타면 딸아이는 동물들이 그려진 그림책을본다.

딸아이덕에 멍하니 앉아있는것보다 그림책을보며 작은소리로 늘 무언가를

물어보는 나 

"이거 뭐야?"

하고물으면

"하마"

라고 대답하는 딸아이

그것을 몇번반복하면 어느새 도착이다.

'후후' 그러니 딸에게 이럴때면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그러던중

내앞 좌석에 양복을 입은 회사원이 앉은것에 기가든 나는 무의식에 고개를 들어 앞좌석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 순간!

 

난 나의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를 내귀로 들을 수 있었다.

 

눈을 다시 돌려 보자 그...였다.

'아니 그...가 아닐 수도... 닮은 사람일 수도 있어!'

그 ...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순간의5초...

아니3초....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한 나...

 

'여긴부산이구... 그사람은 서울.... 여기 있을리가 없구...

설마 일때문에 부산에 있어도 나에게 이런 우연은 오지않아!'

 

'한국이 좁은것 같아도 넓지... 그리구 인구가 얼만데....'

 

난  눈길을 돌리고 힐끔히끔 쳐다 보았다.

그...가 맞는지 확인을 하기위해서 말이다. 가슴이 두근거린채 말이다

딸아이가 묻는 말에는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

딸이 참지못해 묻는다.

"엄마! 이거이거! 이거뭐냐구?"

"응... 여우잖아..."

"아니 !일본말루 뭐냐구 아이짱하구 이야기할거란말이야!"

 

-일본친구의딸아이 이름이 아이짱이다.

늘 집에서는 일본말로 대화하는 친구의 가족을 보고 딸아이는 자기도

아이짱하고 가끔단어로

"이건일본말로 이거지?"하면서 놀기도한다.-

 

"응 ...여우?...  기츠네 라고해"

딸아이의 들뜬목소리로 인해 그(?)....가 우리를 보고 말았다.

계속쳐다보는 느낌....

그(?)...가 맞으면 아마도 말을 건네지않을까?라는 헛된망상...

그 눈길을 모른는척!

아이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나...

...관심은... 눈길은... 그곳을 향해있다.

내릴역이 가까워진 나는 아이를 챙기고 문앞으로 나갔다.

그(?)...도 내릴준비를하는것 같았지만 여긴 시내라서 내리는 사람이 많을뿐이라는 생각이 앞서고....

너무나 비슷한 아니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분위기... 외모는 그(?)... 였다.

지하철에서 내린 나는 백화점을 향해 걸어갔다.

서운함을 뒤로한채.... 미련을 뒤로한채....

걸어가는 도중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만일 그(?)..가 그사람이라면 부끄럽고 무엇보다 용기가 나지않았다.

'가서 물어봐?'라는 생각을 수십차례 반복 해가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순간!

 

"저기 혹시...."

라는 그...의 목소리...

 

"네?"

그 순간 난 확신했다. 그가 분명하다는것을....

그런데도 불구하고.. 알면서도 불구하고...

지하철 내내 그를 쳐다본 내가... 그런 내가...

 

"어머! 너... 혹시...   성일이?  맞니?"

 

과연 나에게 이런 능청은 어디서부터 나온 걸까?  

 

그는 쑥스러운듯이 맞다는듯이 빙그레 웃는다.

 

'저 미소... 몇년만에 보는거야?'

순간드는 생각이 이랬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순간에 드는 생각이 말이다.

 

"딸이니?"

"응"

딸아이는 영문도 모른채 웃는다.

"엄마 친구야?"

"응....응"

그가 말을 건넨다.

"바쁘니?"

"아니.... 뭐.... 백화점 가는길"

"차 한잔어때?"

"음... 그래...가까운데 들어갈..."

"저기 있다!"

지하상가에 있는 생과일쥬스점.우리는 거기로 향해 걸어갔다.

 

'차한잔 마시자고 하지않으면... 아니 아는척을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나눴던 3년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다고 봐야지....그럼...'

 

갑자지 어디서인가 나오는 이런 자신감(?)

 

'너의 성격상 나라는 것을 안후에 그냥지나칠리가 없지?'

 

라는 또하나의 자신감...아니 건방짐....

 

'너가 내에게 했던 행동들... 아마도 너의 기억속에도... 나의 기억속에도 아직도 남아있겠지?'

 

이런 저런생각에 난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우연이다! 정말... 정말 우연이네?"

또한번의 나의 능청....

 

"그러게"

그의 짧는 답변...

 

갑자기 잊고었었던,오랬동안 잊고있었던 그의 성격, 말투들이 내 머리속을 어지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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