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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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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년 7월 5일 - 돌아온 싱글이 되다


BY euro 2007-09-13

지난 6월 14일 관할 법원 소재지에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3주뒤 오후 2시20분까지..

법원으로 오라는 종이 쪽지 한장씩을 받아들고 법원을 나왔었다.

 

그리고 드뎌... 그날이왔다..지난 목요일이.. 법원에 가는 날이었다.

 

2시에 남편을 법원 판결실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갔다.

그시간, 그곳에서 나만 이혼하는 줄 알았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 이혼 판결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짧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수 있었다.

이혼이란 것이 나만 하는 것은 아니구나..

(그래, 결혼도.. 나만 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며칠전부터 잠을 설쳤었는데...

나외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겐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2시 20분..

바깥에 기다리던 사람들이..쭉 법정안으로 들어간다..

나와 남편도 따라 들어갔다..

접수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분이..이혼신고서 한뭉치를 들고와서..

이름을 호명하면.. 남편과 아내..주민등록증을 내라고 한다.(남편 주민등록증을 위로 해서)

나와 남편의 이름은 3번째쯤 불렸다..

주민등록증을 제출하고 나니...

30분뒤 2시 50분에 다시 여기로 모이라고 한다.

 

30분이란 그 말이.. 그곳에서처럼 낯설게 들릴수가 없었다..

나와 남편에게 부부로서의 마지막 30분이.. 주어진 것일수도 있고..

이혼을 결심한 우리에게 아직도 부부로서 있어야 할 시간이 30분이나 더 있어야 하는 것일수도 있고..

 

법원 복도안의.. 벤치에 앉았다.

나와 남편사이에.. 잠시 침묵이 돌았다..

결혼 생활 5년... 아이는 없다..

그 5년의 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았기에.. 후회는 없다..

둘다 서로의 짐이 되기 보단...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각자의 길을 갈수있도록 하자라는 선택이었다. 최선의 선택..

 

결혼, 가족, 부부...

이 단어들이.. 얼마나 어려운 단어인지..... 5년 동안의 삶에서 깨달았다.

 

이혼, 남남...

이 단어도... 얼마나 가슴 아픈 단어인지.. 5년동안의 삶에서 알았고.. 선택을 하기까지 쉽진 않았다.

 

남편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이 없어서 인지.... 다시 돌아가지 않을 우리의 결혼 생활이있던..

그곳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사람들이..또 법정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나와 남편도 따라 들어갔다..

법정안에 방으로 분리된 곳에서..이름을 호명하면 들어오라고 한다.

3번째쯤.. 이름이 불려졌다. 방에 들어선다.

의자에 앉는다..

여자 판사님이..나와 남편의 이름을 다시한번 부른다.

"합의 이혼이십니까?" "네""네"

이렇게 대답하고 난뒤..."합의 이혼이 성사됨을 선고합니다."라고 말하면      끝이다....

이혼 확인서 한부씩을 받아들고 

방을 나온다..

 

복도를 통과해..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이혼 확인서를 받아든 순간.......나는 이혼녀가 되었다.

이제....나와 남편... 아니.. 나와 나의 전남편... 이렇게 남남이 되었다.

 

[부부가...

그 방으로 함께 들어가  판사의 질문에 대답하고 난뒤  받아든 한장의 종이로....  

남이 된다....

그리고...등을 돌려 그방을 빠져 나온다..

이혼판결을 기다리는 다른 부부들을 뒤로 하고...

많은 하객들에 축하를 받으며 주례사의 성혼 선언문에 대답을 하고 난뒤....

부부가 됐음을 선포해

하나가 되어 하객들과 눈인사를 하며 신랑 신부 행진을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면서....]

 

 

1층에서... 전남편과 잠시 대화를 했다.

이제 남이 된..그사람 아니 저사람..

우리는 악수를 했다.. 잠시 짧은 순간 주마등처럼..옛기억이 스쳐 간다..

가슴속에 원망도 있고.. 할말도 많았던 것 같은데.. 입이 열리지 않는다.

눈물이 흘렀다.. 이혼을 결정하면서 울어본적도...눈물을 흘린적도 없는데..

후회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허탈감에 내 두뺨을 타고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아무리 이혼을 원했다고 해도...

이혼이란 단어가주는 의미는 결코.. 기쁨/행복쪽은 아니여서 였을까..

아니면 이렇게 쉽게 헤어져 남이 될수 있는 것을 그렇게 5년동안 아둥 바둥 하면서

삶에 찌들려 산 내 모습이 너무 서글퍼서였을까..]

 

 

이제는 남이 된 전남편이...

울지말라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너무나 오랜만에 오늘 참 예쁘다..라는 말도 해주었다.

헤어지는 자리의 마지막 인사..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이제... 다 끝났으니..잠도 잘 자고.. 건강하라고..

살면서 못해준것이 너무 많아서 미안하다고.. 행복하라고..

 

나도 말했다..

살면서 어느 순간 다시 볼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잘 살고 있는 모습 볼수있었으면 좋겠다고..

우리.. 힘든시간 많았기에.. 앞으론 행복할 거라고..

 

내가 먼저 돌아섰다..

울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결국 쏟아지는 눈물에 목이 매였고..

서로의 반쪽으로 선택했지만.. 그 반쪽을 서로 놓아버린 것이..

어찌되었건 가슴이 아파왔으니까..

그리고 또 그 놓아 버림으로 인해서 이렇게 가슴 한구석이 쉬원해짐을 느끼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늘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이제야 내려 놓을 수 있음에..

이제야 족쇠를 풀어버린 것 같은 이 느낌이 어찌 보면 너무 좋아서..

 

두가지의 감정이 내 머리와 가슴을 휘졌고 있을때 ..

법원안의 잔디밭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셔서...

이제야 자유를 찾은 내 모습에 기쁘면서 또 슬펐던 것 같다.

 

5년동안.. 힘든 날이 많아서.. 사랑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 사랑 같은 건 있었는지도 기억도 안나는 것 같은데..

결혼을 선택했을땐..

함께 하고 싶어서..평생을 같이 하고 싶어서 선택했겠지..

그런데..그때 그 기억들 모두 잊고.. 버릴 정도로..

내삶에서..내가 지쳤다는 것에.. 슬퍼졌다고 해야 할까....

그날  카페에서 소리없이 혼자 울었다..

그시간만큼은 울어서라도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어쩌면 나는 다시 살아난 거다..

어느날 현실에 벽에 부딪혀 멈춰버린 것 같은 내 가슴이 뛰고 있고..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었고

나를 아껴주고 살고 싶었고 맘껏 웃고 싶어졌다는 걸 알아서..

나는 아직 살아있어서.. 또 살고 싶어서...

이혼을 결정했으니까....

나는 지금부터 다시 살아난거다..

행복하게 살거다.

즐겁게 살거다.

지난 시간동안 ..잊어버린것들...... 다시 찾으려 하지 않을 거고..미련두지 않을 거고..

그냥..앞으로  남아 있는 내 삶의 시간들을 아껴 줄거다.

이혼녀라는 거.... 그 단어가  싫어서.... 나를 가리킬때 하나의 타이틀이 되는게 싫어서..

많이 망설였지만......

이혼뒤에 얻은 것.....

다시 내 이름 석자.. 다시 찾은 나..

이제 내 스스로 지켜 나갈거다..

 

 

--- 이혼했습니다.. 그날은 울었지만.. 행복해질겁니다.

      하나둘씩 저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살아갈 날이 걱정도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 보다 더 힘들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잘할수 있을 거라고 해주세요.

      또... 저와 같은 돌싱여러분!! 힘내시고요.. 행복하세요!!

      결혼해서 5년 다른 나라에서 살았습니다..

      이혼하고 혼자 그곳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는 결혼해서 저와 비슷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난 시간들을 글로 옮겨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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