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 현재 38살의 노처녀이다.
서른이 될때까지 어머니는 그녀의 결혼에 관심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어릴때 부터 유난히 그녈 예뻐 하던 아버지는 그녈 볼때마다 결혼하라고
달래셨다.
고등학교 다닐때 '난 혼자 살거야'를 달고 살더니
결국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냥 말그대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머닌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때문에 그녀가 은근히 결혼하지 말기를 바라셨다.
동생의 학비며 용돈을 챙기는 그녈 보고 내심 그렇게 살기를 바라셨는지도 모른다.
넉넉치는 않았지만 하나 있는 아들의 학비 정도는 댈수 있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땅을 처분하지 않고 아니 더 땅을 한평이라도 더 사서 동생에게 물려 주고 싶은 욕심때문이리라...
그녀는 어릴때 부터 남 달랐다.
3녀 1남 집안의 막내딸.
위로 언니 둘에 밑에 남동생하나...
할머니의 극성스러운 아들에 대한 집착 때문에
어머니는 많은 고통을 받으셨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녀가 태어 났을때
"또 가시나구만 . 뭐할라고 가시나는 자꾸 내지르누"
하면서 포대기에 싸인 애기를 확 밀치는 할머니때문에 어머니는 하도 울어
얼굴이 퉁퉁 부었고 사흘만에 밥을 지어 올려야 했다고 하며
어머니는 그말을 두고 두고 한다.
"내가 그렇게 니년들 때문에 괄시를 받다가 저 귀한것 하나 얻어
겨우 사람대접 받고 살았는데 망할 년들이 기가세어 하나밖에 없는
아들내미 기를 다 빼먹어 아가 힘을 못쓴다. 쓸모 없는 가시나들 공부는 뭐할라고
시키자캐서 내가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거 뭔 쓸데 없는 소리 해 쌓고 있나, 아들 기운빠지게"
아버지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않고
"내말이 뭐 틀린것 있나? 왜 캐쌓소.
난중에 후회말고 가시나들 모조리 중학교만 시킵시다.
뭐할라고 고등까지 시키능교?"
"니 뭐카노? 내가 벌어 시키지 니가 돈버나, 뭔 에미가
지 새끼 공부시키는것도 아까와 하노
저놈만 자꾸 역성들다 니 자식 빙신만든다. 자꾸 그라지 마라"
"당신이나 그라지 마소
우리 훈이가 난중에 우리 호강시켜주지 남의집에 가면 그만인 저것들이 우릴
뭐하러 돌보겠소, 나중에 후회할일 하지 마소"
"시끄럽다 마"
큰언니가 고등학교 다닐때 부터 그녀의 집은 어머니는 내내 이런 말들을 달고 살았다.
이런 어머닐 보며 그녀는 무던히도 어머닐 미워했다
'저 사람이 우예 엄마가, 계모지, 틀림없는 계몰끼다'
학교에서 그녀가 우등상을 타 가지고 오면
어머닌 눈을 흘기며 힐책했다
"가시나가 쓸데없이 공부만 잘하면 뭐하나?
니 단단 들어라, 내는 니 고등까지만 시켜준다.
고등 나오면 니가 돈벌어 니 시집가서 살거라
그 이상은 절대 없다"
"니 어린애 델고 뭐라 카노, 이리온나 참 잘했다, 이것가지고 과자나 사묵어라"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돈을 주시는 아버지 덕에 어린 그녀가 가출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녀나 그녀 언니들은 각자의 몫을 잘 살고 있었다.
큰 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하여 돈을 벌다가 교원 양성소라는곳을
졸업하여 국민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어머니는 언니에 대한 태도를 돌변하여
"영아 니 월급 받거든 꼬박꼬박 저축하여 우리 동네 정미소 저거 사자
그라면 니도 좋고 니 동생들 공부 시키는데 얼마나 좋겠노?"
순하디 순한 큰 언니
"그라자, 엄마 그라면 우리 선아와 미야도 대학 보내 줄거지? 훈이만 말고"
"그럼 그럼, 정미소만 산다면 이 동네에서 우리가 젤로 부자인데
딸들도 대학은 보내야제"
그렇게 엄말 들뜨게 만들던 그 언니가 배신을 때렸다.
초임 발령지에서 만난 총각 선생과 연애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연애라면 온 동네가 발칵 뒤집힐 사건이었던 시대였기에
시골 마을은 술렁 술렁 했다
누구 누구집 큰딸래미 바람났다. 고 참하고 순한것이 바람이 들었다며.
엄마는 아예 머릴 싸매고 들어 누워 버렸고
큰딸을 끔찍히 위하던 아버지는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온 집안 분위기가 초상집 같았다.
할머니가 돌아 가셨을때 보다 더 침울하고 어두웠다.
그렇게 한달여을 보냈을때
어머니 대신 집안 살림을 맡아 하던 둘째 언니가
"엄마 내가 언니 대신 돈벌어 많이 줄께
우리 언니 시집 보내자"
"뭐러꼬? 이가시나야 니는 내가 돈땜에 카는줄아나 지금.
나는 못한데이
우짜라고 저년이 바람이 나도 전라도 놈이랑 나노
아이고 남사스러버라, 동네 챙피해 어쩔거나,
그라고 저년을 우째 그리 먼대로 보내나
낮설고 물선데 가서 저 순한것이 우찌 살라고
난 죽어도 못보낸다, 내가 깨물어 죽이고 말제
내가 어떻게 키운 내 새낀데 그런대로 절대 못보낸다"
'하이고, 무신 내새끼
돈때문이지 뭐나?'
철없던 그녀의 생각이었다.
우찌 되었던 지금의 형부인 꺽다리 총각 선생이 집으로 왔다.
아니 아버지에게 멱살을 잡혀 왔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그냥 꿇어 앉은 채 말이 없는 그를 위해 언니는
"아버지 내 잘못입니다, 용서하세요"
"가시나야 니는 가만 있어라카이"
앙칼진 어머니의 쇳소리에 움찔한 언니는 가만 있는다
"그래, 자네 이름은 뭐꼬?"
"네, 저 권영준입니다" 당당한 목소리다
"그래? 순 상것은 아니네, 그건 그라고"
"가만 있거라"
아버지의 소리에 어머닌 물러 선다
"자네, 이제 어쩔건가? 우리애하고 결혼해야제?"
"네" "자네 집안 어른들하고 한번 만나야 겠으니 연락을 드리게
그리고 이건 내가 자네에게 다짐을 받네만 우리애하고 결혼하고 나면
자네 우리집에 와서 3년은 있어 줘야겠네"
"네에?"
"난 우리 큰애 멀리는 못보내네
자네 집안을 무시하는것은 아니지만 저 어린것이 멀리가서 살 위인이 못되네
자네 보다시피 얼마나 약한 아인가?
그라고 자네 집 보다는 자네나 우리아이 직장 생활하는데
우리가 뒷바라지 하는게 낫지, 안 그런가?"
"....." 나중에 안일이지만 형부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였다.
칠남매의 맏이였다.
그런 집안을 아버지는 다 조사를 하였던 것이다.
나름대로 소신있고 강단있던 그녀의 아버지는 예전에
공직생활을 하셨다.
그녀가 어릴때만 해도 그녀의 아버지는 세무서에 계셨다.
발령이 울릉도로 나자 아버지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승진이라지만 밀린 인사임을 간파한 아버지의 선택이셨다.
그런 남편을 보고 어머니는 속앓이를 하였다.
"이 새끼들은 어쩌려고" 다행히 어머니의 알뜰한 살림과 이재에 대한 밝음으로
사 놓은 논과 밭이 꽤 있었기에 시골로 이사를 한 것이었다.
농사를 짓지 못하는 아버지는 그 즈음 조그만 회사의 경리일 을 보시고 계셨지만
나름대로 지방의 교육청이나 관공서에 인맥이 많았다.
언니와 결혼을 한 형부는 아버지 덕에 바로 시내로 발령이 났다
어머니는 언니 부부를 한 동네에 방을 얻어 주고 조카들을 다 길렀다.
어린 그녀가 보기엔 어머니가 이상해 보였다.
그렇게 반대를 하던 결혼인데도 형부에게 하는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였다
"저것도 남의 집 귀한 아들인데 잘해야제, 그라고 내가 잘해야 내 새끼
한테 지눔도 잘하것제"
'그러면 그렇지, 저놈의 아들타령 언제나 끝날려나'
그렇게 10여년을 그녀 집 곁에서 살던 언니 부부는 서울로 발령이 나서 갔다.
그 동안 어머니가 착실하게 굴러 모은돈으로 집도 한칸사서 이사를 했다.
남들은 우째 저래 능력있는 사위를 봤나 하였지만
다 그녀 아버지의 노력덕분이었다.
그 동안 둘째언니는 결혼을 하여 다른곳으로 갔고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니는 대학 갈것 꿈도 꾸지 말거래이,
니 동생 보내자면 니 시킬 돈 없다.
첫째 가시나 집사는데 보태고 둘째 가시나 시집갈때
돈써고 이제 돈도 없다"
"언니들 다 지벌어 지가 갔는데 엄마가 뭐 해 준노?"
"이가시나가 뭐카노? 그 년들 벌은 돈으로 택도 없다
지들이 무신 능력있어 집사고 시집을 간다 말이고"
"하이고마, 작은 언니는 시집갈때 엄마한테 퇴직금도 주고 간것 나도 안다
그돈으로 나 대학 보내도"
"뭐라카노? 그 가시나가 그카더나
아이고 사람 잡것네, 퇴직금 얼마 된다꼬, 지년 시집간 밑천은 안 치나?"
"암튼 나 대학 보내도"
"어림없다, 가시나야"
정말로 예비고사 치르는 날 그녈 못가게 막아 시험을 못치른 그녀는
그길로 시골 이모네로 갔다.
쉽게 말해 가출을 감행한것이다.
그녈 본 이모는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미야, 여자는 대학안가도 되는기라
훈일 위해 니가 포기해야지 어쩌겠노,
니 엄마 원망말거라 니 엄마도 속상해 많이 울더라
둘은 못가르치는데 여자인 니가 포기해야지 어쩌겠노"
3일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 온 그녀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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