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때도 복녀는 데이브가 늦게 와도 공장으로 전화를 하지를 못한다.
물론 생산직이라서, 전화를 받기도 힘들지만 복녀에게 전화로 말하는것은 아직도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이브닝 근무 때는 한밤중에 들어 오니까 먼저 자라고 말하는 데이브다.
삼교대로 일을 하는 남편인데 공장이 바빠서 빠지는 사람을 대신하는 연장근무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한다. 그렇지만 월급을 그만큼 많이 갖고 오니 크게 나쁠 것은 없다.
빨리 돈을 모아 땅을 사서 집을 지을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그럼 한국음식도 마음놓고 해 먹고 얼마나 좋을까? 돈 모으는 재미에 아파트로도 안가고 이렇게 모빌홈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아파트월세에 비해 모빌홈은 훨씬 싸기 떄문이다. 단지 이웃집들이 좀 붙어 있기에 개인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것이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만 닫으면 되니까 큰 상관은 없다.
문이 열린 기색이 보이면 옆집 여자는 지네집처럼 들어 와서는 냉장고를 열어서 음료수를 꺼내 먹기도 한다. 깔끔한 복녀로서는 질색을 할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면 더 미칠일이다. 빨리 여기를 벗어 나고 싶은 마음에 짠순이처럼 돈을 아끼고 있다. 화장도 잘 안하고 향수도 하나 뿌리지 않고서....
다음날 복녀가 길에서 에이미를 만났다.
“야, 복녀야, 너 오랫만이다. 한국 갔다 왔다면서 ?”
평상시와 달리 에이미는 허그를 하면서 반색을 한다.
“응”
새침하게 대답하는 복녀이다.
“한국에서 좋았니? 식구들 다 잘 만났어?”
“응”
“데이브도 잘 있지?”
“물론이지.”
“데이브에게 안부좀 전해 줘.”
“알았어.”
“그리고 우리 언제 한번 만나서 식사나 한번 하자.”
“식사? 그래 알았어.”
“내가 전화할께.”
아니 지가 언제 나랑 식사를 했다고 저러지 한국을 물어 보기도 하고...
처음 에이미를 봤을때 데이브와 진한 포옹을 하면서 복녀에게는 겨우 악수만 청하던 에이미였다. 은근히 자신을 깔보는 것 같아서 만날 때마다 기분이 나쁜데 무슨 식사야 식사는....
“그런 또 만나.”
하면서 지나치는데 에이미에게서 나는 향수냄새가 오늘따라 유난히 복녀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