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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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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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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영선 2007-04-06

 "와아, 이집 이렇게 비쌓어?"
 함박스테이크 둘을 시켰다.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종업원이 주방 쪽으로 모습을 감추자 톤을 낮춰 민정이 진구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걱정스러운 말투였다.

 "신경쓰지마! 니 생일에 쓰려고 비상금 모았어. 밥값정도는 충분해."

 진구는 민정이 뭘 걱정하는지 알아차리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빨리 돈을 모으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진구는 매달 용돈이 1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일인분에 3만 5천원이나 했다. 그 돈은 진구의 용돈에서 반 이상이었다.

 배가 고팠던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었다.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조용한 실내에 흐르고, 차를 마시는 커플 들이나 직장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실내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딴 세상일 같이 새삼스러웠다.

 식사 후 녹차를 마시고 있던 민정이 별안간 깜짝 놀랐다.

 "뭐라고 했어? 진구씨 뭐야? 사실이야?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거짓말이지! 그럴 리가 없어!"

 민정은 자기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던지, 몇 번씩 남편인 진구에게 묻는다. 그가 그녀를 지정시켰다. 다시 조용하게 그러나 알아듣게 말했다.

 "나도 어머니랑 아버님께서 우리 분가를 허락하신거야? 전세비도 주시고? 내가 나가는 가게도 진구씨 명의로 해 주신다고?"
 "그래, 어머니께서 그러셨어. 아버지와 내린 결정이라며, 한 달 내로 다 처리해 주신다고, 우리 두 사람만 결정되면 알려 달라고 하셨어."

 민정을 아침에 가게로 태어 주고 추워서 안에 조끼라도 껴입으려고 이층 살림집으로 올라가자 그 말을 10분도 안 되어 끝냈다. 진구는 민정이 분가를 기다려온 지난 6년에 비하면 그 시간은 너무 짧다고 생각하면서,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말이 끝나자 곧 바로 네개의 동양란 화분 뒤에 세워져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보이는 검은색 골프백을 현관 쪽으로 꺼냈다. 검은색 골프백 위로 선명한 빨간색 손톱이 보였다. 부러 그러는지 무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멍해 잠시 앉아 있는 아들 진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눈짓은 골프백을 아래층으로 내리라는뜻인 것 같았다. 그 골프백으로 말하자면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손녀딸 소희가 "고양이가 예뻐요. 할머니"라며 만져 보고 싶어 해도 절대 그일을 허락하지 않는 그 백이었다.

<7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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