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민정은 뭐에 들뜬 사람모양 어찌나 열정적으로 그를 안았던지 진구는 생전처음 그 일을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진구는 혹시 부모님이 깨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티슈 즐까?"
진구가 곽에서 티슈를 몇 장 뽑아서 민정에게 건넸다.
민정은 그가 준 티슈로 닦을 생각도 않고 다리사이에 끼우고서, 무슨 생각에 빠진 것처럼 꼼짝없이 누워 있더니, 한참 뒤에야 진분홍색 팬티를 찾아 입고 잠이 들었다.
다시 스탠드 불빛 마저 사라지가 여전한 어움이 갑자기 몰려왔다.
잠이 든 아내를 돌아보며 진구는 씻으려는 생각에 어둠이 깔린 방에서 더듬더듬 발걸음을 떼어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일이 시작되었다.
민정은 한 이틀쯤을 더 그를 새벽 4시에 깨워 분홍색이 훤히 비치는 첫날 입었던 그 잠옷을 입고 유혹의 몸짓을 했다.
섹스도 하고 싶을 때 해야지 민정의 그런 욕구가 새벽이고 그것도 연 사흘 계속되면 괴로울 노릇이었다.
아마 그일이 계속 되었다면 진구는 민정이 드디어 뭔가 정신에 이상이 생겼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시작할 때처럼 아무 일 없는 표정을 하고는 흥미를 잃었든지, 회색 트레이닝 복차림으로 다른 날처럼 가게일과 집안일에 지쳐 잠이 들고는 했다.
그 날은 민정의 생일날이었다.
진구는 가게의 셔터 문을 올려 주고 "내 선물은 저녁에 줄게. 어머니께 민정이랑 저녁 먹고 들어간다고 했어. 오늘 먹고 싶은 거 생각해봐. 간장게장 빼고 분위기 괜찮은 데로 가자. 니가 손까지 쪽쪽 빨아 먹는 거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러며 일을 하러 다시 그의 아버지의 가게로 돌아왔다.
밤 8시가 좀 넘어 진구는 민정의 가게로 갔다. 그는 추워서 종종걸음으로 재빨리 난로 옆으로 다가서며 몸을 녹였다.
'고장 난 차의 히터를 고쳐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차 안에서 얼어 죽겠다.'
가게일이 바빠 도무지 히터를 고칠 시간이 없어 추위가 조금씩 시작 된 11원말부터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춥다."
진구의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허허벌판이었던 이 곳에 아파트가 생기기 시작했던 시기가 8년 정도였었다.
아직도 계발 중인 곳이 많아 겨율이 더 빨리 찾아 왔고, 눈은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푹푹 빠져버려 가게 앞의 눈을 제때 치우지 않는 날에는 사람 다니기가 불편한 날이 간혹 생겼다.
진구의 아버지는 이곳이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 판단하고, 소희가 태어난 지 막 12개월이 지나자 가게 하나를 인수해서
'정이네 그릇나라'라는 간판을 걸고서는 그녀의 말처럼 민정을 가게 종업원으로 내보냈다.
"녹차 한잔 줄까? 아니면 진구씨가 좋아하는 홍차 한잔 마실래?"
민정은 자신의 생일이어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오늘 작은 법랑으로 된 냄비하나랑 곰국용 큰 법랑냄비와 장식장에 놓여 있는 청동상도 팔았다고 말했으며 마지막에는
"장사 잘됐다!" 그렇게 말을 하며 노래까지 흥얼흥얼 거렸다.
근래 보기 드물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도 민정이 마신 녹차 티백이 손 바닥만한 사각 쟁반에 가득했다.
그것들은 가게 안의 답답한 공기 속에서 말라 있었다.
민정의 입술이 그 티백처럼 말라서 터실터실하게 일어나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분이 좋은 그녀가 막 마른 티백을 담긴 쟁반을 쓰레기 통으로 치우는 중이었다.<5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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