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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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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BY 황영선 2007-03-14

 새벽이었다.

 휴대폰의  벨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렸다.

 "뭐야? 이 밤에."

 막 잠이 들려든 진구가 조심스럽게 침대 아래의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휴대폰은 진구가 읽던 책 옆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소리를 내며 동시에 몸을 떨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최신 가요는, 그의 아내 민정의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민정아 니 휴대폰 벨소린데?"
 침대 옆에서 몸을 숙여 진구가 잠에 빠져 있는 민정을 깨운다.

 응,응, 잠에 취해 그녀는 "이리줘봐, 아무것도 아냐. 자자."라고 말하며 다리 한쪽을 침대에 걸치고 그녀를 보며 숙여져 있는 어둠속의 그의 손에서 다시 불빛과 노래 소리가 나고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빼앗아 갔다.

 민정은 그것을 손에 쥐고서는 몸을 돌려 눕는다.

 '이 밤에 남잔가?' 그런 생각을 해 보다가 그는 자신이 어이없어 피식 웃었다.

 울리는 휴대폰 소리를 곧바로 죽이고, 그녀가 머리맡에 휴대폰을 내려 놓눈 움직임이 진구의 눈에 어렴풋이 보였다.

 "저기다 내려 줄게."

 진구는 전자파가 몸에 해롭다는 말을 방송으로 들었기 때문에, 민정에게 휴대폰을 건네 받으려고, 다리 한쪽을 걸친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둠 속에서 그녀의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아냐, 그냥 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

 민정이 손을 뻗쳐 진구을 끌어 당겼다.

 이불 속에서 나온 그녀의 손이 따뜻했다.

 "아침에? 아직 한 참 남은 거 아니었어?"

 잠깐 눈을 부친 것 같아 그가 민정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아. 자 이제 1시 5분이야."

 민정이 단정적으로 말한다.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는데, 점쟁이도 아니면서 어둠 속에서 시간을 잘도 말했다.

 잠이 약간 달아난 목소리였다. 민정은 별 까탈을 부리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지, 벽 쪽으로 돌아 누웠다.

 

 

 작은 소동이 끝나고, 진구는 꽤 오래 잔 것 같았다.

 머리 맡에 놓아 둔 민정의 휴대폰에서 다시 벨이 울렸다. 안락한 잠을 깨운 휴대폰 벨소리에 조금 놀라기도 한 진구가 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이 민정, 이 밤에 누구냐? 이리 줘봐. 뭐야? 알람이잖아! 새벽 4시에 알람은 뭐냐? 운동하게 새벽부터?"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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