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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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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그녀


BY 이설 2007-03-07

 

 ‘어린 여자친구가 참 당돌하네’ 석준은 생각하며 남자지원자에게 말했다.

 “그래요, 자신있게 말하도록 하세요. 저희 과는 필기시험보다 실기시험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시잖아요? 근데 더 중요한 게 실기시험과 동일한 시간에 치러지는 면접시험에서 합격이냐 불합격이냐가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연기실력이야 몇몇 특출한 지원자 빼고는 다 비슷하거든요. 누가 더 배우고자는 열정이 있는가가 제일 중요해요.”

 지원자의 질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연희의 질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연희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계속되었다. 한참을 상담 중에 석준이 시계를 보니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전 상담은 10분을 넘긴 적이 없었다.

 “잠시만요, 제가 과일로 마무리 할 것이 있어서요. 상담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하구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두 지원자를 보내고 상담실에 혼자 남은 석준은 상담실을 정리하였다.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석준이 뒤돌아보니 연희였다.

 “무슨 일이시죠?”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내주시면 안되시겠어요? 궁금한 게 더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요. 바로 가봐야됩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늦게 끝날 지도 모릅니다.”

 “늦더라도 기다리겠습니다. 어디서 기다릴까요?”

 연희의 계속된 부탁에 석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럼 추우니깐, 학교 정문 길 건너편 까페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언제 끝날 지 모르는데 그냥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기다릴게요, 편하게 일 보시고 오세요. 그럼 있다 또 뵙겠습니다.”

 연희는 어떤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 당돌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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