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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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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영선 200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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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모래시계를 뒤집은 날 재미삼아 타로점을 보았다.

 내년 3월 문서계약이 있고, 내년 후반이면 인생의 대박이 난단다.

 그럼 다시 운동화 샵을 차린단 말인가?

 내가 망한 이유는 정이 많아서 였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서 였고, 인생의 5,000원 로또처럼 일확천금을 꿈꾸어서였다.

  스물여덟 밖에 안 된 인생에 왜 그리 기대를 많이 걸었을까?

 무었때문에?

 아우디를 모로고 다녀도 별로 행복하지 않는 누나의 삶을 보고도 내가 원한 진심은 무엇이었나?

 운동화만 사랑했고, 운동화만으로 가슴 벅찼고, 운동화만 살 수 있으면 아무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건만, 잔인한 내 인생은 순간 꿈과 좌절이 동시에 왔던 것이다.

 은경을 위해 킹크랩과 고급 와인을 단 한 번도 마음놓고 사 줄 수 없는 지금의 삶에 가끔씩 가슴이 막막해 진다.

 아무리 열심히 산들 내가 아버지에게 전세금을 쉽사리 돌려 줄 수 없고, 은경이 하루에 몇 명의 손톱을 눈 빠지게 들여다 보아도, 우리는 평생 누나처럼 아우디는 커녕 아주 작은차, 예날에 그 차를 티코라 불렀었는데, 그 차조차도 소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허덕여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

  결국은 그 누구도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없고, 결국은 단 한사람도 '명준'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그날 그 노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수히 많은 질식할 것 같이 많은 책들 속에서 이미 뇌리에서 사라져 간 내 과거의 잃어버린 운동화가 있었던 그날처럼 그렇게 그렇게 잊혀져 가고 영원의 시간 틈에서 그 책은 절대 빠져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박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인생의 교훈은 그 대박이 내게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에만 감사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나는 그것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일과 이, 혹은 12라는 숫자가 지나가면 내년에 전세금을 뽑아 운동화 샵을 한번 더 차려볼까?

망한다면?

 은경은 자신의 낡은 방에서 뛰쳐 나오고 싶어 라스베가스로 돌진했었노라고 언젠가 웃으며, 농담처럼, 진담처럼 말해 주었다.

 그것은 자기의 집으로도 그리고 자기의 과거 속으로도 다시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소원이었다.

 아마 내가 다시 동대문 상가에 운동화 샵을 오픈한다고 말한다면 은경은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혼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은경보다 돈 많은 여자를 선택해야 했을까?

 몇 번쯤 말아 먹더라도,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둔 집안을 배경삼아 좀 더 멋지고 근사한 여잘 잡았어야 했다.

 아버지가 은경과 은경의 어머니를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맑은 눈빛이었을까?

 아니면 은경의 어머니가 두르고 나왔던  보랏빛 반짝이는 머플러 때문이었을까?

  감히 아버지께 진실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다.

아버지조차 설령 내가 그 질문을 한들 아버지조차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해 주지 못할 것이다.

 "준호야, 인생이 뜻대로 될까? 큰아버질 봐도 그렇고, 나를 봐도 그렇고, 네가 잃어 버린 운동화를 애타게 그리워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게 인생이야. 교훈을 얻기까지는 큰 댓가를 치루는거란다."

<15편 끝    연재 끝입니다.>

 

*오늘 나는 푸마의 매니저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여전히 환했고, 준호처럼 자신의 일를 사랑했습니다. 나를 그를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글을 씁니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그 일에 나는 행복 합니다. 2007년 1월 26일 영선

 다음은 단편을  올립니다. 이미 작업이 끝난 '보름달'이란 글입니다.

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조금 쉬고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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