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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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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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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


BY 황영선 2007-01-15

나는 사람들에게는 선과 악이 있듯 두 가지 정도의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 준호와 나 은경이 싸운 이야기가 그것이다.

 준호는 집에서 대 준 돈으로 운동화 샵을 동대문에서 차려 한 번 말아 먹고,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와 운동화에 둘러 싸여 운동화를 팔고 있다. 물론 그 샵에는 오너가 따로 있고, 그는 매니저쯤 되는 종업원이다.

 그는 내가 그의 누나 세 명에 비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옹졸한 여자라며 열을 올린다.

 누나들과 내가 같을 수 있을까?

 누나는 피로 뒤엉켜 있는 그 자신이고, 나와 맺어진 결혼은 피고 뭐고 전혀 상광없는 그와 내가 똑 바로 진행해 나갈 길 일 뿐이다.

 두 길은 나란히  붙어 있지만 한 길이 될 수 없는 그런 길이다. 내 엄마와 아버지처럼 자신들의 길을 합치려 할 때 인생의 고뇌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돈을 벌면 보험을 넣고, 저금을 하고, 내가 사고  싶은 지갑을 산다.

 준호는 그의 돈으로 보험을 넣고, 저금을 하고, 그가 사고 싶은 운동화를 산다.

 내가 보기에 지갑은 서랍장 한 곳을 조금 차지하지만, 그의 운동화는 22평 빌라의 한 방을 가득 메울 정도다. 60켤레의 운동화가 그의 방에 가득 차서는 그 한가운데서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로 말하면 내 일을 위해 여성잡지를 읽을 뿐, 여성잡지를 스크랩해서 내 샵의 유리문에 붙여 놓는 그 일 에 만족할 뿐, 준호처럼 돈을 벌어 책을 사고, 운동화를 사고, 시를 쓰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하기야 준호 때문에 한비야씨의 여행기 정도는 읽었고, 내가 가서 공부한 라스베라스 말고 가 보고 싶은 곳이 생기긴 했다.

 내가 아침에 블루 마운틴 커피의 향을 좋아 하듯, 한비야씨는 세계의 여러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 가끔씩 가슴이 떨리기는 했다.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나 한국의 즐비한 음식점이 있는 거리나 그들 고유의 냄새가 있듯, 사람에게는 제 각각의 색깔이 있고 냄새가 있는데, 그의 색깔은 바로 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준호가  내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한다며 그의 페이에서 30만원이라는 거금을 그가 좋아하는 운동화를 사는데 덜커덕 써 버린 그 일은 기분이 더러웠다.

 나는 몇 주 전부터 킹크랩과 와인 한 잔을 맛보려고 손님들의 손을 맛사지 하면서 몽롱한 눈이 되어 있었는데, 대체  준호가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그가  책을 읽든 운동화를 사든 , 혹은 시를 쓰든 나는 전혀 상관 않는다.  그의 것은 전부 존중해  줄 작정으로 결혼했기 때문에.

 하지만 내 킹크랩과 와인은 준호가 내게 한 약속이었다.

 그래서 좀 더럽고 까칠한 성질의 나는 준호와 한 바탕 할 수 밖에.

 늦은 아침과 점심을 겸해서 지하철 7호선의 한 모퉁이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 지금 아침의 그 일이 떠오른다.

 "은경아 나 할 말 있는데."

 준호의 너무나 조심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라스베가스에서 나를 떠나보내던 루니의 얼굴이 오브랩된다.

 성격은 라스베가스의 루니와 한국의 준호가 닮아 있었다.

 "뭐? 빨랑빨랑 말해! 오늘 스케줄 빡빡해. 머리에 쥐가 난다고, 그리고 너땜메 어제 나 못 잔거 알지? 내가 화요일 저녁에는 섹스 한 번 만 하쟀지? 어제 몇 번이냐? 세 번? 네 번?"

 긴 머리를 드라이 하고 있던 나는 좀 부러 골난 표정을 지었다.

 "야 송은경! 입은 삐뚤어져도 말을 바로 하랬다고, 너도 와인 두 잔에 삘 받았다며 나를 끌어 안을 때는 언제고, 뻥 자꾸 칠래?"

 준호의 저 말은 나의 약점이다.

 나는 유난히 섹스에 약하다.

 준호 이전의 몇몇 남자와의 섹스에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준호만이 내 섹스 파트너로서 나를 만족시켜 준다.

 "신준호! 나 어제 열 받았어. 너 그 운동환가 뭔가 산다고  내 킹크랩과 와인이 다 저 멀리로 날아 갔는데, 너 같으면 기분이 좋겠냐? 그리고 내가 기분 나쁘면 섹스 더 하고 싶은 거 몰라? 와인만 아니었다면 너 어제 한 시간쯤 내 설교를 들었어야 될 걸."

 준호는 또 내 잔소리를 끔찍이 싫어한다.

 그의 어머니는 누나들이나 그의 아버지와 달리 다다닥하는 스타일로 하나 뿐인 아들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건 분이었다.

 준호는 내가 잔소리를 10분 쯤 하면 어떤 일이든 들어준다.

 마음이 약해 그런 게 아니라 순전히 듣기 싫다는 그 이유가 다다.

 "알았다고, 좀 기다려봐, 나이키 운동화 팔려고 하니까 그거 팔리면 이번 주에 킹크랩 사줄게. 킹크랩이 슈퍼에서 파는 게맛살이랑 뭐가 다르냐?  내가 먹어봐도 그 맛이 그 맛이던데?"

 "뭐 신준호! 킹크랩과 게맛살을 비교해? 너 그러면 내가 니 비싼 운동화랑 길거리에서 15,000원에 파는 운동화가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어떡할래? 뭐가 다르냐? 꼭 유명메이커만 고집하는 너나, 맛살 대신 킹크랩을 먹고 싶은 내가 같은 거니? 아님 다른 거니?"

 준호의 책은 한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지만, 그 방을 나온 준호는 나와의 말다툼에서 번번이 실패한다.

 책과 운동화를 좋아하는 그와 킹크랩 맛을 고집하는 나는 뭐가 다른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관념의 각을 세워 놓고  그 좁은 시각으로 타인을 대한다.

 그가 책을 읽지 않는 나를 이해할 수 없듯, 나는 그가 킹크랩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게 이해 되지 않는다.

 버터가 살짝 발리고 파슬리 가루가 솔솔 뿌려지고, 쫀득쫀득한 살이 입 속에서 살살 녹는 그 맛과 향긋한 와인만 있으면, 나는 일 주일 동안 나보다 더 더러운 성격의 손님을 받는데 주저 않는다.

 그 맛만 생각하면 15,000원의 가치 밖에 없는 내 손님들을 극복할 수 있고, 일주일 내도록 김밥과 단무지만 먹어도 버틸 수 있다.

 내게는 내 지갑과 킹크랩과 블루 마운틴 한 잔이면 인생이 즐거운 것이다.

 "은경! 좀만 기다려. 너때메 내 삶을 판다. 내가 그 나이키 운동화 살 때 줄 서서 밤 세운 거 기억나지? 그거 꼭 30만원 주고 샀으니, 너 킹크랩 사 줄 수 있어. 이번 주 안되면 다음 주쯤에 팔릴 거야. 골나 있지마! 너때메 손님들이랑 또 다투지 말고."

 준호는 나를 위해 그의 운동화를 한 켤레 양보해 준다.

 역시 그는 내 남자다.

 조금 풀어진 나는 그와 한 번 더 아침에 섹스를 했다.

 그랬으니 야채 김밥 한 조각을 입 속에 넣고 있는 내 눈이 몽롱하고 하품이 나는 걸 막을 수 없다.

 손님들이 상상하는 게 싫어 나는 웬만하면 내 결혼 여부를 말해 주지도 않고 내 사생활을 말해 주지 않는다.

 손님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는 정말 싫다.

 그녀들 역시 신혼시절 다 겪었을 텐데.

 섹스로 인새 불룩해진 내 가슴을 쳐다 보는 그녀들의 눈초리라니.

 결혼을 하지 않아 내 가슴이 불룩하던, 결혼을 해 내 가슴이 불룩하던 내 문제일 뿐이고.

 손님들은 완벽한 내 스킬로  네일만 퍼펙트 하면 되는 것이다.

 그저 그렇게 살면 된다.

 서로를 그저 내버려 두는 것이 인생의 바른 길이다.

 준호와 나처럼 필요할 때는 섹스를 하고,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고 손님과 나는 필요할 때 머니와 네일로 거래를 하고, 내 샵 라스베라스에서 나간 손님들은 각자의 삶을 살면 된다.

 진실은 그뿐이다.<2편 끝>

 

 *도시는 바쁩니다.  저는 오늘도 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글을 올립니다. 아직은 제 정신상태가 조금 불안하여 오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열심히 읽어 주세요. 좀 아니다 싶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2달만에 단편 3편과 중편 2편을 신 들린 것처럼 써 내려 갔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글의 힘에 의해 아파서 정신 병동에 17일 정도 입원했습니다.

 그 곳에도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치매끼, 정신분열, 저는 불면증이 원인이 되어 정신분열이 일어 났었죠. 제 글이 미흡한 것은 제가 읽기만 좋아했지 지난 세월 동안 일기 한 줄 쓰지 않았다는 이유겠죠. 하지만 어떤 세상일을 이해하는 데는 하루 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준호는 제가 푸마에서 만났던 매니저를 모델로 했습니다. 그는  충실한 젊은이 였고, 지하철 7호선에 가 보면 네일하는 어떤 여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하루가 잠깐 내 소재가 되었을 뿐 절대 이 글이  그녀가 아님을 알아주세요.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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