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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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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BY 구루비 2006-11-07

 

나와 복녀의 생일날…

 

닥터안은 우리 병원 전직원을 생일파티겸 회식으로 비싼 일식부페집을 예약해 놓아서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어이, 미스박! 고마워, 오랫만에 포식하겠네…."

 

"언니, 언니 생일이 왠지 추석같더라. 오호호호."

 

속도 모르면서 이렇게 우리 병원 식구들은 오로지 먹을 것에 눈이 멀어있었다.

 

이럴 어디 남자 친구라도 있다면,

 

"어머, 우리 그이랑 약속이 있어요…. 죄송해요, 안 선생님. 신경써 주셨는데…. 어떻게 하나… 그이가 프랑스 식당을 예약해 놓았대서….오호호홋."

 

이렇게 멋지게 거절이라도 있었겠지만,

 

어쩌랴!!!

 

내가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병원 식구가 아는 사실인 것을….

 

그리하여 나는 올해 생일도 구질구질하게 복녀에게 얹혀서 생일밥을 얻어먹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5년전, 닥터 안이 개업한지 얼마 안되어서 치위생사를 구하고 있을 때였다.

 

종합병원에서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오로지 돈을 많이 모아보고자 하는 욕심에 닥터 안의 병원에 이력서를 넣었다.

 

물론, 같이 근무하던 닥터 김이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준 덕분이기도 했지만, 나는 이력서를 보낸 바로 다음날 닥터 안으로부터 면접하자고 연락이 왔다.

 

!! 내가 출중한 치위생사이기는 하지….

 

나는 오로지 나의 능력을 인정한 닥터 안의 통찰력을 높이 사며, 면접에 응하였던 것이다.

 

 

면접날, 원장실에 나를 앉혀 놓은 닥터 안은 신기해 죽겠다는 이력서와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눈을 껌벅거렸다.

 

아마, 때였던가!

 

닥터 안의 놀란 송아지 같은 눈에 떡밥을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것이….

 

어쨌거나, 내가 닥터 안의 훤칠함에 넋을 놓고 있을 무렵, 그도 이력서와 얼굴을 보고 또보고 하는 것이었다.

 

혹시, 나에게 흑심이?

 

오호라, 그렇담 막을 이유는 굳이 없지….

 

오시오, 오시오, 나에게로 오시오.

 

대차게 결심하고 있던 나에게 닥터 안은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이거 본명 맞아요?

 

"."

 

"이거 진짜 생일 맞는 거죠?"

 

"...네…."

 

요즘에 이력서 , 학력이나 경력을 위조한다 소리는 들었어도, 이름하고 생일 위조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남자 도대체 의심하고 있는 거지?

 

"우와, 믿을 수가 없네…."

 

"...저…뭐가 잘못되기라도…."

 

왠지, 신부 화장에 뽀샵처리까지하여 도저히 얼굴이라 믿어지지 않은 사진이 문제가 같아 가슴이 철렁한다.

 

"아니, 그게 아니고…. 혜준씨 이름이랑 생일이 우리 와이프꺼랑 똑같아서요. 이거 진짜 맞죠?"

 

 

빠바바밤…. 빠바바밤….

 

그랬다. 나의 비극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맞추어 웅장한 서막이 열렸던 것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사모님 혹은 형수님, 생일 축하합니다."

 

" 태어났니. 태어났니. 얼굴도 못생긴 혹은 몸매도 안되는 태어났니."

 

짝짝짝!!

 

분명 같은 멜로디의 생일 노래이건만, 이리 어감이 다른 것인지….

 

이쯤 되면, 독자 여러분들도 어떤 노래가 복녀를 위한 노래인지, 어떠 노래가 나를 위한 노래인지 대강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흑흑….나는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도 안되는 '무복녀'이었던 것이었다.

 

얼굴 못생기고 몸매 안되는데 보태준 있어? 우이씨….

 

그랬더니, 보태준 것은 없어도 빼앗은 것도 없단다…. 어흑….

 

그나마, 닥터 안은 나와 복녀에게 똑같은 디자인의 '30'이라고 써있는 예쁜 초에 라즈베리 치즈케익을 준비해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얼굴 못생기고, 몸매 안되고, 남자 친구 하나없이 나이까지 먹는 것도 서러운데, 케익 사이즈나 종류마저 차이가 났었더라면….

 

나는 그대로 할복한 복어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에서 깔짝깔짝 케익을 맛보고 있는 복녀.

 

그나마 한조각도 끝내지 못하고 슬며시 케익 접시를 옆으로 밀어낸다.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는지 복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앞에 앉아 초밥 세접시를 알뜰살뜰하게 끝내고 있던 나를 닥터 ,

 

"이야, 박선생 먹고 있는 보면, 내가 배가 부르다니까…. 이봐, 박선생은 이렇게 가리는 없이 먹으니까 건강하잖아. 얼마나 보기 좋아. 당신도 퍽퍽 먹어, 박선생처럼…."

 

말을 듣고 나니까 갑자기 식욕이 줄어드는 것이 초밥이 퍽퍽 먹힌다.

 

접시는 갖다 있었는데….

 

참치초밥을 입에 물고, 복녀를 쓰윽 올려다 보니까 과연 복녀는 안그래도 마른 몸이 지난 보았을 보다 마른 같다.

 

" 이렇게 드세요? 랍스터에 치즈 올린 되게 맛있는데, 하나 갖다 드려요?"

 

"아뇨…. , 여보 잠깐 화장실…."

 

복녀는 내가 들이댄 속이 랍스터 꼬리를 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내가 물끄러미 복녀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려니까, 앞에서 닥터 안이 무안했는지, 한마디 거든다.

 

"우리 와이프가 요즘에 식욕이 없는지, 밥을 못먹더라구…. 하도 먹으니까, 혹시 에노렉시아가 아닌지 걱정이 정도라니까…."

 

에노렉시아?

 

거식증?

 

내가 가장 이해할 없는 중의 하나가 바로 거식증이다.

 

먹는 것을 거부하다니….

 

얼마나 무서운 정신병이란 말이던가….쯔쯔쯔….불쌍한 영혼같으니….

 

진정으로 먹는게 싫은 인간이 있다던 말인가!!!

 

어허… 그런 인간들이 있다면 모두들 싸잡아서 이디오피아로 이민보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아!!!

 

근데 후식으로 과일이랑 아이스크림까지 갖다먹은 나는 조오기 살구빛의 연어가 땡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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