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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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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낳은 여자


BY 정자 2009-07-28

 영숙언니와 그렇게 헤어진 후 우린 또 떨어야 했다.
영숙이가 이혼 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영숙언니가 그 전 남편인 성호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영숙에게 압박을 가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루 빨리 모든 서류를 넘기는 것이 영숙에게 편하다고 좋다고 했단다.
성호아빠는 이혼은 했지만 애들아빠는 아니냐? 나중에 영숙이가 상속을 받으면 성호에게도 연두에게도 얼마나 좋으냐?
이렇게 구슬러 성호 아빠가 나에게 전화를 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천천히 생각을 거슬러서 오래 전에 그 옛날 영숙이가 결혼 할 무렵으로
성호 아빠는 영숙의 친정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사위 대접을 받지 못 했을 것이다.
버려진 딸이 그 사위는 거기에서 거기니 그들이 그렇게 대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 간다면 빌 붙은 군 식구가 어떤 남자가 데려 갔구나 이런 식으로 봤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미 이혼한 사위에게. 다른 가정을 갖고 사는 남자에게 영숙언니는 애들아빠니까 빨리 전화하라고 다그쳤을 것이다. 그렇게 성호아빠는 나와 영숙에게 한 번 만나서 애기 하자고 한다. 우린 다른 누구보다도 성호아빠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어느 다방에서 함께 만났다.
" 위임을 받은 사람이든 기든 아니든 아무 상관없이 먼저 서류를 달라고 하더라구요?"
성호 아빠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냥 이런 저런 거 귀찮으니 얼른 주고 말아 버리라는 말투다.
영숙에게 아무리 많은 돈이 생긴다고 해도 아무 관계없을 것이니 사실 영숙언니의 심부름으로 온 것이 틀림 없었다. 
영숙은 별 기대를 안하는 눈치였다. 별 볼 일없이 만나자고 할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게 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일테고.
 내가 한 마디 했다.
" 저기 서류를 주긴 주는데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성호 아빠한테 말예요?"
" 뭔데요?"
" 제가 김포이든 서울이든 거길  한 번도 가지 않아서  한 번 갈려고 하는데요?"
" 왜요?"
성호아빠는 눈이 커지면서 왜요라고 묻는다.
" 음 우리가 앞 뒤 딱딱 맞게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굳이 가 볼 필요는 없지요. 그런데 말예요. 자꾸 그 당숙모를 만나고 싳어요. 살아있으면 만나서 왜 상속포기을 그렇게 쉽게 했는지. 우리가 이렇게 상속을 받아도 이의제길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뭐 그런 것은 당연히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되는 것 아녀요?"
성호아빠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낸다. 내 말을 듣고 한 참 후 
" 저기 이런 말은 좀 그런데요. 그냥 영숙언니 말 들어요? 성호 엄마가 지금 생활이 이렇게 힘든데 얼른 서류쥬고 돈 받으면 그걸로 끝이지요.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옆에  있던 영숙이가 성호 아빠를 빤히 들여다 봤다. 성호 아빠가 영숙이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른 상속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러니까 남 애길 하듯이 자신 전처인 영숙을 그렇게 애처롭게 애길 하는 것이다.
" 아니 내가 언제 생활비가 없다고 성호아빠한테 돈 달라고 했니? 밥을 사 달라고 했어?  영숙언니에게 아쉬운 소릴 한 번이라도 했으면 내가 덜 기가 막 힐 거여? 응 그래? 성호가 여섯 살인가 다섯 살인가 그 때 자전거 타다가 울 동네 시궁창에 쳐박혀 가지고 동네 병원에 갔었을 때 돈이 당장 없는 거라? 그러니 그 때 딱 한 번 영숙언니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는데.그 때 뭐라고 하는 줄 알어? 생각 좀 해 보구 전화 준 데? 그러니까 그 생각을 지금까지 하는 거구먼? 사람이 말여 그러는 거 아녀? 나 땡전 한 푼 없어도 생각만 해주는 그 언니 말을 내가 얼른 어떻게 들어 주냐구?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고 내가 말을 해주는 것도 많이 봐주는 거여? 이거 왜 이래? 우리가 뭐 그 동안 배운 거 없어 돈 없이 살아서 옛날 그 때처럼 주면 주는데로 어이그 고맙습니다 하고 넙죽 받아 먹을 것 같어? 니미..그 때 성호가 뭐라고 하는 줄 알어? 엄마! 나 괜찮어. 이젠 피만 안나면 그냥 집에 가자고 하는데.어휴! 그게 니 자식인디 당신 자식인디  그 때 내 맘이 어떤 줄 알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아들 제대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만 햇어? 그런디 지금 내가 생활이 어려우니 얼른 서류주고 돈 받으라고 ? 아나 콩 떡이라고 가서 그대로 전해 줘? 뭐 우린 발도 없고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천치 줄 아나본데? 흥!"
성호아빠가 더 이상 말이 없다.  같이 살고 있는 부부라면 얼마든지 영숙의 대리인으로 동반자로 나란히 상속을 받을 수 있는 남편이었다. 사람 팔자 알다가도 모를 시간팔자라고 하더니 진짜 오래 살아 봐야 끝을 알 것이다. 이렇게 큰 부자가 될 줄을 알았다면 이혼하려다가 도로 함쳐서 살 것이다. 요즘 세상에 돈이 없어서 못산다고 난리통인데 . 친정 별 볼 일 없는 거치곤 영숙은 너무 기세가 당당한 편이었다. 드세고 날래고 억척 스러워서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성호아빠와 이혼을 했을 것이다. 말 잘 듣고 나긋나긋한 지금의 아내는 영숙과 비교도 안된다고 생각 했었을 것이고, 성매매법으로 경찰서에 붙잡혀 있을 때 성호아빠는 그 때에 뭔가 목에 턱 걸리는 걸리적 거림이 조금 느꼈을 것이다. 성호는 엄마가 돌아 온 것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아빠를 보고  보고 또 봤다. 그리곤 아빠 얼른 집으로 가? 그게 다였다. 몇 년만에 처음 만난 아빠에게 하는 말이 겨우 그 말 뿐이었다.   그 때가 성호가 열 두 살이었는데 지금 성호는 열 일곱이다. 키가 이젠 아빠보다 더 커질려고 한다. 그러니까 그 후로 한 번도 대면을 하지 않았던전 남편 성호 아빠가  영숙언니에게 무슨 애길 어떻게 들어도 여긴 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같이 만나는 자리에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도 달리 명분이 없었다. 이유없는 만남이다.
" 그럼 거길 가고 난 후 서류를 주겠다고 말하면 되나요?"
" 아뇨? 당숙모를 만나고 난 후에 준다고 하세요. 그게 순서이지요."
성호아빠가 알아 들엇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영숙을 본다. 영숙이도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이 고개를 외면한다.
먼저 간다고 인사를 하는데도 영숙은 다른데를 본다. 성호아빠가 다방문을  당기니까 햇볕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 야! 니 진짜 당숙모를 만나면 서류를 줄 겨?"
" 응! 그게 맞는 것 같어?"
성호 아빠가 먼저 간 후에 한 참동안 우린 말없이 그냥 다방에 앉아 있었다.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격어 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말이다.
성호에게 연두에게 줄 게 없다고 해 준게 없다고 늘상 징징거리던 영숙이가 어느날 벼락 부자가 되어 이젠 누구보다
남 부러울 게 없이 살고 있다고 성공했다고 소문이 자자하게 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한 동네에 몇 년전 누구네 로또 복권 당첨 됐다고 한 동안 들썩들썩 했었다.  나도 그 집앞을 몇 번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몇 달 안가서 부부가 이혼을 하고 당청금을 반 반 나눠사 남편은 미국으로 간다고 하고 아내는 어디라고 했더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몇 년후 그 남편이 미국에서 살해되었다고 죽어서 돌아 온 것이다. 그 동네에 대대로 내려 온 종정 선산이 있었는데 가족회의 중간에 결국 그 남편은 선산에 묻지 말자고 했단다. 이유는 그 많은 돈을 타고 둘이 나눠도 종정에 그 집안에 한 푼도 주지 얺고 도망치 듯이 떠난 배신자에게 무슨 선산을 내 주냐고 묻힐 수 없다고 그렇게 집안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중에 이혼한 아내와 같이 사는 아들에게 연락을 하니 그 아들에겐 아무 답장도 없다고 했다.
나는 이런 좋지 않은 결과를 보고 주위 사람들 눈치를 읽어주고 싶어도 영숙에게 다른 말도 어떤 제안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사람 조심하라 거나  누구든 믿지 말라거나 너무 두려운 단어들을 일일히 지적한 다는 것이  질리기 때문이다. 누구도 믿지 말라고 해도 이미 영숙은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 언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말어?"
" 뭔 말인데?"
' 아무래도 당숙모가 살해 된 것 같어?"
꼭 직접 생생하게 목격한 것처럼 영숙은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