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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이 나면


BY 정자 2009-07-09

 여자들은 남편이 바람이나면 발동이 걸린다는 것이 육감이다.
영숙이가 분명히 나에게 그랬다.

평소엔 잘 못하던 자삼함을 드러내거나 뭔가 그 말로 할 수 없는 느낌이란다.
그런데 난 본인이 바람이 난 걸 남편은 직감으로 알아 챘다면 ?
사실 제대로 애길 한다면 호적에는 남편 하나 애인 하나 이럴게 입적이 된다면 정정당당한 입장이다. 아직 애인을 못 만나서 아니면 안 만나서 입적하지 못 한 것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여자가 둘이네 셋이네 말 할 필요 없이 호적에 마누라 한 명 애인 두 명 이런 식으로 신고를 한다면 그 많은 남자나 여자나 다 순순이 교통정리가 되 듯이 간단하다.
하긴 어느 나라는 큰 마누라가 둘째 마누라 자리를 알아본단다.
이유는 남편이 힘이 좋거나 돈이 많거나 관계없이 아이를 키워보니 생활력 강한 여자들끼리 뭉쳐서 살아야  남편에게 전부 부담감을 안기는 가정보다 더 효과적으로 가정을 유지 할 수도 있겠다. 가부장제로 한 남자만 가장이라는 것은 엄청난 부담을 평생 죽을 때까지 지고 가라는 것인데. 여자들 맘 맞고
평생 나누며 사는 그 짐들의 무게가 훨 더 가벼워 질 것이다.
남들 눈엔 나처럼 평범하다 못해 그 동네에 그런 여자 사는 것 봤어? 이럴 정도로 나는 조용히 살았다.

얌전한 고양이는 아니더라도 좀 마음데로 내 법을 만들고 내 사는 길도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 살았다. 그럼에도 아직 여긴 엄연한 일부일처제가 드세면서 더 날로 득세를 할 세상인데
그런데 현재 나의 남편은 나의 이런 바람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다. 가르켜 줄 필요도 없는 지극히 큰 불륜이라는 것을 어떻게 감히 나 바람펴? 이러냐구?
그렇다고 나도 전에 없던 행동을 못하는 굼벵이다.
갑자기 살갑게 애교를 떨면서 아양을 돈 주는 것 받아가면서 하라고 시켜도 체질이 전혀 아니다.
살림이 백치에 가깝게 엉터리로 사는 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다.
달라진 것을 따진다면 남자 하나 더 추가 된 결혼생활이라면 딱 들어 맞는다. 이렇게 감추고 살아서
별 볼일 없는 여자가 요즘 머리가 댕댕 아프고 열까지 난 것은 이유가 따로 생겼기 때문이다.
영숙은 그 상속사건 때문에 툭하면 밤이고 낮이고 우리집에 출근하고 퇴근 하는 것이다.
뭘 알아야 그들이 주는 데로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법용어가 잔뜩 두껍게 뭉친 책들을 한 박스를 나에게 주고 가질 않나?
생전 당숙어른 애길 전혀 듣도 보도 못하던 친척관계까지 나에게 열나게 떠들어 대니 내가 아주 죽을 맛이었다. 
법공부는 내가 할 게 아니라 상속녀가 해야 한다고 나도 몇 번 거들기는 했지만.
어디에 쳐박혀 있었는지 모를 주소들을 적어 와서 지방법원에 가서 등기부등본을 띠는냐 ? 마냐? 까지 솔잎 먹고 열심히 잘 살고 있는 송충이보고 느닷없이 황새 목에 걸린 씨알 굵은 붕어는 어디서 잡느냐는 소리와 매양 같은 소리를  허구헌날 떠들어  엉덩이를 뜨듯한  방바닥에 붙이고 세월아 내월아 나는 이렇게 살다가 간다식의 나의 삶의 표어가 뒤흔들리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니고 남의 것에  관심이 가는 것도 문제가 있겟지만. 영숙은 그게 사생결단을 내서 당장 무우 짜르듯이 쇼부를 칠 만큼 절박 했기도 했을 것이고 누굴 믿고 드러 내놓고 속내 사정을 하소연 할 만한 남자도 남편도 없는 여자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으니 할 수 없이 그 말 다듣는 곤역을 치뤄줘야 했다. 
" 야야..오늘은 또 어딜 가는데? 그러지말고 그냥 우선 얼른 친정부터 인사 차 들려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 언니? 당숙모가 호적에 그냥 그대로 있다니께? 사망도 아니고 가출도 아니고  행불도 아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당숙모가 도대체 어디로 가셨단 말인가?
세상 천지에 새처럼 날아서 어디로 붕 뜬 것도 아닐테고, 잠수함 타고 깊은 바닷속을 여행해도 다시 떠오를텐데
진짜 영숙이네 친정에 뭔 일이 대단하게 감춰진 게 틀림이 없었던 모양이다.
" 언니? 내가 영숙이 언니하고 낼 만나기로 했어? 근디 이상한 게 언니는 데려오지 말라는 거여? 그래서 내가 박박 우겼다구? 언니랑 안 가면 영숙언니 안 만날 거라구?"
나를 내버려 두고 혼자 오라는 그 말에 이거 뭔가 켕기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예감이 딱 들어찼다.
언제는 나를 만나자고 전화했던 그 영숙이 언니가 아니던가?
같이 오지 말라는 그 말에 난 발동이 부르릉 걸린 것이다. 이상하게 뭘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그 심리전의 묘미가 나에게 스위치를 키듯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 봐야 겠다는 퍼뜩 났다. 그래 뭔가 감춰놓고 영숙이만 나타나면 무슨 음모를 꾸미고도 남을 그 친정에 영숙이를 혼자 보낸다는 것이 적에게 혼자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라는 말과 같다.
" 니 지금 어디냐?""
" 응? 왜? 나  지금  집인디?" 영숙이가 대답햇다.
영숙언니를 언제 어디서 만날 거냐고 다시 물으니 내일 시내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 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보니 영숙언니만 나 올 분위기는 아니었다.남편 죽인다고 그렇게 설쳐대는 그 옛날 모습이 불현듯이 떠오르지만 할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이런 운명적인 만남을 누가 주선 했는지 참 얄궂었다.
내가 이 바람만 안 났으면 괜히 마음을 쫄을 이유가 없는데. 당당하게 누가 뭐라해도 죄없는 나의 당찬 얼굴일텐데.  별 일이 나를 꼬드겨선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상상도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민석에게 따로 보자고 말하면 말도 안될테고. 
날짜가 바뀌고 드디어 시간이 되서 영숙이와 나는 휘황한 조명이 비친 호텔쇼파에 앉아 있었다. 
영숙은 내내 나처럼 불안 했는지 언니는 내가 위임장을 준 걸 일단 보여주고 이제부터 모든 것은 언니가 관리한다고 하 실 말씀이 뭐냐고 그렇게 하란다. 꼭 어디 부잣집에 처음 들어가 얼이 뻥뻥 나간 상태로 절절매는 폼으로 그렇게 외우라는 대사들처럼 들린다. 남들이 멀리서보면 바람난 남편 마누라가 나와 상대녀에게 일갈하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보일지도 모를 그런 이상한 상황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고. 영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나도 싱드렁하게 응응 하는데도 영숙은 연신 떠든다. 먼 친척말로는 당숙모가 엄청 똑똑했단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을 알고 있으면 분명히 어떤 조치를 내려 교통사고 정리 하듯이 처리할 만큼 아주 똑똑한 여자가 어디로 종적없이 사라 질 여자가 아니란다.
" 언니? 혹시 둘째 당숙모가 어디로 끌고 간 게 아닐까?" 뜬금없이 어디로 끌고 가냐? 생각해봐라 ? 엉?
돈 많고 땅 많고 뭐가 모질라서 두 분이 싸워도 한 가족인데? 당숙어른이 돌아 가셔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그 두 당숙모들의 행방이 영숙은 젤 궁금했었나 보다. 나타나면 상속의 지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태 영숙은 당숙어른의 상속재산이 총합계가 얼마나 되는지 나도 영숙도 모르고 있었다.
멀리서 영숙언니가 보였다. 챙모자를 너른 것을 써서 나는 어떤 여자인가 유심히 보다가 영숙이 언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