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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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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들


BY 정자 2009-07-01

 영숙언니와 전화통화를 끊고 전에 보다 더 멍청하게 얼굴을 거울에 비쳐봤다.
어쩌면 그런 것을 겪지 않고 난데없이 벼럭 부자가 되었다면 영숙이는 어떻게 지금을 살고 있을까?
돈만 파는 로또 복권점에 하루종일 앉아서 기도만 한다고 해도 오지 않을 기회들이 즐비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난 아직도 로또 복권에 담청 될 확률이 벼락 맞아 뒈질 확률보다 10배나 높다고 하고 싶다.
순전히 내 애길 한다면 그까짓 돈이야 번 만큼 쓰다가 가면 그만이지 뭘 그렇게 애간장 녹여가면서 모으는 게임 중독에
빠진 마니아들처럼 할 짓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우선은 영숙에게 앞 뒤가 어떻게 된 애긴지 전화를 눌렀다.
" 어머나 !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영숙이 전화 신호음이 코맹맹한 여가수의 목소리에 나도 흥하고 코를 풀듯이 따라 흥얼흥얼 대었다.
전에는 때르릉이더니 뭔 조화인지 한 달에 한 번씩 벨소리를 바꾼다.
" 언니! 울 언니랑 통화했어? 엉?"
" 야!. 니네언니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더라? 뭔일 난 거여?""
언니 언니 그러지 말고 우리 어디서 만나자? 응 어디로 갈까? 내가 집으로 가?
서두르는 목소리가 범상치가 않다. 무슨 대단한 일은 있긴 있는데.
내가 나간다고 했다. 시내에 자주가는 집이었다.
" 야 만날때 청심환이나 먹고 와라? 니 또 쓰러지면 난 모르는 일이다? 엉?"
한 두번 쇼크를 먹어 쓰러지더니 이젠 놀란 가슴 먼저 확인하고 다 또 꺼진 불 확인 하듯이 말하니 처음엔 귀찮게 여기더니
지금은 아예 인정한다. 놀랄일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우리들인데.
......
우리가 만난 식당 분위기는 그야말로 70년대 영화 포스터도 있고 벤허의 그 멋진 주연의 남자 근육질이 울퉁불퉁
이두박근이 선명한 영화 포스터가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쌈밥집이다.
" 세상에 나도 잘 몰랏어. 언니? 울 엄마가 그렇게 어렵게 살았을 때 김포가 지금 비행기 뜨는 데 맨 논 밭이었데?
그 때 당숙이 논농사짓고 울 아부지도 같이 하긴 했는데, 개발 붐이 일어난 거여? 아무튼 당숙네가 돈도 무지 많지 땅많지
근디 나한테 오춘이여 사춘이여 잘 모르겠는데. 뭔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다가 교통사고 나서 죽고 한 애는 병들어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거야. 막내는 좀 모지라데. 아들인데 한약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나 "
"그런데 왜 니가 상속인이 된데?" 나는 그게 젤 궁금했다. 말 할 것 없이 단도 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버지의 형제가 단 둘이고 영숙이 지금 살아계신 어머니는 호적에 아직 오르지 못한 첩 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친정 엄마는 새엄마이고 그 동생들은 그 쪽 계열이고 영숙이만 사촌이었던 아버지의 자식인데.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가긴 갔다.
영숙이가 그렇게 죽네 사네 난리부려도 눈 하나 꿈쩍 안하던 이유를 .
영숙언니는 사촌 언니였고, 정작 부모의 그늘에서 지금도 정을 듬뿍 나누는 형제들은 이제야 제대로 상속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오로지 영숙이라는 것을 안 친정이 호들갑스럽게 찾아 다니는 것이다.
" 그래서 너 그 재산을 상속 받을 거여?"
내심 걱정스럽다. 말이 그렇지 아무나 상속을 받는 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신분 상승이 될 것이고
잘하다보면 그동안 받았던 설움이 더 기가 막히게 갚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 근데 언니? 아무리 난 울 친정이 이상해?"
" 뭐? 왜?"
'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당연이 아버지한태 가는 건디.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난 그 동안 사람도 아녔잖아?"
" 뭔 일이 따로 또 있는 겨?"
" 나보고 상속을 다 받으라고 하는디? 이게 도체 뭔 계획이 따로 잇는 것 같어?"
그래서 나보고 사촌언니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던거란다.
한 두해 겪은 친정사람들이 아니다. 영숙이가 나에게 말을 안해서 그렇지 벼라 별 일들과 사연들을 묻어 놓고
나에게 보여 준 그 친정에서 있었던 일들은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짐작한다.   
당숙모가 둘이 있었단다. 부잣집에 여자가 어디 한 둘이겠는가? 그나마 당숙어른도 체면 세울려나 그래도 점잖게
단 두 여자만 같이 데리고 살았다는 애기로 들린다.
" 언니? 내가 이상한 건 그 두분이 어디로 간 건지 돌아 가신 건지 그 걸 모르겠다고?
 그 많은 재산을 놔두고 어딜 간다고 해도 이민을 간다고 해도 다시 돌아 올 당숙모들이야. 안 그려?"
영숙이 말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아무리 상속을 받을 자식이 먼저 죽어도 엄연히 처가 있는데. 난데없이 왜 내가 혼자 상속을 받으라고 저렇게 친정이 설레발 치는 게 더 이상한 거여?'
영숙이 말 듣고 보니 이거 뭔가 있긴 있나보다 했다.
시킨 소주 한 병이 다 비웠다. 대낮부터 두 여자가 밥먹다가 소주 한 병 더 추가하고도 말이 끝나지 않았다.
" 그럼 어쩔려구?"
" 언니가 더 잘 알잖아? 내가 그 지긋지긋한 시집보다 더 넌덜머리가 난 게 울 친정이야? 근디 내가 줄래줄레 돈 준다고
거길 백날 가라고 사정을 해도 가게 됐어?"
언젠가 영숙이가 나보고 그랬다. 니미럴 내가 몸팔아 살아 살아서 울 친정 앞 집에 집짓고 떵떵 거리고 살때까지 니 덜 하나도 죽지도 말고 잘 살아야 한데이.. 육시럴 것 들 같으니 울 아버지가 나를 두고 두고 비럭질 하지말고 제발 니는 잘 살아야 한다고 눈도 못감고 저승 간 것 난 네 골수에 묻쳤어!
말이 씨가 된다고 하더니 친정집 앞에 집보다 더 으리으리하게 살 처지가 된 영숙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 언닌 왜 또 웃어?"
" 그럼 우냐? 야 니 기억나냐? 하긴 니 이빠이 술 취해서 나한테 한 애길 기억나냐? 응?"
무슨 말이든 잘해야 한다. 왜 하필 그 너른 땅덩어리 중에서도 친정집 앞에 집을 짓는 다는 말을 했냐고 물었더니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한다. 하이고 나도 그 때 엄청 취해서 잘 못 들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디서 어느 자리에서 그렇게 애길 할 비슷한 처지도 없었다.

 " 그럼 어떻게 할 건디? 가기 싫다고 안 간다고 될 일도 아닌데?"
" 언니가 대신 가주라? 내가 위임장 써 줄께?"
" 뭐? 나보고 대신 가라니? 그게 뭔소리여?"
별똥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소리하고 똑같다. 다름아닌 그 어마어마한 재산 상속문제로 본인이 열 번을 간다고 해도 될 지 말 지인데. 나보고 덜렁 위임장 들고 거길 가라니 너무 어안이 벙벙하다.
" 언니? 생각해 봐봐? 내가 무식하지 못 배웠지. 말 안통 해 글고 분명히 거기선 나를 상속인으로 세워놓고 뭔짓을 해도
난 절대 몰러! 그러니 그래도 좀 그럴 듯한 사람 앞 세우면 지덜이 뭘 어떻케 할 겨? 언니가 딱 맞춤이랑께! 더군다나 울 언니 봤지? 아무리 형부가 백번을 바람피운다고 해도 거시기를 자른다고 가위들고 다니는 것 언니가 보고 뭐 느끼는 것 없냐구?
오죽 했으면 울 언니한테 안 맡기고 내가 언니한테 온 게 달리 방법이 없었다구?"  
지금도 그 영숙언니를 끔찍한 여자로 기억을 한다. 그 때 그 사건이 미수로 끝나기 망정이지 살인사건으로 될 번 했던 차에
변호사에 몇 통의 탄원서에 별 별 말들을 써서 낸 내가 아니던가? 유일하게 영숙이를 가끔 찾아온 그 정 하나때문에 얼결에 영숙이 부탁으로 도와 준 사건인데. 어디가서 내놓고 입으로 말 할 수 도 없는 일이었다.
" 야..그 땐 뭣도 모르고 괜히 도와준거지? 니가 그래도 니 언니라고 도와 달라고 사정하는 통에?"
" 긍께 언니가 그 때처럼 날 또 한 번 더 도와 달라는 거 아녀?"
불현듯 제목은 가물가물한 어느 영화가 생각이 났다.
느닷없이 전보로 삼춘이 돌아 가셨으니 유산 상속자라고 그 걸 받은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기를 못 한건지, 아니면 그 기분을 더 사실적으로 표현을 하기 위해서 얼떨떨한 표정과 함께 섞인 미소를 한 얼굴에
나타내야 하는데 난 그 표현을 못했다고 혼자 보면서 에잇 그런 걸 왜 못해? 빈축을 줬는데.
내가 꼭 그 표현을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걸 한다고 해? 말어? 온통 머릿속은 도가니다. 갈등과 갈등들이 교차하는
번잡스러움이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저 영숙이의 위임장을 들고 가기만 한다면야 뭐가 어려울까 싶은데.
자꾸 그 사춘언니의 가위사건이 오락가락한다.
아직 영숙은 모르는 비밀이 나에게  그 동안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 이 영역에선 엄연히 바람이 나서 남자 하나 숨겨놓고 남편과도 멀쩡히 잘 살고 있
는 여자라는 것을
알리가 없는 영숙이 한테 니 당숙모가 둘이네 당숙모가 여자가 둘이네 셋이네 뭐 그런 것을 확인하라는 것인데
영 찜찜하다는 것이다.
" 그럼 처음엔 나랑 같이 일단은 가보자? 그래도 순서가 있지 내가 혼자 덜컥 가봐라 성의가 안 보인다고 할 것 같은디?"
" 그렇긴 그렇지? 그럼 나랑 함께 움직이는 거여?"
영숙이 얼굴이 안심한다. 천군만마의 응원을 내가 한 셈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착잡한 내 심정이 또 시작이 되었다.
어떻게 두 여자가 함꺼번에 사라진 걸까?
궁금함과 함께 영숙언니가 들은 가위가 또 내 머릿속을 숙덕 숙덕 자르는 것 같다. 

[출처] 35 ([정자수다]) |작성자 mee 곰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