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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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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렇게


BY 정자 2009-06-28

급한 호출에 누른  통회키의 벨소리가 클래식음악이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음악인데. 제목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여보세요?'

" 무슨 일 있어요?"

" 나 병원에 입원했어?"

민석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낮고 흐린 분위기가 먼 내 옆에 천천히 번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갈까 ? 그렇게 물어  병원이 어디야? 몇 호실이야? 무슨 병인데? 머릿속에선 이미 다 설정 해놓은 말들은 한 마디도 못했다.

나중에 수술하면 연락할께 이 말과 함께 그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어리벙벙하면 나는 얼굴이 더 웃긴다.

내가 봐도 내 얼굴이 남의 얼굴 쳐다보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인데.

속으로는 내 남편도 아니고 아직 이혼도 못한 남자가 아프다고 나에게 전화를 한다고 해도 왜 하냐고 왜 그런 말을 나에게 하냐고 따져도 남을 얼굴이다.

 

천천히 방을 닦기 시작했다.

내가 닦은 방모서리는 이미 햇볕이 차지하고 반짝반짝 윤이 난다.

그래 뭐 내가 아무 상관이 없잖어?

숨겨 놓은 남자가 아프다고 아무리 징징거려도 난 대놓고 찾아가지 못하는 거

본인이 더 잘 알잖아?

뭐 그런 것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해?

으이그 등신 ..지지리도 눈이 삐졌지.

하고 많은 남자 중에 왜 하필 남의 남자냐고 누가 그러는 것처럼 뒷덜미가 뻣뻣하다가 또 어깨에 열이 훅하고 뭉친다.

" 수술 잘 받고 빠른 쾌유를 빌께"

걸레질 하다가 다시 문자를 서둘러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최선이다.

모른척하고 남처럼 알아도 멀리서 빌어주는 요령 같은 것을 나는 그대로 베껴서 사용하고 있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기대는 않했지만.

 

........

 

한 달이 지나 그에게 문자가 왔다.

" 나 퇴원했어!"

그래 살아서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보다 문자 한통이 가장 빠른 답장일 것이다.

휴유! ~~ 긴 숨을 들이 마셔본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도 밤에 익어 두둥 떠오른 달빛도 한 꺼번에 차지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분량이 얼만 큼인지 아직 계량기로 재기 전이니 나도 누구도 모를 용량이다.

나는 민석에게 답장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보내지 않았다. 분명히 그렇게 헤어지자고 사정하고볶았을 마누라가 있을 것이고.

뒤에는 애처롭게 안도의 숨을 쉬고 있는 아들이 서서 지켜보고 있을텐데.

 

디익 디익!!

한차례 전화기가 또 떤다.

모르는 전화번화가 눈에 띄었다.

" 여보세요?"

" 야 야! 영숙이 언니다. 니 기억나나?"  

 

영숙이 언니라고 한 번 얼굴은 봤다고 치고 알다가도 모를 그 영숙이네 친정에서 왜 내게 전화를 했나 싶었다.

" 세상에 내가 널 만난게 한 칠년 전인디.. 목소리는 그대로네. 영숙이가 니 전화번호 알려줘서 이렇게 전화를 해 봤다.

니 언제 시간나나?"

영숙이가 그렇게 병원에서 한 바탕 난리법석을 떨어서 친정에도 시댁에도 모두 알게 된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덕분에 노래방에서 도우미하다가 그 지랄같은 뭔 매매법인가 뭔가에 걸려 혹독하게 매장을 당 할 뻔 한 애기까지

샅샅이 알리게 되었으니 영숙이가 나보고 한 마디 했다.

" 어휴!!! 언니 왜 이렇게 사는 게 쪽 팔려?""

쪽이나 팔리면 괜찮다. 여러사람 이 인생 저 인생들이 허구헌날 얽혀버린 칡넝쿨처럼 찔겨져서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나도 한탄했었다.

" 근디 뭔 일로 저를 만나요?"

나도 이 언니 앞에선 목소리도 크게 못낸다. 왜냐하면 여장부라면 여장부라고 할 수 있는데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가위를 들고 자르네 마네 하다가 폭행으로 몇 번 교도소를 들락날락한 사실을 나 혼자 알고 있었다. 그 때 선처를 바란다고 탄원서를 써 달라고 영숙이가 부탁을 하는 바람에 만난 언니를 내가 잊어먹으면 모지란거다. 더군다나 나도 바람난 여자로 알고 있으면 나 죽인다고 뭐라도 들고 올 여자라면 틀림이 없을 것이고.

솔직히 봐도 별로 호감이 안 가는 비호감이다. 이런 언니가 나를 만나자고 하니 가슴이 덜덜하다.

 

" 응 저기 영숙이한테 당숙이 있는디..이 당숙이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디 뭔 문제가 심각한게라?"

금시초문이다. 영숙이에게 친정은 친척보다 더 먼 관계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혼녀라는 딱지표를 붙이고

무슨 죄인 다루 듯이 사람취급도 안 하던 그 친정에 웬 당숙이 등장할까?

" 근디유?" 나는 급하게 호기심이 발동했다.

" 잉..근디 그 당숙이 겁나게 부자라? 아 글쎄 당숙 자식이 모두 죽었버렸당께? 한 명은 아예 바보구 그랬갓구야 상속을 할 자식이 차례차례로 따져본께 영숙이가 있는 거여?"    

 

도대체 뭔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 놈의 돈 때문에 이혼당하고 그 우라질 돈 때문에 노래방에서 목터져라 노래 부르다가 잡혀간 영숙인데. 웬 뜬금없는 상속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