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습기가 몇 퍼센트라고 했더라..
궁뎅이가 뜨듯한 곳을 영 벗어날 자신이 없는 날이 찾아왔다.
겨울은 그렇게 혹한의 습기를 몰고온다.
아직 미명인데.
날이 더 환해지기 전에 밥을 해야
애들 학교에 늦지않게 아침준비를 할 수 있다.
먼 날..전에
난달이 부엌이라고 했다.
울 엄마는 비가 오면 우산쓰고 밥을 했고.
눈이 오면 눈이 쌓이는 부엌에서 시래기 국이며. 청국장을 끓였다.
그 때 난 아랫목에 따뜻한 곳에 올망졸망 모아진 몸뚱이를 세로세로 겹쳐져 선 잠 깨기 싫었는 데. 그 철부지가 이젠 에미다. 그것두 아침 밥을 하면서 발은 따듯한 주방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밖에서 눈이오든 비가오든 아무 상관이 없듯이 칙칙대며 증기 빠지는 소리도 크다. 그 새 하루는몇 장의 달력이 책이 될 정도의 두터운 세월이 되었다.
오늘 또 눈이 올까? 아니면 비가 올까.
화장실에 성에가 금가고 또 얼어 하얗다.
금방 질려 버린 낮달 같은 색으로 나를 쳐다본다.
부엌에 있던 손전화가 부웅.. 떤다.
" 오늘 전화 급 요망!"
전화번호가 짧다. 민석이다. 한 동안 난 아무말 없이 전화없이 지내자고 했다.
나는 일종의 헤어짐의 연습이라고 하고 싶은 데.
여하튼 아직은 나에겐 급한 게 하나도 없는 상태다.
버릇이라면 버릇이고, 서로 알아가고 결국 알고야 마는 성격을 굳이 말로 일일히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가 눈 부비면서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일어난다.
" 니 오늘 뭔 꿈을 꿨나?"
"응... 누가 우리집에 왔는 데..통닭을 사갖고 왔어"
니 큰 일 났다! 먹었어?
" 왜? 맛있게 먹었는 데.."
감기걸린다고 신호 보내는 거여..꿈에서 뭐 먹는 거 꿈꾸면 좀 생각해라..먹을까 , 말까...
" 엄마는 그런 걸 어떻게 생각해? 꿈인지 생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 ..그렇지..꿈인지도 모르고 산 잠자는 시간이 인생의 삼분의 일이라고 하더라.
자다가 꿈꾸는 세상인데, 그런 걸 언제 분간해서 분리 할까 싶다.
다시 전화를 뒤져 문자함을 열어 보았다.
어지간해서 급! 요망은 잘 안하는 데..
무슨 일이 있나 내심 걱정도 되고.
에잇 나 말고 마누라도 멀쩡하게 있고, 다 큰 아들도 있는 데.
그래도 무슨일이 있길래 이렇게 나에게 일찍 신호를 보냈으리라.
다시 화장실변기에 앉아 통화키를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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