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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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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없는 여자2


BY 정자 2007-10-06

일상은 늘상 쇼크를 줄 수 있다.

그 부분에선 가장 면역력이 떨어진다면 이혼한 여자다.

자신의 살 점을 도려내서 한가지 한가지 조립을 한 일상이 그토록 징그럽게 습격을 한다.

 

편안한 일상은 없다.

특히 그런 것을 원하거나 요구하면 그 편안한 일상은 되레 공격을 한다.

이건 절실한 현실이다. 거짓말이 필요 없는 현실이다.

 

성호아빠와 그의 아내는 나란히 내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나도 멍청히 다리에 힘이 빠져 그제야 집에서 질질 끌고 다니는 슬맆퍼를 물끄러미 내려 보았다. 세 사람은 그제야 허기진 것을 느꼈다.

 

좀 안정을 취해야 깨어난다는 데..혹시 식사를 하셧나요?

그 상황에 밥이 생가날 리가 있을까만은 우리는 아무 말없이

식당으로 옮겼다.

 

너무 말랐다. 부러지는 소리가 금방 들릴 것 같은 여자앞에 앉으니 꼭 어느 화가가 목을 길게 빼뜨린 여자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 웃음이 배인 소리다.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연두엄마가  많이 고생했죠....

 

주저리 주저리 뭐라고 하는데. 정확함이 부적절한 애매모호한 횡설수설이 나에겐 혼란만 주었다. 심한 조기 우울증에 걸렸나  싶을 정도다.

 

주문한 설렁탕에 듬북 매운 다대기를 섞었다.

한 술 뱃속에 넣고보니 순간 연두가 생각이 났다.

"연두는요? 참 수술은 어떻게 됏어요?'

" 예..아주 잘됐데요. 엄마가 온다고 햇더니 안 받겟다고 땡강을 부리더니 마침 연락이 와서 그 애길 듣더니 울면서 들어 갔는데... 수술이 아주 잘 되었다네요. 지금 회복실에 있어요"  

 

후유..숨이 저절로 몰아진다.

육년 전에 영숙이가 돌도 지내지 않은 그 연두를 업고 나에게 왔었다.

몇 번이나 임신중절을 할려고 결심을 하고 산부인과 복도에서 주저 앉아 자신의 배를 두둘겨 패며 울면서 하던 말이 퍼뜩 떠 올랏다. 내가 지금 안 죽는 것은 다 너 때문이여...나 죽을 거 알고 니가 내 뱃속에 살아 있는 거여...

 

자식과 부모의 관계.

특히 어머니와  딸. 아니면 여자와 여자의 사이.

연두를 업고 온 날 영숙이가 나에게 말했다.

연두는 이젠 아빠가 없어..나도 남자가 없구..그런데 참 지랄 맞다..뭐 이렇게 시원섭섭한 겨..까짓거 한 번 살고 두 번 결혼하는 게 뭔 그리 큰 대수라고 당당하게 그렇게 가냐?

그니께 아예 잘 된거지..내가 연두 잘 키우고 나 잘 살고 잘 먹고 떵떵대면 그게 복수지? 그치? 

 

나는 그 때 대답을 뭐라고 햇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그냥 그래도 그렇게 살아도 될 것 같어..지금은 별 수가 없잖어...

 

그런데 지금 그 없는 아빠가  없는 남자가  나란히 그의 부인과 같이 앉아 있다.

몇막 몇장에 펼쳐질 연극의 한 장면 처럼.

 

감히 입안에 밥알이 넘어기지 않았다. 국물만 목구멍에 밀어 넣고 있다.

결국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내 바지속에 전화가 진동을 한다.

꺼내보나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

 

"오늘 볼 수 있어? 안 되면 문자 보내 줘"

민석이었다.

 

"오늘은 보고 싶지 않음"

무슨 공문을 보내 듯이간단하게 처리햇다.

 

진짜 오늘은 상상하기 힘든 일상이었다. 너무 서투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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