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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없는 여자


BY 정자 2007-09-27

두 번이나 영숙은 또 남자에게 업혀서 응급실에 눕혔다.

간호사가 성급하게 영숙의 불라우스 단추를 연다.

옆에 서있는 나는 또 영숙의 신발을 벗기고 연두아빠는 손만 잡고 연신 불러댄다.

 

영숙아. 영숙아..연두야 연두야...

불과 육개월 후에 그렇게 만난 장소는 너무하다.

의사가 청진기를 들이대고 얼른 커튼을 닫으며 보호자는 잠시 밖으로 나가란다.

 

덜렁 나는 신발만 들고 있다.

괜히 병원에 데려 온 표정으로, 한 편으로 잘한 건지 못 한 건지 불안한 내 표정에

어떤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어림잡아 아마 성호아빠의 아내라는 것을 느꼈다.

 

가늘은 손가락 사이에 반짝거리는 반지가 더 가늘다.

방관자라면 당연히 방관 할 수 있는 여자다.

관계없는 여자라면 전혀 무관한 상태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어떤 관계로도 방정식으로든 공식으로 답을 낼 수 없는 피차일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성호아빠는 연두야 연두야 부르고 있다.

 

잠시후 복도로 나온 그 여자는 나에게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 잔 빼가지고 말없이 건넸다.

나도 말 없이 받고 아직 온도는 한 80도인 것 같은 차갑지 않은 뜨듯한 차를 목에 축였다.

" 언니세요?" 그 여자는 나에게 한 마디로 말을 걸었다.

복도가 길어 목소리가 웅웅댄다,

두 여자가 나란히 병원복도에서 앉아 댁은 누구세요? 하는 이런 시시껄렁한 한 부분을

뭐라고 딱히 내가 영숙이 둘째 언니예요 라든가, 아니면 아뇨... 그냥 잘 아는 친한 언니예요에서 고른다면 시간도 한 참 걸린 일도 아닌데. 나는 한 참후 대답을 했다.

 

옆집에서 살아요.

여자는 대답을 듣고 또 한 쪽을 멍하니 쳐다본다.

나도 응급실이라고 크게 써진 문을 한 참 뚫어져라 봤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큰 병원에 이름은 모르고 얼굴은 처음보고 말로 만  듣던 낯선 여자와 같이 앉아 있는 게 더욱 싫다.

 

고마와요... 옆집에서 이렇게 연두엄마를 데려 온 거...

처음엔 저 몰랏어요...연두도 성호도 있는 줄 몰랐어요.

지금은 전부 아니까 편하네요.

뭐가 뭔지 모를 땐 자꾸 의심만 더 가고 그랬거든요.

 

진짜 연두 엄마 옆 집에 살아요?

왜요?

 

아뇨..괜히 전부 다 말하고 싶어요.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엇는지 애기해도 어디다가 애기해도 뒷애길 탈이 안 날 것 같은 데다가 실컷 애기하고 싶은 데 모르는 사람들은 내 애길 들어도 별 신경도 안 써 줄 것같고, 날 아는사람들은 부담스럽고 ..   

 

얼굴보고 그 사람 다 알 수는  없다. 관상쟁이라도 일단 한 번 그들의 시간을 먼저 점검 해  볼 텐데.

나는 그제야 그녀의 옆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흰 피부화장은 피부막에서 부터 거뭇거뭇한 기미는 가리지 못하고 초췌하게 형광등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햇나 싶을 정도의 앙상한 뒷덜미는 부러질 것같다. 가늘은 손목에 걸쳐진 손목시계가 헐거워져 흘러내리는 팔찌처럼 보였다.

 

무엇을 물어 보고 싶은 데 떠오르는 질문은 전혀 없다.

내 눈에 응급실 맨끝에서 팔딱거리는 심장을 가진 영숙이 모습이 보인다.

뭐라고 할까... 그래요 ..당신은 사실은 속아서 결혼을 한 여자예요... 당신 집안은 너무 돈이 많아서 데릴사위를 고른 거잖아요...거기에 하필 영숙남편이 끼어 든 거고..앞 뒤 상황을 조목조목 추리해 가면서 설명을 해 줄 용의도 있었다.

 

그런데 여긴 아니다. 이렇게 사람이 숨을 쉬네마네 하는 곳에 주사바늘이 주입하듯이 잘못이었네 등의 사설같은 말은 더욱 할 데가 못 되었다. 어쩌면 나에겐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의  모르는 사람으로 생전 보지 않을 사람처럼 귀담아 들어 준다면 모를까.

 

응급실에서 의사가 나왔다. 연두아빠가 뒤를 따라 나온다.

뭐라고 했는지 뒤따라 오는 얼굴이 어둡다.

나와 그녀는 덩달아 일어났다.

 

" 좀 어떻대요?"

그녀는 침울하게 묻는다. 나도 말없이 쳐다 보았다.

쇼크를 먹었단다.일시적으로 ...

 

의사들은 일상의 충격을 쇼크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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