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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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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BY 정자 2007-09-16

느린 것은 시간이 아니었다.

느린 것들은 결코 시간을 모른다.

느리게 크는 식물이나 나무들은 도리어 시간을 업고 켜켜히 쌓아서 벽돌쌓기를 한다.

비록 아래애서 위로 키가 크는 것을 법칙으로 하고

옆으로 뚱뚱해지는 나이테를 경계로 지도를 그린다.

 

그런 것은 두고 두고 시간을 발효시킨다.

그럼에도 결코 어렵다고 하지 않고 투덜대지 않는다.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그들에게 한 번도 어떻게 그렇게 시간들을 많이 모을 수 있냐고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낳은 자식에게 너 어떻게 내 뱃 속에서 나왔니? 또 누구처럼 나에게 생전 웬수가 이젠 또 반복해서 또 나에게 태어났니? 등등.

 

여하튼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한 번도 존재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입혀진 옷과 같이 늘 그런 일상을 함께 해온 덕에 지독한 중독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해독제로도 풀어지지 않는 그 일상의 평안함이 아이한테 한 마디 통보하고 나 이제부터 너랑 안 살거다라든가. 아니면 같이 못 산다는 이유든 설명 없이 통보를 받은 상테를

 이중생활의 결과라고 단정 지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 이유가 설상 나중에 이해가 될만큼 충분한 설득력으로 증명이 된다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런 마당에 누군 아주 잘 살고. 누군 출세를 꼭 해야 한다는 등. 또 사과의 의미로 많은 돈이 저금이 된 통장을 남겨준다고 해도 평수 넓은 아파트 한 채 남겨 준다고 해도 별로 반가울 처지가 못되는 것을 이중생활의 한 부분이다.

 

아무리 반가운 소식이라고 빅뉴스라고 방송국에서 특종으로 떠들어대도 여자의 가슴에 내리꽂히는 언어는 없다. 이미 가슴에 못질 뿐만 아니라 쓱싹쓱싹 톱질을 해 댄 그 가슴속에서 더 큰 울음이 산다. 이러다가 잊혀지겠지가 아니다. 어찌 된 일인지 산다는 것이 가끔 건망증에 걸린 것처럼 깜박깜박 점멸하다가도 불현듯이 더욱 밝아질 때가 종종 있는 상황이 때로는 많다.

 

그러니까 문제는 한 가지인데 정답은 여러가지로 일순위는 몇 퍼세트의 통계로 오차를 확인인 해가며 풀어야 하는 숙제와 같다. 단지 그 당시 환경은 최대의 정답을 가깝게 찾게 해준다.

 

이런 상황에 영숙에게 니 남편 근황에 그 부인은 어느 대학 교수가  되어서 뭐 그렇고 그런 애기는 나중에 한다치고, 연두가 지금 수술실에 누워 있다는 말은 어디 중간에 끼어 넣어야 할지 막막햇다.

 

그대로다. 영숙은 변한 것이 없었다.

" 언니! 김 좋아하지 ..완도김이 진짜 맛 있더라..그리고 거기서 막 잡은 거 그대로 말려서 온 거야 몸뚱이가 긴 것이 꼭 뱀같다. 이미 뼈가 투명하게 발화되어 하얗게 말리운 장어포가 한 꾸러미에 여기저기 툭 툭 불거진 생선 꼬리가 보이는  보따리가 크다.

 

" 야  야... 니  이거 갖고 올라고 그동안 잠수탔냐? 몸은 괜찮은 거지?"

영숙이가 나를 확 끌어 안는다. 영숙이 눈에 눈물이 내가 오기 전에 이미 흘렸나 눈 자위가 붉다.

나도 내 친동생처럼 이 십 여년 소식 모르다가 처음 만난 그 가족들 마냥 얼싸안고 징징 대었다. 언니..나 죽을려고 했는 데...그게 잘 안되는 거여..시상 죽을려고 수면제를 먹긴 먹었는 데..약국에 약사가 내 얼굴 눈치가 이상하더래...그래서 수면제랑 비슷하게 생긴 거 소화제를 주고,,, 그걸 먹어도 죽어지나? 배만 더 고프더라구..그래서 더 쎈 거 달라고 했더니 살빼는 약을 줬데...

 

말 들어 보니 별 별 일이 내겐 너무 생소하고, 영숙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히죽 히죽웃다보니 벌써 연두가 입원한 병원 정문이다. 영숙이가 여기가 어디야? 언니?

 

" 저기 내가 연두아빠한테 연락했어.. 니 부탁을 들어 주고 싶은 데..연두가 상황이 안 좋데...

  니 온다고 하니까  연두아빠가 꼭 너 데리고 병원에 와 달라고 하더라... 연두가 너만 찾는 데..."

" 언제 그랫어..언니 나 사실 연두가 꿈에 나타나서 자꾸 나보고 오라는 거여..언제부터 병원에 있는 거여? 애덜아빠는 뭘 어떻게 했길래 연두가 왜 병원에 있는 거여? 시방?"

 

진정하고 차분하게 말을 해주고 싶었는 데 영숙은 또 눈물바람이다.

내가 죽어야 다른 사람들 편 할거라고 자동차 안에서 엉엉 우는 여자 옆에서 나는 성호아빠에게 문자를 넣었다.

 

" 영숙이하고 병원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어요" 

곧 전화가 온다. 영숙아 성호아빠다. 전화 받어? 응?

'여보세요? 여보세..엉 으...우리 연두 지금 어딨어?"

 

영숙이가 몸을 못 가눈다. 순간 그냥 앞으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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