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문없이 살아내는 삶들이다.
언제 어떻게 육하원칙으로 변하는 법이 모두 숨어서 벽으로 스멀 스멀 기어다니는 노래기색이다. 별 징그럽다거나 나에게 큰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좀먹는 벌레 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나에게 최대의 화두를 들이미는 제목이다.
오늘의 제목은 과연 영숙에게 니 딸 지금 수술하고 있단다..
아니면 늘 떠들어 대는 어느 드라마처럼 전화에 대고 너 얼른 올라와라...큰 일났어!
벼라 별 상황을 짐작해도 알맞은 대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연두는 원체 기관지가 약했다. 지금은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다.
여름은 그런데로 가볍게 호흡기로 통과하는 숨쉬기는 수월 했으리라.
엄마없는 지붕아래서 한 아이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수혜를 받았을 것이다.
또 천식이 도졌으면 그 바이러스가 또 여기저기 핏줄로 돌아 다니는 통에
엄마없는 아이가 매달리고 당겨 줄 선이 없다는 것이 면역체가 도저히 힘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는 대게 그렇게 병이 든다.
조용히 손전화를 집어들었다.
목소리가 잠긴다. 그래서 메뉴를 눌렀다.
연두아빠 전화번호를 찾았다. 숨 한 번 길게 내 밷었다. 그래도 목소리는 나올 것 같지 않다.
문자를 넣었다.
" 영숙이가 연락이 왔어요" 너무 간단한 문자다.
그동안 죽었다가 다시 살아 왔어요. 아니면 연락이 와서 만나기로 했어요. 이런것도 저런것도 모두 다 말할께요....그냥 이렇게 문자 넣는 게 가장 수월했다.
성호아빠가 문자를 받고 단 일분 후 두욱 두욱 내 전화가 떤다.
식탁위에 있는 전화는 온 방을 꽉차게 울렸다.
" 여보세요?"
" 연두 엄마가 연락이 되요? 언제요? 번호 좀 알려주세요?"
목소리가 너무 붕붕떠서 내 귀가 따갑다.
이래 저래 해서 설명할 시간은 없다. 단지 연두가 다급하게 엄마를 찾을테고. 영숙은 연두보고 싶어서 지금 즘 고속버스를 타고 있을테고.
" 저기 거기 어디세요.연두랑 같이 있나요?"
" 예! 오후 두시에 수술예약이 되어 있어요..애가 엄마만 찾아요... 엄마만.."
병원을 묻고 나는 그 곳으로 갈테니 꼼짝말고 연두옆에 있으라고 했다.
영숙이가 오늘 온다고 나는 그말만 했다.
급히 찾으니 자동차키도 당장 뭘 입고 나갈지 허둥대었다.
남편이 지갑과 같이 있는 키를 찾아준다.
얼른 가 봐? 전화 주구...
응.
혹시 그 사이에 영숙이가 전화 올 줄 모른다.
바지 주머니에 손전화를 넣고 운전을 하면서도 오로지 신경이 전화에 몰렸다.
엄마만 찾는 다는 연두아빠의 목소리가 갑자기 선명해졌다.
그래 에미나 자식이 그렇게 절절하게 땡기는 거 전깃줄보다 더 징한 건디...
아무리 뭘로 대신할 게 있기나 한 감?
언젠가 영숙이 친척이라고 찾아온 둘째 이모라는 분이 그렇게 말했다.
친정엄마도 아닌 둘째 이모라고 했다. 아마 연두아빠가 유일하게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라고 말해 나를 찾아온 그 이모가 가면서 한 말이었다.
그 전깃줄보다 더 강한 세기로 조여드는 인연의 끈이 보이지 않게 너무 길게 커졌다.
성장하는 모든 것에 성장통이 있을 것인데.
너무 아픈 것은 차라리 솔직하다. 그렇게 알아서 제 알아서 수습이 되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영숙이한테 어떻게 이런 걸 설명한다고 해도 성차지 않는 변명이다.
순간 지익 지익..바지주머니에서 전화가 온다. 나는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얼른 전화기를 열었다.
"언니! 나 여기 버스터미널이야?"
" 어! 그래...내가 지금 갈께..어느 출구야?
조금만 기달려.. 내가 지금 간다...영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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