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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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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BY 정자 2007-06-28

소리 소문없이 다녀야 한다. 여행은...

굳이 내가 어디를 가는데

거길 왜가는지 뭐 때문에 가는지 나는 설명하고 싶지 않다.

 

하긴 굳이 핑계처럼 나 바람 좀 쐬고 올께....

이런 말도 하고 몇 날 몇 칠을 없어지고 했으니

같이 사는 식구들에겐 배려가 전혀 없는 처사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그럴 듯한 변명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성호엄마가 연락이 와서 나 거길 가야한다고 하면

니가 무슨 친척이라도 되냐고 도로 나에게 따질 남편이다.

 

어쨋거나 나는 가야한다.

이런 저런 생각끝에 내 차를 끌고 가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오랫동안 잊혀진 그 완행기차가 불현듯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멋모르고 제일 값이 싼 표를 달랑 한 장들고

밤새도록 달리던 그 기차가 생각이 났다.

 

혹시 그런 기차가 아직 있을까...

구석기 시대가 된 과거를 뒤지는 기분이다.

 

삶은 계란을 먹다가 켁켁거리는 목막힘.

달걀 노른자와  같은 황달끼가 진하게 배인 그 여자의 주소를 나는

천천히 지도를 보듯이 또 보고 외웠다.

 

위도는 몇 번일까.

경도와 겹친 곳인 그 곳에 혼자사는 여자를 나는 찾아 가야한다.

 

뭘까..이게 뭔가 있다는 추측만 무성하다.

 

순간 또 손전화가 부웅 꿀벌처럼 떤다.

문자가 왔다.

 

" 점심 먹엇어? 나는 오늘 콩국수를 먹을거야..."

 

생뚱맞게 민석은 문자를 그렇게 보냈다.

또 다른 나의 외계다.

 

내부 수리중이라고 알려 주고 당분간 셔터가 내린 임대라는 광고가 붙은 가게처럼

나를 알려주고 싶은데.

 

그것도 또 통할리 없는 외계다.  내 일상의 한 부분을 또 알려한다.

 

어쩔까...

내일은 비가 올까 안올까

 

그 땐 나의 우산을 영숙이에게 빌려줄까 아니면 그냥 쓰라고 줄까.

말없는 침묵이 어색하게 한 동안 흐를 것이고

사실확인 하듯이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 볼 텐데.

 

나는 그렇게 영숙이를 찾았었다.  

오늘은 너무 느리다.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해 준다는 시간은 열 두시간이 지나야 한다.

중환자가 들어간 수술실의 대기실앞에 전자시계가 알려주는 시간남음이

초조하다. 차라리 그냥 내가 내려간다고 할 걸.

 

언젠가 성호아빠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애들이 엄마를 찾는다고.

혹시 영숙이게서 연락 온 것 없냐고 했다.

 

나는 도로 물었다.

혹시 영숙이 다른 연락처라도 알아 본 적이 있나요?

 

한 여자가 없어진 그림자는 너무 넓게 흩어지고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진해졌다.

어떤 때는 밤 늦게 보낸 문자에 성호아빠가 보낸 문자가 있었다.

분명히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취중에 꼭 보내고 싶었던 말이었다.

 

여보... 정말 미안해... 나...당신 정말 보고 싶다...

아마 그녀의 전화번호를 누른다는 게 내 전화로 보낸 잘못 온 그 문자를

나는 한 참동안 지우지 못했다.

 

그 문자속에 고백은 영숙이가 그 토록 듣고 싶어 했던 것이다.

언젠가 영숙이를 만나면 그걸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는데

나의 전화기가 고장이 나더니 결국 단말기를 바꾸었는데.

새 전화기에 문자들을 그대로 옮겨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일을 그대로 전해줄까...

이미 늦은 데로 늦은 때에

식은 가슴들을 무엇으로 다시 온도를 되살릴까. 그것도 의문이다.

 

이래 저래 시간은 자꾸 강처럼 허리를 틀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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