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죽은 목소리가 처음 듣는 목소리다.
누구세요.... 하다가 문득 영숙이... 아! 그 영숙이가 순간 머리에 부딫혔다.
" 야야...니 영숙이 맞냐?"
" 응..언니 나 맞어.."
어디여..너 지금 어디여..세상에 살아 있었구나...살아 있었어.
여기 이 번호는 뭔 번호여 잉? 잉?
잠시 전화기를 다시 확인했다.
영숙아 내가 다시 전화 할 께 지금 전화 끊어 봐?
" 아냐..언니 이거 공중전화야... 저기 언니 우리 애덜 봤어?"
그래..니가 자식 키운 에미니 어머니니 그 심정을 지우지 못 할것이라고
나는 언제든지 기억을 하면서 주문을 외우듯이 잊지 말고 잘 살고 어디든지만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은 공로가 이제야 빛이 난 거다.
" 그럼 그럼..저기 연두 아빠가 데려 갔어..근디 내가 찾아보고 싶은 디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두 어렵 잖어..대신 연두하고 엊그제는 전화통화는 했다. 많이 큰 목소리더라.."
" 애들 나 찾어?"
저절로 한 숨부터 내 밷더니 나 찾았냐고 묻는 말이 너무 쓸쓸하게 들렸다.
" 영숙아! 이러지 말고 나랑 만나자? 만나야 애덜 애기도 니 애기도 듣고 ..응?"
한 참을 머뭇거리더니 그제야 너무 멀다고 한다.
전화 번호를 보니 한 참 밑인 남도인가 보다.
가끔가다 뭔가 퉁퉁소리가 나는 걸 보니 항구인 것 같기도 하고
작은 포구 인지도 모른다.
언니가 멀어서 힘들 텐데...
" 아녀 ..아녀..야야 니 거기 어디여..비행기라도 타고 갈테니까 어디인 지 말 좀 혀?"
메모를 하란다.
얼른 펜을 찾으려니 황망하다.
주방으로 방으로 내 달려서 서랍위에 메모지를 집었다.
주소를 불러준단다.
웬 주소? 그래도 이것 만이라도 어디랴?
전남 해남군으로 시작하는 주소는 작은 섬을 마주보고 있는 포구였다
너 여기서 사냐?
" 아니... 내 주소가 아냐?"
뭐? 그럼?
우선 당분간 잠시 있는 곳인데.
언니만 우선 알고 있어!
그래 그래 ..내가 언제 갈까? 오늘이라도 내려 갈까?
" 후후..언니는 성질 그대로네..급한 건 난디 언니가 급할 거 뭐 있어?
" 그래 그래..근디 난 니가 지금 보고 싶다야"
느닷없이 먼 거리에서 살던 때 김치 부침개를 부쳐서 연두 업고 나의 집으로 터벅 터벅 걸어오던 영숙이었다. 남편과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삶림 재미에 솔솔 풍겨내면서 온 동네에서 한 목소리 질러대며 탕탕하게 살 팔자였을 것이다.
한 계절 바뀌듯이 한 여자의 팔자가 바뀌었는데.
그것도 남자 때문에 자리가 확 틀려진 것이다.
"언니 그럼 낼 모레 올 겨?"
그럼 그럼 갈 수있지! 근디 연락을 어떻게 하냐?
" 내가 낼 모레 아침에 언니한테 전화 할께. 여긴 기차가 안 들어 오니께 버스타고 와야 되?"
벌써 영숙은 기름 값 걱정이다.
응 알았어. 니 꼭 전화 해야 된다?
마주보고 있으면 눈 빛 걸고 새끼 손가락 걸어 당부하듯이 거듭 거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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