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6일 12:07:09 |
모든것을 포기해 달라고 하면 내 말을 들어 줄 것 같은 착각에 시달렸는 줄 모른다. 다행히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 아니 궁색하지 않을 만큼의 자존심은 약간은 있는게 좋다. 적어도 남자에게 아니면 또 다른 남자에게 나의 생활비를 들먹거리며. 요즘 얼마나 살기가 힘든 줄 알어? 이런식으로 으름장 놓는 방법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게 아닌 것은 아니다.
영화 한장면이 생각 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이 돈을 꾸러가는 입장이 되었지만. 적어도 그 남자 앞에서 당당히 서서 화려하게 치장하기 위함은 겉모습으로 유인하기 술책이 아니었슴은 분명하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커튼을 후드득 잡아당겨 드레스를 만들어 잘룩한 허리를 최대한 졸라매는 각오가 늘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과 마주 본 남자에겐 더 이상의 비굴함이나 고개 숙인 자존심은 드러내지 않은 것은 나에겐 또 다른 종교신화처럼 , 또 전설처럼 늘 외워두는 주문과 같았다.
굳이 민석이든. 나의 첫남편이라고 무조건 예속이라하는 법칙을 나에게 두고 싶지 않았다. 단지 나와 다른 또 누군가가 나의 옆에 지나치는 행인들처럼 읽혀져야 할 순서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혼자 과대망상증에 걸린 여자이니 또 누가 알랴.
이래저래 나는 또 다른 남자와 마주 앉아보고 말할 대사와 같은 언어를 외워 둬야한다. 첫번째 남자는 습관을 일일히 기억을 해두었다가 건망증 심한관계로 둘째 남편과 헷갈릴 줄 모르는 사소한 사생활은 더욱 구분과 구별을 해둬야 했다.
그래서 귀찮은 일이 자꾸 생겼다. 나의 월경주기를 따지듯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햇나 추적을 하다보면 거기는 누구랑 갔더라 식이고... 또 그러다보면 괜히 못할 짓을 했다고 고해처럼 습관 같은 습격이 불안하게 올 줄 모른다고 걱정도 했지만은.
이 모두가 나의 걱정거리 였다. 민석은 그렇게 나를 업고 어느모텔의 키를 들고 들어 섯을 것이다. 과음이 나를 잠들게 해버렷다. 절대 안좋은 일이다. 의도적인 과음이었을 것이다. 한 번은 꼭 넘어서 건너야 할 산같은 두터운 불안한 눈빛을 가진 민석이 어쩌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냥 가볍게 한 번의 바람으로 지나가는 여자로 알아도 괜찮습니다. 잊어도 괜찮습니다. 당신 옆에 나는 있어야 할 명분이 없습니다.
몇줄의 메세지로 메일수신거부로 시작된 헤어짐은 또다른 시작을 만들어 놓았다. 민석은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침묵과 같은 단어로 나를 지켜보는 눈빛이 이젠 지쳤다. 제발 그렇게 날 보면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 할 걸 그랬던 적도 있는데
잠결에 얼핏 물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몽환의 화가인 뭉크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 제목은 계시를 받앗다고 했을까. 그 물소리를 따라 흐르는 숨소리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모텔은 몇층일까. 아마 삼 사층으로 여긴 306호나 307호의 사이인 틈에 내가 끼인 사람처럼 꿈쩍도 어떤미동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나의 몸은 나체엿다. 벗음. 아님 누가 벗김. 과연 나의 옷을 벗겨서 저렇게 곱게 탁자에 개켜 놨을까.
뭐야? 여기가 어디야? 이런 말하면서 호들갑을 떨며 자기야 나 어제 많이 취했었어 하고 물었을텐데....
모든게 우선 절대멈춤이었다. 불투명한 탁한 보라색같은 날카로운 신경질이 난다.
그 때 이미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오는 민석이 보였다. 어! 깼어?
나는 순식간에 내가 베었던 베개를 집어 던졌다. 민석을 향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