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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다. 그가 원하는것은 단지 그의 옆에 즉시 즉시 조달해주는 역활뿐이다. 가령 첫번째아내가 무엇을 싱드렁하게 여긴다거나 잠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상대 바꿔가며 즐기는 뭐그런 상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나보고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나의 오늘은 여기까지일까 싶다.
나는 식탁의 벨을 눌렀다. 아까 그 상냥한 아가씨가 온다. 저기 소주 한 병 더주세요?
민석이 왜그러냐고 묻듯이 눈빛이 의아해한다. 곧 추가한 소주가 왔다. 내가 직접 병따개를 비틀었다. 나의 잔에 시냇물 흐르듯이 흘러내린 맑은 물같은 화학성분들이다.
그럼에도 그 힘은 강한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저기 내 애기 잘들어 줘... 지금이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아직은 살아서 할 일이 많다는 거겠지... 물론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자식도 낳았고 키워야 되고 ... 기타등등 기타등등...
왜 그영화 봤었어? 왕이 대머리처럼 박박 밀고 미국인가 영국인가 어디에서 가정교사가 왔는데. 부인이 수십명이고 자식이 백명은 될 것 같은 그 영화있잖아? 그런데 난 그영화보고 알게 된 게.. 남자가 자기자식을 일일히 다 부르지 못할 정도로 책임없는 행동은 왕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한 그 멍청한 부인들 덕택이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지금도 일부다처제가 음으로 아래로 몰래 불법으로 저질러지는 가운데에 있는 나고 당신이고.
단 숨에 마신 소주는 이미 나의 창자에 도달했는지 얼굴이 화닥거린다. 민석은 얼른 나의잔에 소주를 채워줬다.
참 싫어.. 싫은거는 싫다고 해야 해. 그래야 상대방이 헷갈리지 않거든. 그건 배려라고 생각해.
민석이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나도 한 참 마주봤다. 말없는 대화는 이렇게 하는 거리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난 너 옆에 있을거야. 눈빛이 형광등 아래에서 타고 흘러 순식간에 도착하는 시간은 잴 수가 없다. 그러니 모른척해도 무방하다.
당신 참 어렵다. 까다롭고. 민석은 단지 그 말만 했다. 자꾸 했다.
있잖아... 우리 한 십년 지난후에 만나면 어떨까? 재미있을 거 아냐? 그 때는 또 어떤일이 생길거고. 또 모르지 그사이에 강산이 바뀌는 것처럼 법도 바뀌면 느닷없이 세상 편해질 수도 있을 거 아냐?
민석은 피식 웃는다. 푸하하...결국은 대포처럼 쏟아내는 웃음소리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성경에도 예수가 그랬잖어... 간음했다고 어떤 여자를 끌고 왔는데...나는 그게 이상해... 간음을 여자 혼자 해? 자위행위도 간음이라고 법으로 만들었으면 모를까. 왜 남자와 간음했으면 두 년놈을 다 잡아오지 여자만 끌고 와서 이 이여자가 죄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이러느냐고
그러니까 현명한 예수가 이 여자 간음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못했으니까 돌려 보낼 수도 있지만. 예수도 남자야..그러고 보면 남자와 여자가 같은 링에서 격투기를 한셈인데. 허구헌날 여자만 간음을 했다고 돌로 쳐라마라냐 이거지. 진짜 웃기는 짬뽕같은 맛이라고 .
민석이 심각한 얼굴이다. 왜그래? 얼굴이 꼭 자기가 그 간음한 여자 상대 남자인 것 같은 얼굴이네...
역시 술기운은 이래서 좋다. 술주정이라면 이런 거는 내가 얼마든지 할 수있다. 그 새 술병이 바닥이 나고 있었다.
한 병 더 시킬까 말까? 그만해..당신 취했어... 왜? 내가 예수 애기해서... 히히 참 내 술안주에 남 애기민큼 재미있는 안주가 어디있어?
아!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뭐가? 민석이 다급하게 묻는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알고 메일을 보냈어? 난 그게 늘 궁금했거든.
나는 못생겼지..성질 팩팩하지. 돈도 없지.... 거기다 학벌도 뭐도 없는 투성인데 뭐가 좋다고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매일 편지를 보냈나 이게 궁금했거든?
민석이가 얼른 소주를 한 병 추가시켰다. 술이 올때까지 말이 없다.
나는 오늘 이 질문에 대답을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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